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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인의 런던 풋!ball] EPL 4라운드 과외 8가지
EPL4라운드는 아주 흥미로웠다. EPL을 조금이라도 챙겨본 팬들은 첼시의 디에고 코스타와 맨체스터 유나이트의 앙헬 디마리아가 얼마나 뛰어난 경기를 펼쳤는지, 아스널의 마티유 플라미니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 잘 알 것이다. 이번 [이재인의 런던 풋!ball]은 잘 알려지지 않은 소소한 관전포인트 8가지를 정리해 봤다.

1.세트피스는 아스널의 최대 약점?
아스널은 이번 시즌 상대방의 헤딩슛으로만 무려 4골을 허용했다.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였던 크리스털 팰리스 전을 아스널의 골기퍼 보이치에흐 슈제츠니는 “아스널의 최대 약점은 세트피스 (Set Piece)”라고 인정했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의 수비수들은 코너킥 상황에서 브레데 한겔란트를 놓치고 헤딩골로 골을 허용했다. 이때만 해도 아스널 팬들은 장신인 페어 메르테자커가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가 돌아오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후 맨시티 전에서는 메르테자커가 뜀에도 불구하고 코너킥 상황에서 아스널은 상대 마르틴 디메첼리스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아스널의 레전드 수비수이자 현재 아스널의 수석 코치인 스비브 볼드가 팻 라이스의 후임으로 수석코치를 맡은 후 아스널의 수비는 한층 안정감을 찾았지만 여전히 세트피스와 수비 시 공중볼 다툼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2. 아스널 풀백의 미숙함
맨시티와의 경기가 끝난 후 아스널 팬들에게 비난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플라미니와 풀백 나초 몬레알이다. 키어런 깁스의 부상으로 그를 대신해 오랜만에 선발로 나온 몬레알과 오른쪽 풀백 마티유 드뷔시는 공격적인 성향이 너무 강해 과한 오버래핑(Overlapping)을 많이 선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 오버래핑 후 공을 잃었을 때 맨시티의 빠른 속공에 대응하지 못해 아래 그림과 같이 노란색 공간을 너무 쉽게 내주고 말았다. 이러한 풀백의 미숙함을 알고 있던 맨시티의 펠레그리니 감독은 강철 체력과 놀라운 스피드를 가진 헤수스 나바스를 선발로 내세워 아스널의 측면 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나바스는 자주 선발로 나온 선수가 아니기에 펠레그리니 감독이 아스널 풀백들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인 플라미니는 몬레알과 드뷔시로 인해 비게 된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커버하지 못했다. 선제골도 이런 과정에서 내줬다.

아스널에게 최고급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약한 포지션을 더욱 악화시킨 장본인은 과한 오버래핑을 한 몬레알과 드뷔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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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풀백의 과도한 오버래핑으로 오픈된 뒷공간. 그래픽=이재인


3. 잭 윌셔의 로열티(loyalty)
최근 잭 윌셔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맨유의 전설 폴 스콜스, 리버풀에서 클럽 캡틴을 맡았던 제이미 레드냅 등은 윌셔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기량이 정체된 게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던 윌셔는 이제서야 부상을 씻어낸 듯 폼을 되찾고 있다. 맨시티 전에서 아론 램지를 대신해 중앙을 이끌며 감각적인 패스를 선보였고, 골 맛도 봤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아스널 팬들이 그토록 윌셔를 열광적으로 서포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사미아 나스리를 숄더 투 숄더(Shoulder to Shoulder) 몸싸움으로 제압해 쓰러트렸기 때문이다.

