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한의 사람人레슨](9)딱 두 가지 생각만 하자-수없이 많은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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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양용은 프로에 대한 글을 보고 참 많은 분들이 전화를 주셨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글이 나간 후 아차 싶었다. ‘사람(양용은)’ 얘기에 집중하다 보니 그만 ‘레슨’을 놓쳐버렸다. 그래서 이전 글들을 살펴봤다.

골프는 그저 최고의 샷을 향해 노력하는 운동이다(프롤로그), 박인비 골프의 최대 강점은 리듬이다(박인비-남기협 부부), 지나치게 스윙 스윙 하지 말자(배상문), 체종이동-하나에 왼발 떼고 둘에 왼발 디디는 연습을 하자(이홍렬), 임팩트 때 힘을 빼자(허석호), 어드레스 때 등을 곧게 펴자(전윤철), 골프로 늙어가는 법(구자인). 직업이 골프 교습가인지라 사람 얘기를 하면서도 레슨도 참 많이 했다. 이것도 직업병이구나 싶다.

어쨌든 이번 편에는 레슨에 좀 집중하려고 한다. 물론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람보다는 이 분이 겪는 문제가 중요하다. 이유는 아마추어들 중 이 분처럼 고생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는 김철 사장(52)과는 30년 전부터 가깝게 지내고 있다. 최근엔 서로 바빠서 한 2년간 골프를 같이 하지 못하고, 얼마전 해후해 라운드를 자주 돌았다. 정말 골프를 좋아하시는 분이다. 골프를 한 지가 벌써 35년쯤 된다. 실력은 준프로급이다. 실제로 예전에 프로대회에 출전한 적도 있다. 당시 프로대회 때 아마추어들을 위한 ‘먼데이’ 예선이 간혹 열렸다. 여기서 통과하면 아마추어 3명에게 프로대회에 출전권을 줬는데 이걸 통과했으니 대단한 실력이다.

레슨을 하다 보면 아마추어 분들은 골프가 안 되는 이유가 참 다양하다. 사실 프로들도 입스를 겪고 온갖 기술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니 아마추어들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김철 사장의 문제는 좀 너무 완벽한 스윙을 하려고 하는 데 있었다. 연습은 열심히 하는데도 골프가 생각보다 잘 안되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골프도 많이 훈련하는 사람에게 이점이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되면 실력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할 때가 있다. 김 사장님은 바로 이 문턱에 걸려 있는 것이다(현재 진행형이다). 이 글은 현재의 김철, 혹은 미래의 김철과 같은 분들을 위한 원포인트레슨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한 것이다. 김철 사장은 스윙할 때 많게는 한 10가지를 생각하면서 플레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골프는 연습장에서는 생각 많이 하면서 스윙하는 게 당연하다. 목표지향적인 샷이 아니라 스윙 자세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샷을 해야 골프가 는다. 연습장이니 미스샷에 대한 부담도 없다. 잘못된 부분을 생각하면서 스윙하면 처음에는 맞지 않아도 100개, 200개 치면 발전이 된다.

문제는 필드다. 필드에서 생각이 많으면 안 된다. 백스윙 모양이 어떻고, 임팩트는 힘을 빼고 부드럽게, 피니시는 어떻게 만들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 끝도 없다. 연습은 많이 하는데 필드에 가면 골프가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렇게 18홀을 돌고 나면 마음이 깔끔하지 못하다. 대부분 원하는 스코어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설령 70대의 좋은 스코어가 나와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노상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김철 사장이 딱 그랬다. 그리고 이런 타입의 아마추어 골퍼가 상당히 많다. 각종 골프방송을 진행하면서 제일 크게 느낀 것이다. 정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둘에 한 명, 그러니까 50%는 ‘생각이 넘치는 골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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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레슨투어 빅토리> 시즌4의 시작 장면. 가운데가 필자다. 김주형, 이현호, 서아람 등 레슨프로계의 최강 '스타'들이 출연한 이 프로그램은 2009년 첫 방송 이래 대한민국 아마추어 골퍼를 위한 '방송 레슨의 종결자'라는 극찬을 들었다. 참가 골퍼(아마추어)와 레슨프로가 1:1 팀이 되어 1박2일 동안 합숙을 통해 끝장레슨을 실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션점검과 탈락이라는 서바이벌 시스템을이 적용됐다.사진=SBS골프 제공


