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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녀검객 전희숙, '여전히 간장새우 먹으며 펜싱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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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숙은 금빛 찌르기로 유명한 여검객이지만 네일아트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여자펜싱은 남현희’로 고유명사화됐다. 그는 작은 체구를 빠른 발로 극복하며 스피드의 짜릿함을 선사해줬다. 스포트라이트가 남현희에게 집중될 때 ‘뒤’가 아닌 ‘옆’에 전희숙(30 서울시청)이 있었다. 그에게는 늘 ‘2인자’, ‘그늘에 가려진’, ‘뒤를 이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리고 지난 9월, 마침내 정상에 올라섰다. 전희숙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펜싱 플뢰레 개인결승전에서 중국의 리후이린에게 완승을 거두며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까지 한국이 우승하며 2관왕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금빛 사냥 소식과 함께 열애설이 터졌다. 털털하기로 소문난 전희숙은 쿨하게 연예인 왕배(30)와의 연애 사실을 인정했다. 함께 찍은 다정한 사진이 공개되며 올해 여름 그녀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은 막을 내렸지만 펜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희숙은 국제그랑프리펜싱대회를 며칠 앞두고 태릉에서 강훈련 중이었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흩날리는 눈비에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12월 14일, 소속팀 훈련장을 잠시 방문한 그를 서울시청 펜싱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차가운 날씨와 달리 그의 첫 인사는 따뜻했다. “눈이 많이 오는데 뭐 타고 오셨어요? 안 추우셨어요?” 걱정스런 눈빛으로 건네 준 커피에 얼었던 손을 녹였다.

<펜싱으로 시작해 펜싱으로 끝난다>
-쉴 틈 없이 바쁜 것 같다. 훈련이 힘들지는 않나?
▲며칠 뒤 그랑프리 경기가 있어 태릉에서 강훈련을 마치고 왔다. 보통 때 훈련은 새벽 6~7시, 아침 먹고 다시 오전 9시반~12시. 점심 먹고 2시반~5반. 야간 7시반~9시까지 한다. 대회를 앞두고는 더욱 혹독해진다. 외박도 주말도 없이 운동만 한다. 요일도 모른 채 밥 먹고 운동하고 또 밥 먹고 운동하다 지쳐 쓰러져 잔다.

-훈련이 없는 ‘꿀’ 같은 휴식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외출할 수 있다면 주로 영화를 본다. 그런데 잠이 부족하다 보니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기 바쁘다.

-펜싱에서 시작해 펜싱으로 하루가 끝나는데, 펜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때까지 육상선수였다. 펜싱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육상은 나를 포함해 몇 명 되지 않았지만 펜싱부가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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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숙은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가족 덕분에 편하게 선수생활에 집중할 수 있었다.

-펜싱에는 에페, 사브르, 플뢰레 3종목이 있다. 플뢰레를 선택한 이유는?
▲지금 대표팀 선생님이 그 당시 코치선생님이었는데 그 분이 플뢰레 전문이었다. 사실 펜싱의 기본은 플뢰레다. 플뢰레로 시작해 사브르나 에페를 선택한다. 나는 처음부터 플뢰레였고, 지금도 플뢰레다. 플뢰레만의 매력이 있다. 에페의 경우 빠른 찌르기, 사브르는 스피드를 이용해 베는 공격을 주로 하지만 플뢰레는 범위(몸통)가 좁기 때문에 머리를 많이 써야한다. 쉽게 말해 상대를 속여야한다. 속이고 당하는 과정에서 짜릿함을 느낀다.

-펜싱선수가 되는 것에 대한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
▲오히려 정반대로 지지를 많이 해줬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어린 마음에 짜증과 투정을 많이 부렸다. 하지만 늘 받아주고 아낌없이 지원해줬다. 그래서 친언니가 많이 서운해 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가족, 특히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버지는 아프기 전 주변에서 감독선생님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시합장에 많이 따라오셨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슬럼프였는데 당연히 출전할 거라 생각했던 딸이 탈락하니 아버지의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큰 대회 메달을 따서 아버지께 바치고 싶었다. 워낙 좋아하시고 바라셨으니까.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에는 어머니가 그 자리를 대신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인터뷰에서 어머니 언급을 안했더니 서운해 하시더라. 쑥스러워 표현은 안 했지만 늘 고마움을 느낀다.

