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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T캡스 챔피언십]은퇴하는 배경은 “내 골프인생 스코어는 10언더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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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T캡스 챔피언십을 끝으로 14년 간의 프로생활을 마감한 배경은.


[헤럴드스포츠(경남 김해)=이강래 기자]배경은(29 볼빅)이 14년의 프로골퍼 생활을 정리하고 평범한 주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배경은은 9일 경남 김해의 롯데 스카이힐 김해CC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ADT캡스 챔피언십을 끝으로 정든 필드를 떠난다. 배경은은 이날 어머니가 지켜 보는 가운데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조용히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최종일 스코어는 1오버파, 그러나 그녀의 골프인생은 해피엔딩이었다.

배경은은 골프인생을 스코어로 말해 달라는 질문에 “생애 베스트 스코어가 61타다. 미국에서 2부 투어 뛸 때 메릴랜드주 경기에서 거둔 성적인데 내 골프인생도 같은 스코어”라고 말했다. 배경은은 이어 “시드전 한번도 안 가고 14년간 프로생활을 했으니 오늘 은퇴는 축하받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1985년생인 배경은은 서일중 3학년 때인 2000년 2부 투어를 거쳐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어린 나이에 프로골퍼가 된 배경은은 태광CC 인근 컨테이너에서 생활한다는 게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듬 해인 2001년 KLPGA선수권에서 프로데뷔 첫 우승을 거뒀고 2002년 LG카드여자오픈과 2005년 신세계배 KLPGA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다.

2005년 미국무대로 진출한 배경은은 2부 투어인 퓨처스투어에서 2승을 거둔 뒤 상금랭킹 3위 자격으로 LPGA투어에 입성했다. 그러나 7년 간의 LPGA투어 생활에선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루키 때 72홀 경기에서 3라운드를 마친 뒤 경기가 끝난 줄로 착각하고 부친과 함께 애틀랜타에서 템파 집까지 갔다 되돌아 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배경은은 “당시 돌아갈 때 8시간이 걸렸으나 골프장으로 되돌아 오는 시간은 6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미국에서 9년간 뛴 배경은은 3년 전 국내무대로 돌아와 선수생활을 이어 가다 좋은 배필을 만났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동계훈련 도중 가족과 함께 여행 온 남편과 라운드를 한 게 인연이 됐다. 심성이 고운 배경은은 어려서부터 주변에 좋은 에너지를 나눠 준 덕인 지 동료들이 부러워 할 만한 짝을 만났다. 조부와 부친이 모두 의사인 집안의 외아들과 지난 연말 화촉을 밝혔다.

신랑 이주홍씨는 압구정동에서 성형외과를 운영중이다. 착한데다 성격도 다정다감해 장인, 장모와 살갑게 지낸다고 한다. 이날 은퇴가 전혀 섭섭하지 않은 것도 좋은 신랑감을 얻은 것과 무관치 않다. 배경은은 “신랑이 외아들이라 시부모님께 빨리 손주를 안겨 드려야 한다. 은퇴후 첫 번째 계획은 내년엔 예쁜 아기를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랑 이씨는 골프를 그만두겠다는 배경은에게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일년 더 뛰어 보는 것이 어떻겠나?”란 의견을 냈다고 한다. 배경은은 “아빠는 결혼과 함께 골프를 그만 두라고 하셨는데 남편이 권해 일년을 더 뛰었다”며 “결혼 전엔 골프 성적의 노예로 살았으나 결혼생활이 행복하니 올해는 잘 쳐도, 못 쳐도 그런 게 없어졌다. 이제 은퇴했으니 하루 종일 잠도 자고 그동안 미뤄왔던 취미생활도 하고 싶다”고 홀가분하게 말했다.

딸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부친 배찬수 씨는 이날 대회장에 오지 않았다. 최근 춘천 라데나 골프장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위치에 전원주택을 마련한 배 씨는 전화통화에서 “주변에서 딸 골프 시킨다면 도시락 싸 갖고 다니며 말릴 것”이라고 농담을 한 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4년간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많았는데 이제 흐르는 세월과 함께 모두 지난 일이 되버렸다”고 말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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