아스널에서 맨시티로 이적한 나스리는 경기 내내 아스널 팬들에게 야유를 받았다. 최근 나스리는 "내가 받는 야유는 멍청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아스널 팬이 아니다. 런던 출신도 아니다"며 직설적으로 말해 아스널 팬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나스리는 아스널의 팬들 앞에서 보기좋게 윌셔에게 제압당하고 넘어짐으로써 조롱거리가 됐고 윌셔는 더욱 더 큰 영웅이 되었다. 잭 윌셔는 아스널에서 9살부터 성장한 선수로 아스널에 대한 사랑(loyalty)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대니 웰벡의 이적을 "이는 아스널이 나를 1,600만 파운드에 이적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여 웰벡을 쉽게 판 맨유를 비난했다.



4. 아스널의 '부상 또 부상'
이번에도 아스널은 시즌 초반부터 부상병동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마티유 드뷔시가 부상으로 2개월 이상 전력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올리비에 지루, 키어런 깁스, 테오 월콧 등 이미 주요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다.

아스널은 시즌마다 주요선수들의 부상에 시달려 왔다. 토마스 로시츠키, 아론 램지, 잭 윌셔, 테오 월콧, 아부 디아비,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 등과 같이 시즌 중 큰 부상을 당해 복귀까지 오랜 시간을 허비한 선수들이 많다. 물론 다른 클럽들도 부상을 당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아스널처럼 주요 선수들이 매 시즌마다 큰 부상을 당하는 클럽은 없다.

부상은 아스널이 리그 우승을 못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아스널은 선수층이 첼시와 맨시티처럼 두텁지 못하기 떄문이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벵거 감독은 독일 월드컵대표팀의 피트니스 코치 섀드 포르사이트(Shad Forsythe)를 이번 여름에 영입했다. 포르사이트 코치는 독일대표팀과 2004년부터 함께 일한, ‘피트니스 코치계의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피트니스부터, 영양섭취, 물리치료, 회복능력, 심리학까지 두루 관리하는 포르사이트는 이미 각 선수의 특성을 파악하고, 벵거 감독과 여러 코치들의 훈련 방법을 그의 철학에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상명단을 보면 아스널이 아직 그의 효과를 못보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번 여름 아스널의 최고 영입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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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에 합류한 전설적인 피트니스 코치 섀드 포르사이트. 사진=아스널 홈페이지



5. 바카리 사냐의 표정을 보았는가?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콜로 투레, 사미르 나스리 등 많은 선수들이 아스널에서 맨시티로 이적을 했다. 나스리를 포함해 맨시티로 이적해 성공적인 사례가 많다. 2007년도부터 아스널에서 213경기에 출전한 사냐도 이번 여름에 맨시티로 이적했다.

사냐는 이번 아스널과의 원정경기에서 벤치를 지켰다. 그의 모습은 카메라에 잡혔고 매우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분명 ‘내가 이적하지 않았으면 이 경기에 선발로 나왔을 텐데..’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을 것이다.

사냐가 파블로 자발레타를 제치고 선발로 나오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 자발레타는 작년 시즌 무려 48경기에 출전하며 시즌 내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맨시티 감독 펠레그리니는 4개의 트로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기 때문에 이번 시즌은 한 포지션 당 2명의 선수들을 더욱 더 확실히 로테이트(Rotate)할 것을 암시해왔다. 이처럼 사냐에게는 기회가 올 것이다. 그의 이적이 성공적일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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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리 사냐. 그는 과연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사진=맨시티 홈페이지



6. 산체스, 다마리아, 코스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알렉시스 산체스, 앙헬 디마리아, 디에고 코스타는 이번 EPL 4라운드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골도 기록했다. 코스타는 EPL 첫 4경기에서 7골을 몰아넣으며 그가 왜 최고 공격수인지 입증하고 있다. 그 유명한 토레스가 첼시로 이적해 7골을 넣기까지 43경기를 뛰어야 했다. 더욱 더 대단한 사실은 코스타는 7골을 넣기까지 총 14번의 슛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골을 잘 넣는 것이 이 세 선수의 가장 큰 공통점이 아니다. 세 선수의 가장 큰 공통점은 완벽한 팀 플레이어라는 것이다. 특히 산체스와 디마리아는 수비 가담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들은 강철 체력으로 끊임없이 달리며, 공을 잃었을 때 상대방을 열심히 압박하며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전방 공격수 코스타는 2선에 있는 미드필더들을 리드하며 압박을 전방에서부터 가했고 미드필더들이 하나가 되어 압박을 하지 못할 때는 소리를 지르면서 선수들을 다그치기까지 했다. 공격뿐만이 아니라 수비, 압박에 모두 능한 이들은 완벽한 팀플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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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디마리아, 코스타, 산체스. 이들은 완벽한 팀플레이어다.