-별명이 ‘파워 검객’이다.
▲외국선수들이 워낙 힘이 좋기 때문에 우리는 주로 빠른 다리를 이용해 공격하지만 나는 덜 밀리는 편이다. 힘이 좋아서 그렇다. 하지만 체력이 문제다. 1, 2라운드에서는 완승을 따내지만 3라운드에서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짧은 순간 힘만 좋고 금방 지치는 거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체력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아시안 게임 첫 금메달, “현희 언니는 본받을 점이 많은 언니”>
-아시안 게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개인전 첫 금메달이었는데 어땠나?
▲말 그대로 ‘엄청’ 좋았다. 단체전 금메달이 더 기쁘고 뿌듯하다 말했지만 사실 마지막 아시안게임이기도 했고 개인전 금메달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더 뜻 깊은 시간이었고 스스로 자랑스럽다.

-결승에서 만나길 기대했던 남현희를 준결승전에서 일찍 만났다.
▲결승이나 준결승 언젠가 붙어야할 상대였기 때문에 큰 부담감은 없었다.

-같이 훈련하기 때문에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알지 않나?
▲사실 언니가 출산 이후 전성기 때만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반면 나는 쉬지 않고 운동을 계속했고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 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연습 때도 지지 않아서 편하게 뛰었다.

-남현희 선수에게만 집중됐던 스포트라이트, 서운하지는 않았나?
▲그렇게 서운한 건 없다. 우리끼리 훈련할 때는 선생님들도 실력으로 평등하게 평가해준다. 다만 밖에서 보는 시선이 그렇다. ‘남현희에 가려’란 문구가 자주 나오는데 스스로 가려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인자, 2인자라는 수식어 때문에 당연히 내가 못할 거라 생각을 하는 건 서운하다.

-전희숙에게 남현희는 어떤 존재인가?
▲정말 본받을 점이 많은 언니다. 아이를 낳고도 경기에 출전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나의 경우 늦게 결혼할 생각이다. 아이 역시 선수생활을 마치고 가질 생각인데 다시 한 번 언니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결승전 ‘당연히 금메달’이라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두렵지는 않았나?
▲현희 언니를 이기고 올라간 것을 떠나 중국과 붙었기 때문에 여기서 지면 모든 게 나의 책임이라 생각했다. 긴장을 많이 했고 가장 집중해서 경기에 임했다. 진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뛰었는데 우승이 확정되자 힘들었던 상황이 쭉 지나갔다. 이제 좀 쉬겠구나 생각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왕배가 이상형은 아냐”>
-금메달을 따면 공개하겠다던 애인은 연예인 왕배였다.

▲방송인과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쉽게 밝힐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말하고 싶어 해서 금메달을 따지 않아도 밝히려고 했다. 남자친구가 고깃집을 해서 자주 들렀더니 이미 아시는 분들을 알고 언제 기사를 터트릴까 벼르고 있었다. 게임 끝나고 내는 걸로 합의했는데 미리 기사가 터졌다. 결승전이 끝나고 말하고 싶었는데 당황스러웠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 궁금하다
▲태릉에서 훈련하다 보니 재범이(유도 김재범)와 친한데 왕배도 그의 친구다. 같이 술자리를 하면서 여러 번 만나게 됐고 그러다보니 정이 생겼다. 처음에는 친구였는데 계속 잘해주고 재밌게 해주니 마음이 갔다. 적극적인 표현도 한몫을 했다. 왕배는 정이 많고 외로움도 잘 타는 스타일이다.

-연인과 이상형은 다를 수 있는데 왕배가 이상형에 근접한가?
▲완전 다르다(웃음). 쌍꺼풀이 없고 눈이 찢어진 여우상이 좋다. 연예인으로 말하자면 소지섭과 윤두준. 그런데 남자친구는 쌍꺼풀도 있고 동글동글한 강아지상이다. 이상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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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전희숙과 남자친구 왕배는 볼수록 닮아 보였다.

