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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CC, ‘하승진 딜레마’ 풀어야 ‘스타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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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스타터'로 불리는 전주 KCC. 하지만 '하승진(왼쪽)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면 출발조차 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승진 딜레마.’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전주 KCC)에게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연관검색어다. 221c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높이는 분명 위력적인 무기지만 그걸 활용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음을 빗댄 표현이다.

가장 큰 댓가는 바로 스피드다. 하승진이 뛰는 KCC는 느리고, 두 일장일단(一長一短)의 차이가 뚜렷할수록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하승진 데뷔 후 KCC의 ‘슬로우 스타터’적인 면모는 결국 리그 후반으로 향하며 이 딜레마를 조직력으로 극복해나가는 과정과 궤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KCC는 2일 전자랜드를 상대로 지긋지긋한 9연패를 끊어 냈다. 발목 부상에서 돌아온 하승진과 함께 ‘그래, 3라운드지’하며 슬슬 시동을 걸 때가 됐나 싶었다(KCC의 라운드별 통산 승률: 1~2R-.442, 3~4R -.532, 5~6R .571).

하지만 5일 전주실내체육관. KCC는 홈에서 고양 오리온스에게 92-63, 29점차로 완패했다. 하승진이 13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지만 사흘 전과는 너무도 다른 경기력으로 시즌 16패(6승)째를 떠안았다. 순위는 여전하지만(9위) 중위권과의 승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오리온스는 하승진이 뛸 때 KCC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현민의 주도 아래 철저히 빠른 트랜지션과 2대2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최근 슬럼프를 인정했던 추일승 감독은 임재현과 김도수 등 베테랑을 선발 출전시키며 변화를 꾀했다. 이현민은 안정적인 임재현의 서포트를 받으며 12개의 어시스트를 보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수비에서 오리온스는 하승진이 공격하기 편한 자리로 볼이 투입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했다. 만약 골밑에서 하승진이 볼을 받으면 더블팀으로 막거나, 페인트 존 밖까지 하승진을 밀어내 치고들어오게 하는 식이었다. 사실 2일 전자랜드와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다만 이날은 KCC는 타일러 윌커슨(16득점 9리바운드)과의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했다. 하승진과 원활한 하이-로우 게임을 통해 30득점을 몰아쳤던 지난 경기와 달리 이날 윌커슨은 고비마다 턴오버를 남발하며 삐걱거렸다.

KCC는 외곽도 침묵했다. 9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이었던 신인 김지후는 자신감을 얻은 듯 9개의 3점슛을 시도했지만 단 하나만 림을 통과했다. 그사이 오리온스는 7개의 3점슛을 퍼부었다. 장염으로 결장했던 김태술이 돌아와 분전했지만 오히려 적극적인 몸놀림이 애처로워 보였다. 3쿼터에 이미 점수차는 22점차로 벌어졌고, 실망한 전주 팬들은 4쿼터가 시작되자 일찌감치 경기장을 떠났다.

하승진이 딜레마인 이유는 KCC가 문제를 알면서도 결국 믿을 건 하승진밖에 없다는 데 있다. 오늘같이 상대가 약점을 간파하고 스피드로 무장해 치고 들어와도 윌커슨이나 외곽 자원들이 터져주지 않으면 마땅히 내세울 카드가 없다. 허재 감독이 4쿼터에도 하승진을 출장시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오리온스는 이날 대승으로 최근 부진한 경기력에 숨통을 틔우게 됐다. 5위 부산KT와의 승차도 3.5게임으로 벌리며 추격을 뿌리친 모양새다. 추일승 감독은 “2대2 트랜지션 등 빠른 공격이 잘돼 승리할 수 있었다”며 “최근 위기를 겪고 있지만 잘 극복할 것”이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 5일 프로농구 결과
- 전주KCC(6승16패) 63-92 고양오리온스(14승9패)
- 울산모비스(18승4패) 93-79 서울삼성(5승18패)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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