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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 트윈스의 진정한 4번 타자를 소개합니다
25일 경기 결과: LG 트윈스11(3승 1패) 11-3 NC 다이노스 3(1승 3패)

INTRO - 그토록 찾았던 4번 타자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이 한 장의 캡처 사진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시즌 중반 필자는 우연히 포털 검색창에 이 선수의 이름을 쳐 본 뒤 이런 충격적인 검색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이 놀라운 검색 결과를 도저히 잊을 수 없어 캡처를 해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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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스에는 자질만큼은 인정받았으나 갖가지 이유로 오랫동안 터지지 않았던 불운한 한 선수가 있었다. 그는 하필이면 동명이인 슈퍼스타를 같은 팀 선배로 둔 탓에 모든 별명에 ‘뱅’이 붙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게다가 그는 트윈스에서만큼은 너무 흔해빠진 좌타 외야수였다. 이 선수가 언제 트윈스의 주전 외야수가 돼 2군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천재적 타격 재능을 발휘할지 기약할 수 없었다.

작은 이병규. 적토마 큰 이병규에 가려 항상 이름 앞에 ‘작은’을 붙이고 살았던 사나이. 큰 이병규를 비롯해 박용택, 이진영, 이대형 등 기라성 같은 좌타 외야 라인(오늘만큼은 이대형이 과연 ‘기라성 같은 좌타 외야에 포함되느냐?’는 논쟁을 피하고 싶다)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불운의 타자. 그는 2006년 신고 선수로 입단한 뒤 각고의 노력으로 2008년 퓨처스 북부리그에서 4할2푼6리라는 퓨처스 역대 최고 타율을 작성했다.

하지만 1군 무대에서 그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2010년 103경기를 소화하며 3할의 타율을 기록해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2011년 그는 고작 33경기만 소화했다. 2012년에는 69경기에만 나섰고, 지난해에도 73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율은 대충 3할 언저리에서 놀았으나 2011시즌부터 3년 동안 홈런은 고작 8개만을 때렸다. 퓨처스에서 4할을 치며 ‘미래의 4번 타자’로 기대를 받았던 이병규였지만, 현실은 참담하기만 했다.

일각에서는 잦은 부상으로 도무지 풀타임을 소화해내지 못하는 그의 성실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말도 되지 않는 억측이다. 신고 선수 출신인 그가 성실하지 않았다면, 어찌 팀을 대표하는 4번 타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주전을 보장받지 못해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고, 타격감을 찾았을 때에는 묘하게 부상에 시달렸다. 어찌 보면 지독히 운이 없는 야구 인생을 살았다. 그런 그의 나이가 어느덧 서른한 살. 이제 ‘작은’이라는 형용사를 앞에 붙이기에도 뭐한 중견 선수가 되고 말았다.

MBC시절부터 트윈스는 뛰어난 4번 타자에 목이 말랐다. 한 번 이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33년의 역사 중에 기억에 남는 막강한 4번 타자는 원년 백인천, 1994년 한대화, 2009년 페타지니 정도다. 게다가 이들마저도 2년 이상 그 위력을 이어간 적이 없다.

그런데 그토록 갈구했던 4번 타자가 이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서른 한 살의 나이에 만개한 기량을 펼치는 이병규. 그는 올 시즌 커리어 하이인 116경기에 출전해 3할6리의 타율과 16개의 홈런, 87개의 타점을 올렸다. 잠실이 홈이 아니었다면 능히 20홈런은 올렸을 기록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큰 이병규’의 그늘에서 벗어나 트윈스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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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스의 4번타자 이병규. 그는 이날 5타수 4안타 3타점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준플레이오프 4차전 MVP에 올랐다.

25일 시합, 3회 2사 1, 2루에서 그가 날린 3루타는 그야말로 트윈스의 막힌 혈을 뚫어주는 호쾌한 타격이었다. 트윈스의 분위기는 직전회 무사 만루의 찬스를 속절없이 날렸고, 3회에도 무사 1, 2루에서 2루 주자가 견제구에 횡사하며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하지만 트윈스에는 4번 타자 이병규가 있었다. 그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잠실 우중간을 가르는 통렬한 3루타를 날리며 팀을 구원했다. 바로 그 순간, 전날부터 이어진 갖은 불운으로 ‘어쩌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할 수도 있겠다’는 근심이 지배했던 트윈스의 기운을 승리 쪽으로 옮겼다.

그렇다. 바로 이런 역할이 4번 타자의 것이다. 큰 시합, 절체절명의 상황. 우리는 앞으로 이런 숨 막히는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나 당당히 내놓을 4번 타자를 얻은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이제 우리는 ‘이병규’를 검색창에 치면 적토마 이병규가 아니라 새로운 트윈스의 4번 타자 ‘빅뱅’ 이병규를 보는 순간을 경험했다. 물론 큰 이병규가 복귀하면서 이 같은 검색 결과는 다시 뒤바뀌어 지금은 큰 이병규의 프로필이 앞에 나온다. 하지만 서운할 것 없다. 큰 이병규가 트윈스에 남긴 위대한 족적만큼이나 트윈스의 팬들은 작은 이병규의 성장을 반가워하고 고마워한다. 아직 우리는 트윈스의 레전드인 큰 이병규를 놓아 보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하지만 작은 이병규, 아니 트윈스의 새로운 4번 타자 이병규를 맞을 준비는 충분히 돼 있다.

환영한다. 이병규! 이제 당신이 트윈스의 새로운 4번 타자다.

최고의 선수 - 이 강력한 좌타 군단들
트윈스에게 ‘좌타 라인’은 자랑이자 족쇄였다. 줄줄이 등장하는 3할대 좌타 라인은 상대팀에게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뜻밖의 약점이기도 했다. 뛰어난 우타 빅뱃이 없는 탓에 상대팀은 어지간한 능력만 갖춘 좌투수는 무조건 트윈스 전에 표적 등판시킨다. 그리고 트윈스의 좌타 라인은 신기할 정도로 상대팀 좌투수에게 고전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트윈스의 좌타 라인은 무적의 메가 트윈스 타선이었다. 3회 4번 타자 이병규가 우중간 3루타로 두 점을 뽑은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5회 1사 2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도망가는 점수를 만든 이는 바로 좌타자 ‘미스터 LG’ 박용택이었다. 뒤이어 4번 이병규가 다시 좌익수 앞에 적시타를 날려 점수 차이를 4대 0으로 벌렸다. 3점 차이로 쫒긴 6회 손주인의 타점으로 홈을 밟은 좌타자 오지환은 준플레이오프 긴 부진을 뚫고 안타를 쳐내 부활을 알렸다.

두 점을 내주고 5대 3으로 쫓긴 7회. 선두타자 박용택, 4번 타자 이병규, 5번 타자 이진영 등 좌타 군단이 줄줄이 안타를 쳐 6대 3으로 달아났다. 뒤이어 좌타자 스나이더가 볼넷을 골라 만루의 찬스를 얻은 뒤, 직전 타석에서 예열을 마친 좌타자 오지환이 우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왜 우리는 우타 빅뱃이 없는 거야?”라며 투덜거렸던 필자의 단견을 반성한다. 25일 자랑스러운 트윈스의 좌타 라인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물론 우타 빅뱃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이 없다. 우리에게는 리그 최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좌타 라인이 있기 때문이다!

*수은중독: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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