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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거침없는 공룡야구!] 2010년 김경문을 기대한다
22일 경기 결과: 공룡(2패) 2-4 쌍둥이(2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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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타석에서도 수비에서도 아쉬움이 많았던 박민우, 지금 필요한 것은 자괴감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승부를 가른 수비미학

이날 승부는 수비로 갈렸다. LG의 수비는 탄탄했고 NC의 수비는 아쉬움이 많았다. 야구의 기본은 수비다. 아무리 타격을 못하더라도 실점을 내주지 않으면 최소한 패하지는 않는다. 매 순간순간이 중요한 단기전에서는 수비력이 더욱 강조된다. 타격에는 슬럼프가 있지만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다. 지옥을 방불케 하는 펑고로 유명했던 김성근 감독의 SK가 전성기를 누렸던 원동력도 수비였다.

2차전 LG의 수비에서는 품격이 느껴졌다. 4회말 1사 1, 3루에서 2루수 김용의가 제자리에서 풀쩍 뛰어오르며 테임즈의 안타성 타구를 걷어낸 뒤 귀루하지 못한 나성범마저 객사시켜 버렸다. 이는 앞서 이진영의 좋은 수비가 밑거름이 됐다. 1사 1루에서 나성범이 우익선상으로 가는 총알 같은 타구를 보냈다. ‘국민우익수’ 이진영은 빠른 펜스플레이에 이른 정확한 송구로 나성범의 2루 행을 저지했다. 만약 이진영이 허술한 수비를 해 2, 3루가 만들어졌다면 김용의는 병살타를 노리고 2루 쪽에 한발 붙어있지 않았을 것이고, 테임즈의 공도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1차전의 영웅 최경철은 19일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완벽했다. 안정적인 리드는 물론이고 투수의 폭투를 블로킹 한 뒤 2루로 뛰어 들어가는 주자를 잡아내는 모습을 두 번이나 연출했다. 그리고 이날도 위기상황에서 강한 어깨를 자랑했다. 6회말 1사 1,2루에서 대타 권희동이 들어왔다. 홈런 한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라 모든 관심은 타석에 집중되었다. 그 상황을 틈타 대주자 이상호는 갑작스런 3루 도루를 감행했다. 하지만 최경철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확한 송구로 주자를 잡아냈고 경기장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반면 NC의 수비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고국에서 외야수로 활동하던 테임즈는 한국에 건너오며 처음으로 1루 글러브를 껴봤다. 패기 넘치는 플레이와 반사신경을 앞세워 어느 정도 적응은 했지만 전문 1루수의 수비는 아니다. 4회초 NC는 테임즈의 아쉬운 플레이 두 개로 인해 큰 위기를 맞았다. 먼저 1사 1루에서 에릭의 견제구를 어설프게 잡으려다 놓치며 주자를 허무하게 2루에 보냈다. 이어 최경철의 기습적인 푸시번트에 한 발 늦은 스타트를 끊었고, 1루에 포물선 송구를 하며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구원 등판한 임창민이 틀어막지 않았더라면 분위기가 완전히 LG쪽으로 넘어갈 법한 상황이었다.

결정적인 추가실점도 수비가 원인이었다. 박민우는 고교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타격을 자랑하지만 수비에는 항상 물음표가 붙었다. 지난해 개막전 선발 2루수로 나왔다가 퓨처스로 바로 내려간 이유도 어설픈 수비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9회초 1사 1루, 이병규가 내야 높은 뜬공을 퍼 올렸다. 1루 주자 문선재는 이미 도루를 시도했었고 아웃카운트를 착각한듯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했다. 박민우가 잡아내기만 하면 병살타로 이닝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타구가 떨어짐과 동시에 주춤거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허우적거리며 공을 놓치고 말았다.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실책. 봉중근에게 한 점만 뽑으면 된다가 아니라 두 점이나 뽑아내야한다는 중압감이 타자들의 어깨를 짓눌렀고 그 결과 9회말은 3연속 삼진으로 허무하게 끝났다.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위치를 옮긴 나성범도 불안했다. 코너 외야수는 중견수와 달리 타구를 옆에서 바라봐야하고 휘는 타구들도 많기 때문에 낙구위치를 잡기 더욱 어렵다. 실책은 없었지만 타구가 우익수를 향해 갈 때마다 본인은 물론이고 경기를 바라보는 팬들도 조마조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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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의 공은 좋았다. 하지만 연속무승경기는 18경기로 늘어났고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어쩌면 오늘 피칭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될 수도 있다.

