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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핵폭탄’ 제퍼슨과 투 가드 시스템 - 신바람 LG
28일 경기 결과 : 창원 LG(21승 20패) 81-74 울산 모비스(29승 10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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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경기 평균 33득점으로 연일 폭발하고 있는 데이본 제퍼슨(LG). 27일 모비스전에서도 37득점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핵폭탄’ 제퍼슨
데이본 제퍼슨의 진가가 다시 한 번 확인된 경기였습니다. 직전 인삼공사전에서 41득점을 퍼부은 것을 포함, 최근 3경기 평균 33득점이라는 무서운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는 제퍼슨은 이날도 37득점을 퍼부으며 LG가 선두 모비스를 잡아내는 데 일등공신이 됐습니다.

핵폭탄이 무서운 이유는 뭘까요? 2차대전 이후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데도 우리가 핵폭탄을 두려워하는 건 아마 그 존재 자체가 갖고 있는 파괴력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단체 운동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스타플레이어의 의미도 이와 같습니다. 존재 자체만으로 팀에게 든든한 무기가 되죠. 가까운 축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메시(LG의 크리스 메시 아니라 축구) 같은 선수는 1대1로는 막아낼 재간이 없죠. 그렇다고 두세 명이 달라붙자니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기고(메시 같은 선수는 혼자 다 뚫어내기도 합니다만),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 에이스는 설사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가만히 놔둘 수 없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니까요.

이날 제퍼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간간이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매 쿼터 꼬박꼬박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 내내 상대 수비를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더블팀이 들어오면 외곽에 있는 동료들에게 찬스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어시스트 일곱 개가 이를 증명하죠. 승부처인 4쿼터에는 무려 15득점을 집어넣으며 모비스를 질리게 했습니다. 부지런한 속공 참여는 여전했고 좋은 위치선정으로 공격리바운드도 5개나 잡아냈습니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크리스 메시의 이탈로 우려됐던 체력 문제도 잘 극복해낸 제퍼슨입니다.

LG가 공격농구라고?…든든한 투 가드 시스템
전반을 41-41, 동점으로 마친 모비스는 3쿼터 초반 수비가 살아나고 문태영(16득점)이 득점에 가세하며 기세를 올렸습니다. 당황한 LG는 초반 재미를 봤던 빠른 속공 대신 제퍼슨의 일대일 공격에 의존하다 일순간 리드를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3쿼터 후반, LG는 강력한 압박수비로 더 벌어질 뻔한 점수차를 극복해냈습니다. 앞선부터 가드진이 타이트한 수비로 힘을 빼놨고, 뒤에서는 김종규가 부지런한 도움 수비로 모비스의 야투성공률을 떨어뜨렸습니다.

달아날 수 있을 때 도망가지 못한 모비스는 4쿼터 제퍼슨까지 터지면서 속수무책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라틀리프가 23득점으로 분전했지만 국내선수들이 좀체 득점 지원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양동근이 이날 무득점에 그친 게 뼈아팠고, 함지훈도 8득점에 묶였습니다. 3쿼터에만 8득점을 해낸 문태영도 4쿼터엔 보이지 않았습니다.

꼭 패스미스나 가로채기만이 턴오버가 아닙니다. 승부처에서 슛미스 하나, 빼앗긴 리바운드 하나 역시 상대에게 쉬운 득점 기회를 내준다는 점에서 뼈아픈 실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속공 전개가 빠른 LG같은 팀에게는 더욱 그렇죠. 흔히들 LG 하면 공격농구를 생각하시는데, 그 바탕에는 분명 끈끈한 수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실하기로 소문난 김시래-유병훈 백코트진의 수비는 상대 실책을 유발하는 덫이자 속공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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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상승세의 견인차 김시래(왼쪽)-유병훈.

