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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샌프란시스코, 짝수해의 기적이 가능했던 이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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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우승을 이끈 메디슨 범가너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110번째 월드시리즈의 주인공은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는 30일(한국시간)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 캔자스시티 로얄스와의 경기에서 메디슨 범가너의 역투에 힘입어 3-2 한 점차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4승 3패로 시리즈를 마감한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5년 사이 세 번째이자 팀 프랜차이즈 역대 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됐다.

범가너
맷 케인은 단 2승만을 거둔 뒤 7월 초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린스컴의 구속 저하는 올해도 계속됐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시대를 장식한 두 명의 투수가 제 모습을 찾지 못한 가운데 올 시즌 팀 선발 평균자책점은 리그 10위(3.74)에 그쳤다.

이 와중에 선발진을 이끈 선수는 팀 선발 로테이션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메디슨 범가너였다.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로 나선 그의 성적은 18승 10패 2.98. 2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 진입에 성공했으며, 18승과 217.1이닝 그리고 219삼진은 모두 커리어 하이 성적이었다.

범가너의 진가는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7경기에서 5승 1패 1.03의 기록을 남겼으며, 월드시리즈 선발 2경기에서는 2승과 16이닝 1실점이라는 완벽투를 펼쳤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7차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사흘 휴식 후 등판조차 한 차례도 없었던 그는 5차전 완봉승 이후 이틀 휴식 후 마운드에 다시 올라 5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월드시리즈 성적은 3경기 3승 0.43이다.

피츠버그와의 와일드카드 단판승부는 그의 담대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막판 지구 우승에 실패하면서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 가을야구를 맞이했던 상황. 하지만 끝장 승부에서 나온 범가너의 완봉 역투는 샌프란시스코가 짝수해의 기적을 만드는데 있어 시발점 역할을 했다.

이 대신 잇몸
시즌 중반 케인의 시즌 아웃 외에도 샌프란시스코는 부상 악재와 싸워야했던 한 해였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파간과 스쿠타로의 테이블세터 동반 이탈이었다. 그들은 2012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로, 파간은 등 부상으로 6월 DL에 다녀온 뒤 9월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으며, 스쿠타로 역시 등 부상으로 올 시즌 단 5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2년간 파간의 존재 유무에 따라 팀 타선의 기복이 심했던 흐름은 올 시즌에도 이어졌으며, 스쿠타로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컨택 능력이 뛰어난 2번 타자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후반기 이후 완전히 다른 타자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은 브랜든 벨트는 지난 5월 손가락 골절에 이어 7월 뇌진탕 부상으로 100경기 넘게 결장했다. 마이클 모스는 순위 싸움이 한창인 9월 복부 부상으로 보름 넘게 그라운드를 떠나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샌프란시스코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백업 선수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조 패닉은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최고 히트 상품. 스쿠타로의 빈자리를 메우던 브랜든 힉스가 극도의 부진을 보이자 5월 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패닉은 6월 말 이후 줄곧 샌프란시스코의 2루 자리를 책임졌다. 시즌 타율은 .305. 특히 어린 나이 답지 않게 타석에서의 침착함을 선보인 그는 마이너시절부터 기대를 모은 컨택 능력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발휘하며 287타석에서 단 33개의 삼진만을 당했다. 이에 데뷔 초반 주로 하위 타순에 배치됐으나, 꾸준한 활약으로 보치 감독의 신임을 받은 시즌 막판에는 2번 자리까지 꿰찼으며, 포스트시즌에서도 전 경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더블 A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며 BA 평가 팀 내 유망주 순위 2위에서 9위까지 밀렸던 그로서는 뜻하지 않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스로 반전을 일궈낸 셈이다.

개막 전만 해도 제4의 외야수였던 블랑코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파간과 모스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펜스에 이어 팀 내 외야수 중 두 번째 많은 경기에 나선 그는 1경기에 나선 우익수를 포함해 외야의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AT&T파크의 외야를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1번 타순에만 나서면 얼어붙는 방망이와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은 다소 아쉬우나, 데뷔 후 가장 높은 출루율(.374)을 기록하며 파간의 부상 이탈로 인한 전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아울러 초반 극도의 부진을 딛고 일어선 아리아스와 시즌 중반 피츠버그에서 영입해 벨트의 공백을 메운 이시카와등도 샌프란시스코를 지탱해 준 원동력이었다.

