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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치 감독의 마법,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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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브루스 보치 감독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정규시즌에서 감독의 역량이 팀에 몇 승을 더 안길 수 있느냐는 케케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팀의 모든 전력이 압축된 가운데 펼쳐지는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두말할 필요가 없이 승부의 열쇠다.

26일(한국시간) 열린 월드시리즈 4차전 역시 벤치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 3회 초 샌프란시스코 선발 보겔송이 페레즈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점수차는 1-4로 벌어졌다. 이날 패배 시 벼랑 끝에 몰리게 되는 보치 감독은 평소보다 일찌감치 승부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보치 감독은 계속된 2사 1,2루 위기에서 진 마치를 마운드에 올렸다. 마치는 올 시즌 주로 7회 혹은 8회 승리조 불펜으로 활약했던 선수로, 포스트시즌 포함 올 시즌 등판한 76경기에서 5회 이전에 등판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는 선수였다. 보치 감독이 롱 릴리프가 가능한 페팃을 올리는 대신 마치를 조기에 투입한 것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일단 지금 당장의 소나기를 피하자는 것. 캔자스시티의 막강 불펜 3인방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수 차가 더 벌어지면 힘들다는 판단을 한 보치 감독은 로모와 카시야를 제외하고 가장 믿을 만한 불펜 투수인 마치를 올려 당장의 불을 끄겠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3회 말 9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샌프란시스코의 타순도 보치 감독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최소 3이닝 이상의 투구가 가능한 페팃을 올릴 경우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대타를 쓸 수 없는 일련의 상황도 보치 감독이 마치에게 징검다리 역할을 맡긴 숨겨진 배경이었다.

보치 감독의 승부수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마치는 다이슨을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바르가스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3회말. 계산대로 마치 대신 대타로 타석에 선 더피는 이날 경기 샌프란시스코의 첫 번째 안타를 때려내며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한 뒤 2사 후 포지의 적시타 때 홈까지 밟았다. 비록 1점 추격에 그쳤으나, 4실점 후 급격히 무너질 수 있는 분위기에서 나온 한 점은 이날 샌프란시스코가 대역전승을 이끌어내기까지 팀이 버텨낼 수 있었던 중요한 원천이었다.

마치 대신 마운드에 오른 페팃은 기대대로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 사이 5회 말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펜스의 적시타와 페레즈의 동점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6회, 보치 감독의 선택은 다시 한 번 적중했다. 보치 감독은 3이닝을 단 33개의 공으로 막아낸 페팃 타석에서 아리아스를 타석에 냈다. 7회 이후 캔자스시티의 불펜 3인방이 버티고 있음을 감안해 보다 공격적으로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리아스는 우익수 앞 안타로 보치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리고 이어진 2사 만루 찬스에서 산도발과 벨트의 연속 적시타로 샌프란시스코는 기어코 리드를 되찾아왔다.

보치 감독의 승부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두 번째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후안 페레즈는 5회 동점 희생플라이를 기록한 뒤, 리드를 잡은 이후 곧바로 이어진 7회 초 수비에서 선두타자 고든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차단했다. 7회말 대타로 타석에 선 모스는 볼넷을 얻어내며 대량 득점의 연결고리를 역할을 하는등 이날 보치 감독의 선택에는 예외가 없었다. 이날까지 포스트시즌 들어 샌프란시스코의 대타 타율은 무려 .333로, 와일드카드 포함 나머지 9개 팀의 도합 대타 타율은 .209에 불과하다. 요스트 감독은 이날 두 차례의 대타 카드가 모두 실패했으며, 특히 4-4로 맞선 6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나온 대타 아오키의 병살타는 대단히 치명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결국 11-4의 대승을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4년간 두 차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서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브루스 보치. 그는 올 가을에도 본인의 역량을 여과 없이 발휘해내고 있다. 역대 월드시리즈 우승을 3차례 이상 이끌었던 감독은 조 토레와 토니 라루사를 비롯해 9명에 불과하며, 이들 모두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 있다. '바퀴벌레' 군단의 수장 보치 감독이 3회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역대 10번째 감독이 되기까지는 이제 단 2승만이 남아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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