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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돌아온 이정현과 6강행 막차를 타기 위해 채워야할 2%
2월 1일 경기 결과 : 안양 KGC(17승 25패) 71-66 원주 동부(27승 14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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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기에서 4쿼터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테크니컬파울을 받은 원주 동부 김영만 감독. 이후 동부는 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윤호영의 빈자리만으로도 아팠다구요
동부 입장에선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가뜩이나 윤호영이 빠져 동부산성의 한 축이 무너진 상황에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던 동부였는데요. 4쿼터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김영만 감독이 테크니컬파울을 받으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 장면은 7점 차 리드(60-53)를 잡았던 동부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고, 반면 인삼공사에겐 추격의 불씨를 지펴 준 이날 경기의 분수령이 됐습니다.

자유투에 공격권까지 넘어가는 테크니컬파울은 이날처럼 상대에게 최대 6점까지 한 번에 넘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선수들에게 전해지는 심리적인 부분까지 생각하면 보이지 않는 영향력은 더 크죠. 김영만 감독도 이를 알고 있었던 듯 판정 이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경기를 운영하려 했지만 결국 동부는 인삼공사에게 3점슛 세 방을 연속으로 얻어맞으면서 녹다운이 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판정이었습니다. 올시즌 유난히 심판 판정과 관련해 말들이 많은데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있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한 항의에 충분한 설명 없이 그저 테크니컬파울만 주면 된다는 식의 태도가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항의 역시 벤치 운용의 일부분이기도 한데요. 물론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의 항의는 지양되어야 합니다.

어쨌든 동부는 윤호영의 부재가 뼈아팠습니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31-40으로 제공권을 빼앗기는 등 높이에서 열세를 보였고 득점 루트의 다양화에 실패했습니다. 이날 동부의 3점슛 성공률은 11%(2개 성공/18개 시도)에 그쳤습니다. 물론 동부가 외곽 슛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팀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국내선수들의 슈팅이 침묵하면서 사이먼(31득점 12리바운드)과 김주성(14득점 9리바운드)의 득점에만 의존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것이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리처드슨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홀로 32분54초를 뛴 사이먼은 제몫을 다했지만 4쿼터 승부처에서 확실히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세트오펜스 상황에서 동부 선수들은 인삼공사 수비에 피지컬적으로 밀리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동부에는 노련한 선수들이 많지만 인삼공사의 강력한 수비에 그 장점을 살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시간에 쫓겨 무리한 공격을 남발하다 상대에게 수 차례 속공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돌아온 이정현...‘3강’ 잡았는데 이제 못 잡을 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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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점슛 3개 포함 22득점으로 복귀전을 화려하게 장식한 KGC 이정현. 사진=KBL

이정현이 복귀전부터 22득점(3점슛 3개 포함)으로 불을 뿜었습니다. 6강 PO진출을 위해 바짝 힘을 내야 하는 인삼공사로서는 또 하나의 새로운 무기를 얻은 셈입니다. 이정현은 뛰어난 슈팅 능력을 갖고 있는 동시에 파워풀한 농구를 하는 선수입니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부지런한 선수이기도 하죠. 이날 활약으로 자신의 색깔을 명확히 보여주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팀에 가용할 선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전술적인 변화, 공격 옵션의 다양화가 가능해집니다. 특히 인삼공사에는 기량이 출중한 국내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정현의 가세로 인한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더 클 것입니다.

박찬희-강병현-양희종으로 이어지는 국내선수 조합에 오세근과 이정현이 가세한 인삼공사의 라인업은 2011-2012시즌 리그를 제패했던 때와 견줄 때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주요 선수들의 국가대표 차출로 인해 비시즌 조직력이 정돈되지 않았고, 선수단 안팎으로 여러 가지 일들에 시달리면서 여태껏 주춤했던 인삼공사인데요. 바로 직전 경기에서 ‘대어’ 모비스를 낚고 이날 이정현과 함께 동부까지 잡아내면서 어느덧 공동 6위권을 3경기차로 추격하게 됐습니다. 지난 19일 선두 SK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한 바 있는 인삼공사는 이날 승리로 5라운드에서 선두권 ‘3강’을 모두 잡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상위권 팀을 잡으면 그 아래 팀들 역시 모두 다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는데요. 인삼공사 선수들은 이제 6강 도전도 '해볼만 하다'는 느낌을 가질 것입니다. 이번 시즌 6강 싸움, 막판까지 정말 볼만하겠죠?

6강행 막차를 타기 위해 채워야할 2%
이정현의 가세 덕분인지 이날 인삼공사의 초반 경기력은 꽤 좋았습니다. 1쿼터 스피드를 앞세워 동부의 짠물수비를 상대로 26점을 뽑아냈고, 3점슛도 6개나 집어넣었습니다. 턴오버도 8개로 그리 많지 않았죠.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좋은 경기 내용이 고스란히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날 동부는 분명 뻑뻑했습니다. 이에 비해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았고 득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매끄러웠던 인삼공사는 충분히 동부를 '완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달아날 수 있을 때 도망가지 못하고 경기 내내 동부의 추격 사정권 안에서 맴돌다 급기야 4쿼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막판 테크니컬파울이 없었다면 동부로 넘어갔던 분위기는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는 분명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스코어를 가리고 경기를 보면 분명 리드를 잡을 것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시소게임을 펼치다 막판 뒷심 부족으로 패했던 적이 많습니다. 승부처에서의 득점 결정력 부족, 기록에는 턴오버로 남지 않는 보이지 않는 실책들이 발목을 잡았던 것이죠. 선수들의 기량도 좋고 득점으로 가는 과정도 괜찮은데, 결정적으로 마무리가 잘 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인삼공사가 아직 채우지 못한 '2%'입니다.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포인트가드 문제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결국은 선수들의 집중력 문제일 것입니다. 인삼공사가 최근 상승세를 이어나가 6강행 열차를 잡아타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끝까지 볼에 대한 집념을 갖고 플레이를 매조질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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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KBL 통산 9,000득점 고지를 밟은 동부 김주성(역대 4호). 사진=KBL

P.S.
동부의 김주성이 이날 KBL 역대 4호로 9,000득점 고지를 밟았습니다. 이번 기록은 본인의 뛰어난 기량뿐만 아니라 지난 13시즌간의 치열한 자기관리를 증명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합니다. 능력이 뛰어나면 보통 나태해지기 쉬운데, 김주성은 이를 극복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것입니다.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김주성 같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KBL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농구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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