마운드에서는 제이크 피비가 케인의 공백을 메웠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5년 만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로 돌아온 피비는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나선 12경기에서 6승 4패 2.1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보스턴에서 부진과 불운 속에 1승 9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반전이었다. 특히 마지막 9경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6승 1패 1.35)는 샌디에이고 시절의 그를 연상시켰으며, 지구 우승에 실패한 샌프란시스코가 와일드카드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데 있어 혁혁한 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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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세 번째 우승을 이끈 브루스 보치 감독


장기계약의 모범 사례, 그리고 브루스 보치
버스터 포지에게 올해는 지난해 개막 직전 체결한 8년간 1억 67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이 시작되는 첫 번째 시즌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인 덕분에 장기계약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예상처럼, 특유의 성실함으로 성공적인 8년 계약의 첫 해를 보냈다. 2년 만에 3할-20홈런에 복귀했으며, 주로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도 타율-홈런-타점 부문에서 모두 팀 내 1위에 올랐다. 헥터 산체스가 린스컴의 전담 포수로 나서는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올 시즌 1루수로서 가장 많은 35경기에 나서며 포수 포지션과 장기계약 사이의 불편한 상관관계에 유연하게 접근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FA 시장에 나오는 대신 홈 디스카운트를 감수하면서 시즌 종료 직전 5년 계약에 합의한 헌터 펜스 역시 특유의 리더십과 팀에 대한 충성심으로 성공적인 계약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우승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공로는 브루스 보치 감독에게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부상 선수들의 속출로 6월 초의 10경기 차 선두가 불과 한 달 만에 뒤집히는 최악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완전히 난파하지 않았던 것은 보치의 리더십과 위기 상황에서 신예 패닉을 과감하게 기용하며 돌파구를 찾는 등 그의 승부사적 기질 덕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신구 조화를 중요시 여기는 그의 성향답게 신예뿐만 아니라 노장들도 중용했는데, 올 시즌 팀에 합류한 팀 허드슨과 피비가 보여준 투혼은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끈끈함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

보치의 존재감은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불펜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보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 번 본인의 능력을 입증했으며, 고비마다 내던지는 대타 카드는 그의 승부사적 기질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실제 월드시리즈 6차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투수 교체는 성공적이었으며, 이번 포스트시즌에 나선 10개 팀 중 대타 타율 1위는 .333의 샌프란시스코였다.

보치 감독 스스로에게도 올해는 대단히 특별한 시즌이었다. 1995년 샌디에이고를 시작으로 어느덧 현역 최장수인 20년 연속 메이저리그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그는(샌프란시스코의 세이빈 단장 역시 현재 18년 연속 단장직을 맡으며 현역 최장수 단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 89승을 추가하며 통산 승수에서 1618승으로 토미 라소다 등을 제치고 통산 감독 승수 18위로 올라섰다.(현역 1위) 아울러 세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역대 10번째 감독에 이름을 올렸는데, 앞선 9명은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됐으며, 토니 라루사와 테리 프랑코나를 제치고 2000년대 최다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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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끈끈한 팀 케미스트리를 자랑한 샌프란시스코


바퀴벌레 케미스트리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바로 그들의 팀 케미스트리다. 포지와 펜스라는 대단히 이타적인 선수들이 팀의 중심에 위치한 가운데, 이번 가을 너무나도 일찍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을 린스컴은 디비전 시리즈 직후 인터뷰에서 ‘옆에서 동료들을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라는 말로 팬과 동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자 했다. 이 같은 팀의 성향은 ‘바퀴벌레’라는 별칭을 만들어냈으며, 그들 특유의 유대감은 2012년 포스트시즌 제도 변경 이후 첫 와일드카드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결과물로 도출됐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샌프란시스코는 언더독으로 평가 받았다. 지난 두 번의 우승과 비교해 주축 선수들이 이탈한 상황이었으며, 와일드카드 단판승부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엄청난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설마‘했던 짝수해의 기적은 올 시즌에도 샌프란시스코를 외면하지 않았다. 2014 월드시리즈 우승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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