일화가 하나 있다. <레슨투어 빅토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인데 전라도 광주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레슨 경험이 많은 서아람 프로(현 한남대 교수)가 한 아마추어 분을 먼저 맡았다. 벙커샷이 안 된다고 해서 거의 두 시간 정도 서 프로가 집중지도를 했다. 이 정도 시간이면 잘 가르치고 못 가르치고의 문제가 아니다. 슬쩍 보니 서아람 프로의 얼굴이 죽상이었다.

서 프로의 레슨이 끝나고 필자가 나서기로 했다. “무엇을 레슨 할까요?”라고 물으니 이 분이 또 “벙커샷이요”라고 답했다. 푹푹 찌는 8월 초로 잔디가 아닌 모래밭으로 들어가면 반 죽는 날씨다. 도리가 없었다. 오후 1시 반에 벙커로 들어가서 레슨을 하는데 5시까지 무려 3시간 반을 보냈다. 나 혼자만 물을 10통이나 마셨다. 이 분은 “다운스윙 때 (클럽과 팔의)각도가 85도가 됐나요?”, “이번에는 90도가 됐나요?”라는 식으로 줄기차게 숫자로 물어왔다.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의 벙커샷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분은 핸디가 12였다. 주말골퍼로 괜찮은 실력이었다. 단점은 골프스윙을 기계 매커니즘으로 이해하고 따라하려는 자세였다. 이런 분들 정말 많다. 방송, 신문, 골프잡지 등에 골프스윙에 관한 정보가 넘쳐 난다. 아주 미시적으로 스윙을 분석하는 이론도 많다. 체중이동의 경우도 어드레스 때 몇 %를 오른발에 두었다가 스윙 때 몇 %를 왼발로 옮긴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가 넘쳐난다. 손목의 각도까지 단계별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 메뉴얼을 기계적으로 따라하는 건 좋은 스윙이 아니다. 그리고 골프가 잘 늘지 않는다. 그건 골프를 즐기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타입의 골퍼들은 대체로 유명대학 출신이거나, 공부를 많이 한 박사학위 소지자 등 똑똑하신 분들이라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경우는 필드에 나가면 딱 2가지 생각만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첫 번째는 몸에 힘을 빼는 것이다. 필드는 연습장과 다른 환경이다.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애써도 생리적으로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무조건 힘을 빼고 스윙을 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개인별로 ‘오늘의 주제’를 정하는 것이다. 오버스윙을 줄이자, 체중이동의 완성도를 높이자, 코킹을 최대한 늦게 풀자 등 ‘오늘 이거 하나만 생각하자’라는 자세로 딱 한 가지에만 신경 쓰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힘을 빼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그날 자신이 가장 유념해야 할 것 한 가지만 추가하는 것이다. 연습장에서는 백 가지, 천 가지를 생각해도 좋지만 필드에서는 딱 두 가지인 것이다. 힘을 빼는 것이 하나이고, 당시 나의 가장 큰 단점으로 생각하는 포인트가 두 번째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여건에서 베스트샷을 만들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실제로 프로들도 생각이 3가지를 넘으면 잘 안 맞는 경우가 많다.

누가 필자에게 가장 좋은 스윙 가진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부채질 같은 스윙입니다. 부채질 할 때 손에 힘을 주고, 그 자세를 엄청나게 고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손에 힘 빼고 부채를 흔듭니다. 부채처럼 골프채를 흔들 줄 아는 사람, 리듬을 알고 흐름대로 치는 스윙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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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은 분들일수록 필드에서 '생각의 함정'에 빠져 골프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필드에서는 딱 두 가지만 생각하자.


