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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거침없는 공룡야구!] 감사합니다. 덕분에 8개월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헤럴드POP]25일 경기결과: 쌍둥이(3승1패) 11-3 공룡(1승 3패)

NC의 첫 가을이야기가 엔딩을 맞이했다. 2패의 부담을 안고 떠난 잠실원정에서 의미 있는 1승을 거뒀지만 마산까지 시리즈를 끌고 가진 못했다. 새드 엔딩이지만 전혀 슬프지 않다. 그동안 NC가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가득 안겨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여준 잠재력을 실력으로 승화시키며 1군 승격 2년 만에 강팀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신생팀 최단기간 70승을 거두고 멀게만 보였던 가을야구의 꿈도 현실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거침없는’ NC야구를 펼쳐줘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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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의 기본 조건은 수비. 정상급의 수비력을 가진 NC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3차전부터 되살아난 ‘NC표 명품수비’

강팀의 기본 조건이자 필수 조건은 수비다. 지난해 개막 7연패를 당할 때 잦은 실책으로 수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안정을 되찾았고 적극적인 수비로 안타성 타구를 걷어내는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그 결과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나타낸 지표인 DER에서 NC는 지난 시즌 1위(0.707)를 기록했다. 올시즌도 수비 잘하기로 소문난 이종욱과 손시헌이 가세하고 기존의 선수들도 노련미를 더하며 2년 연속 1위(0.692)에 올랐다. 이쯤이면 NC표 명품수비라 해도 손색이 없다.

공룡군단은 마산에서 열린 두 경기에서 첫 가을야구에 대한 긴장감과 승리에 대한 중압감으로 인해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부담을 내려놓은 채 맞이한 3차전에서 가벼운 몸놀림으로 여러 차례 호수비를 보여줬다. 이날은 선발로 나선 웨버의 제구가 시작과 동시에 흔들렸다. 빠른 공은 어느 정도 말을 들었지만 주무기인 커브가 말을 듣지 않았다. 신바람을 탄 LG의 타선은 계속해서 주자를 내보내며 웨버를 압박했다. 힘든 웨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준 것은 야수들의 수비였다.

가장 크게 활약한 선수는 3차전에서 결정적인 홈 블로킹 두 개를 보여준 김태군이었다. 이날도 빼어난 수비능력을 과시했다. 1회말 김용의가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시도했다. 발 빠른 주자에 다소 느린 변화구가 들어온 악조건 속에서도 김태군은 김용의를 정확히 저격했다. 3회 무사 1, 2루에서는 보기 드문 포수견제사도 선보였다. 약속에 의한 플레이었다. 김태군은 송구하기 편한 높은 볼을 요구했고 잡자마자 2루로 던졌다. 손시헌도 투구와 동시에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 방심하고 있던 주자를 덕아웃으로 돌려보냈다.

수비의 힘을 바탕으로 무사 만루의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2회말 무사 1, 2루에서 스나이더가 중전안타를 쳤는데 나성범이 빨랫줄 송구로 실점을 막았다. 이어 오지환은 파울 플라이로 막아냈다. 머리 뒤에서 오는 어려운 타구였으나 김태군은 이를 잡아내기보다는 공을 품어낸다는 느낌으로 받아냈다. 다음 타자는 4번 같은 8번타자 최경철. 최경철은 3·유간 깊은 타구를 보냈는데 이를 손시헌이 잘 잡아내 빠른 동작으로 1루 주자를 잡아냈다. 박민우 대신 선발출장한 지석훈은 스나이더와의 충돌도 불사하며 느린 걸음의 최경철을 아웃시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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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호부지'이호준의 영입은 역사상 최고의 FA영입사례일 듯싶다.

