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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5cm 메이저리그 강타, 호세 알투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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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프랜차이즈 역사상 첫 타격왕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는 호세 알투베 (사진=OSEN)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작은 고추가 맵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호세 알투베를 둘러싼 진부한 문구들이다. 그간 그를 향한 찬사는 ‘기특함’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는 분명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타이틀 홀더도 아니었으며 슈퍼스타는 더더욱 아니었다. 165cm(?)의 메이저리그 최단신 선수가 리그 최약체 팀인 휴스턴을 이끌고 간다는 사실이 그의 평가에 후광효과를 내고 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그는 자신의 야구 인생에 있어 새로운 변곡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15일 현재 알투베는 .339의 타율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자신의 개인 통산 첫 3할 타율 입성이 확실시 되고 있으며, 최다안타(206)와 도루(52) 부문에서도 독주 체제를 갖추며 아메리칸리그 선두에 올라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200안타를 돌파한 선수는 알투베가 유일하며, 안드레스 갈라라가, 매글리오 오도네즈, 카를로스 곤잘레스 그리고 미구엘 카브레라 등 쟁쟁한 스타들에 이어 역대 5번째 베네수엘라 출신의 타격왕을 노리고 있다. 4개의 안타만 추가하면 팀 프랜차이즈 기록인 크렉 비지오의 210안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며, 타격왕-최다안타-도루 타이틀을 동시에 차지하게 될 경우 2001년 이치로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자 메이저리그 역대 4번째 기록을 세우게 된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투고타저의 흐름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평균 타율은 .251로 마운드 높이 조정과 지명 타자의 도입을 불러온 1972년의 .244이후 4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알투베는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흐름을 거부하며 지난해까지 기록한 자신의 통산 타율(.285)보다 5푼 이상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알투베의 질주를 이끌고 있는 것일까.

초구공략의 비밀
답은 초전박살에 있다. 올 시즌 알투베는 초구 타격으로 138타수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올 시즌 메이저리그 규정타석을 채운 151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적은 타석 당 3.12개의 투구수 유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초구 타율 .420를 기록하고 있으며,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은 58개의 초구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알투베의 지난해까지 초구 타격 비율은 18.6%, 올 시즌은 21.8%다. 현재까지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는 초구 타격이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가 초구 타격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은 상대 투수의 투구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알투베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통한 갭 파워는 갖고 있으나, 담장을 넘길 만큼의 파워는 지니지 못하고 있다. 또한 체격의 특성으로 인해 스트라이크 존이 좁을 수밖에 없는 탓에 카운트에서 밀릴 경우 투수들은 볼넷에 대한 압박감을 받기 마련이다. 이에 볼넷을 내줄 경우 도루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투수들은 단타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집어넣고 있으며, 알투베는 이 같은 상황을 효과적으로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알투베의 자기 객관화 능력이다. 자신이 팀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알투베는 본인의 신장으로 인한 핸디캡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약점 대신 장점을 극대화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윙을 크게 가져가기 보다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정확성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한 필수조건인 스프레이 히터로서의 면모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또한 최근 3년 연속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설 만큼 빼어난 체력도 유지하고 있으며, 데뷔 후 단 한 차례도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지 않으며 나름의 내구성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땅콩의 성공신화
알투베가 단순 상대 투수와의 머리싸움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약 12파운드(5.4kg)를 감량한 채 클럽하우스에 나타났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핸디캡을 장점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알투베는 지난 8월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실제 체중 감량 이후 뱃 스피드가 빨라졌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타석에서의 체중 이동이 보다 빠르고 원활하게 이뤄진다고 언급하면서, 타격을 위한 스트라이드 과정에서 왼 발을 앞으로 디딘 후 투구의 스트라이크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고 언급했다.

실제 올 시즌 알투베는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이 지난해 60.9%에서 올 시즌 64.8%로 높아졌으며, 스윙 스트라이크 비율 4.4%는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 중 9번째로 낮은 수치다.

또한 체중 감량은 주루 플레이에서도 혁혁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알투베는 2012년 75%에서 지난해 72.9%로 떨어진 도루 성공률을 올 시즌 88.1%로 크게 끌어올렸다. 도루에 자신감이 붙은 그는 데뷔 후 가장 많은 도루 시도에 나서고 있으며, 개인 통산 최다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타이틀 획득에도 가까이 다가선 모습이다.

2006년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에서 알투베는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캠프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장에 채 들어서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야구선수로는 지나치게 왜소한 체구를 갖고 있던 그를 구장 보안 요원이 배트 보이로 오인해 집으로 돌려보내려 한 것이다.

땅콩에 비유될 만한 그의 작은 키로 인한 해프닝이었다. 물론 알투베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경기장에 들어간 당시 16세의 꼬마(?)는 당당히 휴스턴과 계약을 맺고 미국 땅에 입성하게 된다. 이후 8년의 시간이 지난 2014년. 알투베는 팀 프랜차이즈 역사상 첫 타격왕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165cm의 메이저리그 최단신 선수가 어느덧 빅 리그 무대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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