개그맨 이봉원 씨가 라운드를 하다가 이런 질문을 해 온 적이 있다.
“임 프로님,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기업인이 한 분 계세요. 만나면 기분이 좋은데 골프만 함께 하면 어지러워요. 그 분은 어드레스 때, 그러니까 공을 치기 전에 꼭 팔꿈치로 세 번 가슴을 치고. 오른쪽 발을 뒤로 빼서 소처럼 땅을 세번 구르고, 뭐 이런 식으로 총 9번의 우스꽝스러운 루틴을 반복합니다. 티샷, 세컨드샷, 어프로치까지 한 홀이면 이런 동작을 27번이나 봐야 하는 거죠. 프로님은 이런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그맨 특유의 입담에 몸으로 흉내까지 내며 설명하니 웃음이 절로 터졌다. 그런데 사실 이는 웃을 일이 아니다. 개그도 아니고 당사자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들이 보기에 웃기는 루틴을 반복해야만 할까? 이런 분들이 의외로 많다.

“아마도 골프를 배울 때 머릿속에 일정한 폼을 만들어 놓고, 그걸 무리하게 따라하는 과정에서 생긴 버릇일 겁니다. 생각이 지나치면 나쁜 습관이 나오죠. 특히 연습장보다 필드에서 그런 증상이 심하다면 딱 그렇죠. 이상한 스윙 폼이나, 프리샷 루틴을 가지신 분들은 대체로 생각이 많은 분들이에요. 심플하게 생각하면 고칠 수 있죠.”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봉원 씨의 지인도 90도, 85도를 따지는 스타일일 가능성이 높다. 너무 완벽하게 스윙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건 될 수가 없다. 스윙은 불과 1초20 사이에 벌어지는 몸동작인데 그걸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는가! 기계처럼 미시적인 구분동작으로 나눠 자신의 몸을 이론에 맞추는 것은 정말 피곤한 일이다. 가장 편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스윙이다. 열심히 하는 데 골프가 늘지 않는 것은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언젠가 미국에서 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나온 적이 있다.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IQ가 가장 나쁜 종목이 골프였다. 부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나도 골프인이니 골프인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골프선수 출신 중 유명한 칼럼니스트나 사업가로 성공한 사례가 많으니 우리가 쉽게 오해하는 그런 ‘머리나쁨’이 결코 아니다. 그 숨은 의미가 중요하다. 골프선수는 종목 특성 상 단순하고, 하나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스윙할 때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큐가 그렇게 나왔다는 것이다. 경기를 하면서도 숱한 생각을 해야하는 농구, 야구, 미식축구 등 여타 종목과는 다른 것이다.

“나는 골프만 치면 (중요한 포인트를)자꾸 잊어버려요. 아이큐가 나쁜 것 같아요”라는 아마추어들이 가끔 있다. 위로가 아니다. 그렇게 잊어버리는 게 좋다. 오히려 자꾸 그걸 찾으려고 하니 문제가 된다. 필드에 나가면 생각을 많이 하지 말자. 생각을 하려면 딱 2가지만 하자. 그리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냥 들어서 치면 된다.

다시 김철 사장 얘기로 돌아가자. 그 분에게 나는 9홀에 핸디 2개를 준다. 그만큼 고수다. 하루에 골프연습을 2시간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라운드를 돌고나면 좋은 스코어를 쳐도 개운하지 못하다. 너무 완벽을 추구해서 그렇다. 김철 사장만이 아니다. 이런 ‘생각의 함정’에 빠져 있는 골퍼들이 많다. 누구라고 하면 알 만한 유명인사도 많다. 최고의 레슨프로가 붙어서 죽기살기로 레슨을 해도 실력이 잘 안 는다. 명문대 출신, 공부 많이 하신 박사님, 머리 좋은 분들을 레슨하기가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 이는 ‘진리는 단순하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골프도 그렇다. 필드에 나가서는 가능한 생각을 많이 하지 말자. 좀 단순해지자. 생각을 한다면 ▲힘을 빼는 것과 ▲그날 자신만의 핵심 포인트, 이렇게 딱 2가지로 제한하자.

*김철 사장에게는 칼럼에 당신의 사례를 쓰겠다고 사전에 양해를 얻었다. 칭찬보다는 지적을 받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허락해준 김철 사장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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