7. 아스톤 빌라: 로이 킨의 효과
아스톤 빌라는 4경기 무패행진(3승1무·승점 10)을 달리고 있다. 리버풀과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이긴 아스톤 빌라는 처음에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으로 나오다가 미들필더 5명의 라인을 플랫(Flat)으로 유지하며 철벽수비를 펼쳤다. 리버풀은 무려 75%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공격을 퍼부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샷 온 타겟(Shot on target)’이 각 팀당 1개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스톤 빌라의 폴 램버트 감독은 맨유의 전설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로이 킨을 수석코치로 임명하며 그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랩버트 감독은 킨 수석코치와 함께 훈련 중 수비와 압박에 중심을 두었고, 그 결과 선수들의 체력을 수 개월 만에 크게 향상시켰다고 한다.

세밀하고 정교한 킨의 훈련방법에 아스톤 빌라 선수들은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가브리엘 아그본라허는 킨에 대해서 “아스톤 빌라에게 꼭 필요한 코치이다. 그의 말 하나하나에 모든 선수들이 귀 기울인다. 그는 분명 아스톤 빌라를 더욱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톤 빌라의 최고 여름영입은 선수가 아닌 수석코치 로이 킨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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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아스톤 빌라의 최고 영입이 될까? 맨유의 전설 로이 킨.



8. 리버풀: 이것만은 주목하자
리버풀은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서 루이 수아레즈, 다니엘 스터리지, 라힘 스털링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이 경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아스톤 빌라 수비수들이 마리오 발로텔리의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한 점이다. 필리페 센데로스는 발로텔리를 끊임없이 자극하며 거친 태클을 4번이나 했다.

발로텔리의 성격을 잘 아는 EPL 수비수들은 앞으로 꾸준히 그를 괴롭힐 것이다. 그가 앞으로 이번 경기처럼 잘 대처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 경기에서 조던 헨더슨의 활약도 얘기하지 않고 지나갈 수가 없다. 리버풀과 잉글랜드의 핵심 미드필더로 성장하고 있는 헨더슨은 뛰어난 활동력뿐만이 아니라 무려 112개의 패스로 이번 시즌 한 경기에 가장 많은 패스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2012년에 리버풀에게 방출될 뻔한 헨더슨은 엄청난 노력과 끈기로 어느덧 팀의 핵심선수로 성장했다.

이 경기의 마지막 관전포인트는 바로 리버풀의 중앙 수비수들이다. 데얀 로브렌과 마마두 사코는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들은 전반전에 단 한 번의 성공적인 태클도 기록하지 못하며 로저스 감독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최근 사코는 로브렌과의 파트너십에 만족을 표했고, 로브렌과는 프랑스어로 대화를 해 의사소통이 더 잘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경기 후 로저스 감독은 두 선수에게 호흡을 더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싶다. 이후 훈련에서 사코와 로브렌에게 특별과외를 실시한 것이다.

챔피언십(Championship) 선수들이 작년 시즌부터 빈센트 콤파니(맨시티)의 비디오 영상을 자주 보며 그의 움직임을 보고 배우고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4라운드에서도 탁월한 신체조건으로 수비를 멋지게 이끈 콤파니는 챔피언십 수비수들뿐만이 아니라 EPL의 수비수들도 보고 배워야 하는 선수다. [헤럴드스포츠(런던)=이재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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