공룡이란 이름에 걸맞게 성장한 발 빠르고 파워 넘치는 타선

올시즌 NC의 공격은 너무나도 매서웠다. 무려 7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며 ‘NC육상부’의 위력을 보여줬다. 특히 뉴페이스 박민우가 무려 5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신흥 돌격대장이 됐고, 도루왕 출신 김종호(22개), 이종욱(15개)는 시종일관 상대배터리를 괴롭혔다. ‘나이테’로 불린 나성범-이호준-테임즈 트리오는 90홈런 300타점을 생산해내며 타선을 더욱 묵직하게 만들어줬다. 나성범과 테임즈는 거포의 상징인 30홈런 100타점 기록을 달성했고 주장 이호준은 ‘호부지’라는 별명답게 아버지처럼 묵묵하게 타선과 팀을 이끌었다. 지석훈, 이상호같은 백업선수들도 요소요소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날 궁지에 몰린 NC를 받쳐준 것은 지난해 거의 홀로 타선을 이끌었던 ‘호부지’ 이호준이었다. 3차전에서 결정적인 한방으로 승리를 이끌었던 이호준의 방망이는 오늘도 뜨거웠다. 5회 추가점을 내주며 4-0으로 끌려가던 6회초, 선두타자 테임즈가 우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호준은 몸 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제대로 잡아당겨 좌익선상 2루타를 터트렸다. 호타준족 테임즈는 엄청난 스피드로 베이스를 돌아 홈을 밟으며 만회점을 뽑았다.

이어진 수비에서 바로 한 점을 내주며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다시 한 번 이호준이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렸다. 7회초 2사 후 모창민과 나성범의 연속안타와 테임즈의 볼넷이 이어지며 만루기회가 찾아왔다. 이호준은 바뀐 투수 이동현의 공을 좌전안타로 연결시키며 점수 차를 2점으로 좁혔다. 하지만 이 점수가 2014시즌 NC가 일궈낸 마지막 점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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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NC는 오늘의 패배를 교훈삼아 더욱 거침없이 달릴 것이라 믿는다.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고,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패배는 언제나 아쉽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NC는 이제 겨우 2년차의 신생팀이다. 명장 김경문 감독의 지도와 프런트와 선수들의 노력, 열정적인 팬들의 사랑이 하나로 뭉쳐 2년 만에 강팀 반열에 올라서긴 했지만 아직 모자란 것이 많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맛본 세 번의 쓰디쓴 패배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예상치 못했던 부분은 믿음직스러웠던 선발투수들의 부진이었다. 찰리-에릭-웨버-이재학의 선발 4총사는 전원 8승-11QS(퀄리티 스타트) 이상을 기록하며 9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인 로테이션을 구축했었다. 하지만 3차전 승리투수였던 찰리를 제외하고 모두 4회를 넘기지 못하며 조기강판 되었다.

이로 인해 불펜투수들은 출석 체크하듯 마운드에 올랐다. 체력이 떨어지고 패턴이 어느 정도 읽힌 채 맞은 4차전에서는 7회에만 6실점하며 속절없이 경기를 넘겨줬다. 신생팀 특혜가 사라지는 2015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도 세 명만 영입할 수 있다. 동계훈련동안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할 4, 5선발을 찾는 숙제가 생겼다.

투타의 주축이 될 박민우와 이재학은 뼈아픈 성장통을 겪었다. 박민우는 2차전 9회초 승패를 결정짓는 실책을 범하며 잊지 못할 악몽을 꿨다. 타석에서도 포스트시즌 13타수 1안타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삼진은 6개나 당했으며 기회가 올 때마다 번번이 삼진으로 물러났는데 경기 중 감정표현이 드문 박민우도 배트를 내려치며 분을 표출했다.

이재학은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1이닝도 못 채우고 ⅔이닝 동안 4피안타 5실점하며 강판 당했다. 명예회복을 노린 4차전 구원등판에서도 첫 이닝은 잘 막았으나 다음이닝에서 2실점하고 말았다. 박용택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이재학은 고개를 푹 숙였고 바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본인에겐 아주 힘든 순간이지만 지나간 과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지금 분노와 아쉬움을 자양분 삼아 겨우내 구슬땀을 흘린다면 이보다 더 큰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 믿는다.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고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라는 말을 남긴 미국의 전설적인 투수 크리스티 메튜슨이 명언을 가슴속에 새기길 바란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공룡군단은 긴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시즌 내내 거침없이 달리며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고 팬들을 웃음 짓게 했다. 하루하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NC가 내년에는 또 얼마나 발전할 것인지, 어떤 선수가 갑자기 등장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지난 8개월 동안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준 공룡군단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로운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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