Don't Cry 에릭

승리의 여신은 언제쯤 에릭에게 미소를 보여줄까? 에릭은 지난해 3.63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남기고도 적은 득점지원으로 인해 단 4승만을 챙겼다. 올해는 운이 좋은 줄 알았다. 6월 중순까지 8연승을 내달리며 다승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에릭은 올해 쓸 운을 모두 가불했었나 보다. 마지막 17번의 선발등판에서 꾸준히 좋은 피칭을 하며 QS(퀄리티 스타트)도 6개나 올렸지만 단 1승도 건지지 못했다.

에릭은 승운이 없는 투수인건 맞지만 능력이 모자란 투수는 절대 아니다. 140km 후반대의 속구와 주무기인 너클커브의 조합은 위협적이다. 이날도 이 조합은 잘 먹혀들어갔다. 속구는 타자에게 가장 멀게 느껴지는 바깥쪽 낮은 곳에 너클커브는 춤추듯 김태군의 미트에 팍팍 꽂혔다. 아웃카운트 10개중 5개를 삼진으로 장식했다.

에릭의 호투는 실투에 묻혀버렸다. 1회 선두타자 정성훈과 4회 1사 1루 상황에서 스나이더에게 던진 두 개의 공(피홈런)은 모두 같았다. 장타자들이 맛있어 하는 높은 쪽 직구였다. 정성훈에게 기선을 제압당하고 스나이더에게 카운터를 얻어맞은 에릭은 오늘도 승리를 맛보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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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민의 호투가 없었다면 역전에 대한 기대는 물론 3차전에 대한 희망도 품을 수 없을 것이다. 22일처럼 희망고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임노예’의 반가운 부활

홈런을 맞은 에릭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용의의 우전안타-테임즈의 실책-최경철의 번트안타가 이어지며 1사 1, 3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김경문 감독은 에릭을 조기강판하고 임창민을 선택했다. 선택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임창민은 손주인의 스퀴즈 번트 때 3루 주자를 잡아내고 정성훈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임노예’ 임창민의 화려한 복귀였다. 지난해 NC의 최대약점은 허약한 불펜이었다. QS를 밥 먹듯이 하는 선발진이 리드를 유지한 채 마운드를 내려가도 불펜들이 불을 지르는 경기가 허다했다. 팬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는 유일한 불펜에이스가 바로 임창민이었다. 이기는 상황은 물론이고 역전을 노리는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올랐다. 오죽 부려먹었으면 ‘노예’로 불렸을까? 그 결과 6승 6패 4세이브 9홀드로 투수가 가져가는 네 가지 결과물을 골고루 챙겨갔다.

“쟤 또 나오네?”라는 소리를 듣던 임창민의 모습을 올해는 보기 힘들었다. 시즌 초반 허리부상으로 인해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7, 8월에는 투구 밸런스를 찾는 데 중점을 두며 2군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9월 로스터 확대와 동시에 1군에 올라온 임창민은 우리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12경기에 나서 2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0.59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남기며 필승조로 복귀했다. 임창민은 6회초 2사까지 굳건히 마운드를 지키며 더 이상의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유일한 득점이 나왔던 7회 테임즈의 솔로홈런이나 이태원의 적시타 때 역전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도 임창민의 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홈에서 뼈아픈 2연패를 당하긴 했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남은 경기는 모두 총력전이다. 3차전에는 LG에 강한 찰리가 나설 가능성이 크고 야수들의 타격감도 점차 올라오고 있다. 특히 2010년 두산 시절 지금과 똑같이 홈에서 2연패를 당한 상황에서도 3연승을 일궈냈던 역전의 명수 김경문 감독이 있다.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NC에게는 순간의 환호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이 중요하다. 지금 박민우와 나성범등 젊은 선수들이 겪고 있는 좌절은 본인은 물론 NC에게도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야구명언도 ‘이기면 조금 배울 수 있고 지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지금의 부진을 나무라고 싶진 않다. 다만 지금의 성장통이 영원한 트라우마가 되질 않길 바란다. 양키즈의 전설적인 선수 요기 베라가 한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곱씹어봐야 할 때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로운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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