-TV방송에서 사유리가 한국남자들이 바람기를 이야기하며 "남자는 다 솔직히 똑같다. 왕배가 진짜 완전히 바람둥이다"라고 왕배를 가리켰다. 왕배는 나쁜 남자 스타일인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착한 남자다. 장난꾸러기에 까불거릴 것 같지만 방송이미지와 달리 순하고 로맨틱한 면도 있다. 끼고 있는 반지도 커플링인데 안 끼면 난리가 나서 꼭 끼고 있다. 무섭다. 이런 거는 잘도 본다.

-왕배가 만들어준 ‘간장새우’를 좋아 한다 들었다. 파워검객의 힘의 원천은 ‘간장새우’인가?
▲힘의 원천은 아니지만 남자친구가 음식점을 하기 때문에 음식을 싸서 훈련장에 자주 온다. 외출 시간은 짧고 거리는 멀어 내가 갈 수 없으니까. 음식을 많이 싸 와서 동료 선수들과 나눠 먹을 때면 내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데이트는 주로 어떻게 했나?
▲태릉에서 했다. 주차장에서 이야기하거나 근처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 끝이다. 10시에 문이 닫기 때문에 짧게 만난다. 문제는 일주일에 1번 오는 게 아니라 너무 자주 온다는 것이다.

-왕배의 외조는 10점 만점의 몇 점? 마음껏 자랑해 달라.
▲8점이다. 앞서 말했지만 운동한 후에는 쉬고 싶고, 자고 싶은데 보고 싶다고 오니까 그것 때문에 자주 싸운다. 보통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다고나 할까. 성격도 나는 털털하고 호탕한 반면 왕배는 여리고 애교가 많다.

-결혼생각은 아직 없나?
▲아직은 없다. 리우 올림픽은 일단 끝나고 생각해보겠다.

-밝히고 나서 알아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사실 왕배를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웃음). 알아보긴 해도 팬들이 몰리고 이러지 않아서 편하게 다닌다. 둘 다 꼬질꼬질하게 잘도 다닌다.

<큰 대회에만 커지는 팬들의 사랑 아쉬워>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8 은6 동3으로 한국 펜싱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비결은?
▲운동량이 정말 많다. 훈련하면서 힘들다고 짜증을 내곤 하지만 결과가 좋으니 웃을 수밖에 없다. 반복연습도 많이 한다.

-인천 아시안게임 종목별 시청률 중 여자 펜싱 플뢰레 결승이 7위였다(21일 18.4%). 펜싱 중에서는 가장 인기가 높았는데, 대회 이후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실감하는가?
▲많이 알아봐주니 아시안게임 여파가 크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멋있어요’ 하면서 알아봐주시니 기분이 좋다.

-한편으로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만 잠깐 커지는 관심이 아쉬울 것 같다.
▲세계선수권이나 그랑프리는 방송해주지 않는다. 가끔 해주면 꾸준히 인기도 많아지고 더 발전할 텐데 한순간이라 아쉽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펜싱 동호회도 늘어나고 좋아지긴 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크게 달리진 점은 없지만 행동에 더 조심하게 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부터 무릎과 허리 디스크를 안고 있다. 아시안게임 때문에 수술은 무리라 했는데 현재 상태 어떤지.
▲아시안게임 이후 입원해 허리디스크 시술을 받았다. 수술은 못한다. 수술은 곧 운동생활의 끝과 다름없기 때문에 허리에 호스를 달아 약물치료를 했고 꾸준히 약을 먹고 있다. 사실 디스크에 완치란 없다.

-리우 올림픽을 기점으로 선수생활을 마친다고 했는데, 은퇴 이후 계획은?
▲현재도 서울시청의 선수 겸 코치다. 선생님께서 선수생활을 마치고 팀 코치를 맡아달라 부탁하셔서 아마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을까 싶다.

-다시 태어나도 펜싱 선수를 할 것인가?
▲아니다. 다른 길로 가보고 싶다. 손재주가 좋아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걸 좋아한다. 미술 쪽도 괜찮다. (곰곰이 생각하다)그런데 다른 일을 하다 나도 모르게 펜싱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다시 칼을 잡게 된다. 펜싱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헤럴드스포츠=노유리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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