김시래-유병훈의 투가드 시스템은 최근 LG 상승세를 이끄는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속공 전개 시 빠른 가드 두 명이 있으니 우선 아웃렛 패스(리바운드나 가로채기 이후 바깥으로 빼주는 첫 패스)부터가 쭉쭉 나갑니다. 세트 오펜스에서도 제퍼슨-김종규 등 장신 선수들과의 패스워크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되죠. 모비스도 이날 양동근에 이대성을 붙여 간간이 투가드 시스템을 가동했지만, 정통 1번이 아닌 이대성이 여러모로 부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이날 모비스는 양동근이라는 원 가드가 막히자 대책이 없었던 것입니다.

제퍼슨 괴롭히는 법
다시 DJ 얘기입니다. ‘핵폭탄’ 제퍼슨도 약점은 있습니다. 1대1 수비에 분명 허점이 있고 백코트도 빠른 편이 아닙니다. 이날도 속공 때는 신나서 뛰어나갔다가 득점에 성공하고 나면 걸어들어오는 모습이 몇차례 보여 웃음이 났습니다. 모비스가 경기 초반 계속해서 제퍼슨 쪽으로 포스트 공격을 시도한 이유 역시 제퍼슨의 수비에 허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모비스는 1쿼터 리드를 잡을 수 있었죠.

LG는 김종규의 적극적인 헬프 디펜스에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큰 신장에 기동력을 갖춘 김종규는 골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적당한 도움수비 위치를 찾아다녔습니다. 여기서 모비스가 제퍼슨을 계속 힘들게 만들기 위해서는 김종규가 헬프수비를 가지 못하도록 바깥으로 끌어내야 했지만, 매치업 상대였던 함지훈의 움직임이 그렇게 좋지 못했습니다.

문태영의 코트 활용범위가 좁은 것도 문제였습니다. 넓게 움직이기보다는 미들 레인지 근처에서 맴돌다 보니 빅맨들과 함께 골밑 주변에서 엉키는 현상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다른 선수들이 수비를 달고 퍼져줘야 라틀리프가 제퍼슨을 상대로 1대1공격을 하기 쉬워지는데, 함지훈-문태영 모두가 골밑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LG 입장에서는 오히려 도움 수비가 쉬워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코트 밸런스를 맞추고 공간을 활용하는 법은 이날의 모비스뿐만 아니라 LG를 상대하는 어느 팀이든지 연구해야할 숙제입니다.

파죽지세 9연승, 어깨춤이 절로 난다
몇차례 고비는 있었지만 어쨌든 LG는 ‘대어’ 모비스를 낚았습니다. 벌써 9연승인데, 아마 지금쯤 LG의 팀 분위기는 그야말로 ‘신바람’이 날 겁니다. 지난 관전평에서도 말씀드렸듯 농구는 흐름의 스포츠라, 팀이 연승 가도를 달리고 좋은 분위기를 타면 선수들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정말 ‘뭘 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현역시절 농구대잔치 1-3차 대회에서 딱 한번 지고 우승했던 때가 기억이 나는데요. 그렇게 항상 경기가 잘 풀리고 팀 분위기가 올라가면 힘들어도 힘이 나고 그저 농구가 즐겁습니다. 슛을 쏠 때도 분명 빠진 것 같은데 들어가는 일도 많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만해도 8위권에서 허우적대던 LG는 어느새 5할 승률을 넘었습니다. 이날 승리로 4위 고양 오리온스마저 1.5경기차로 따라붙게 됐는데, 이쯤되면 LG가 과연 어디까지 치고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지난 관전평에서 높이가 강한 SK와 동부전이 LG 상승세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마침 두 팀과의 2연전이 다음주 준비되어 있더군요. 매치업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팀과의 대결마저 LG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앞으로 정말 무서울 게 없을 듯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김종규의 역할이 중요하고, 외곽슛도 지금보다는 안정적으로 터져줘야 합니다.

모비스는 이래저래 뼈아픈 패배를 당하게 됐습니다. 한창 선두싸움 중인 SK는 김민수도 돌아왔고, 최근 주춤했던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린 모습입니다. 3위 동부 역시 꾸준한 성적을 내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5위팀에게 발목을 잡혔다는 건 모비스에게 그 의미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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