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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야구 Just For Twins!] 누가 그들을 ‘웃음후보’라고 불렀나?

  • 기사입력 2014-09-0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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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결과 : LG 트윈스 3 - 5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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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웃음후보' 한화가 아니다. 7일 LG와의 경기에서 9회말 극적인 끝내기 투런 홈런을 날린 한화의 최진행.

INTRO - '후반기 최강' 오렌지 군단

대충 합을 몇 번 겨뤄보면 상대의 힘을 알 수 있다. 명불허전! ‘하반기 최강’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트윈스가 최근 이글스에게만 4연패를 당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 팀이 정녕 전반기 승률 3할대 초반에서 헤매던 그 팀이 맞나 싶었다. 7일 보여준 오렌지 군단의 모습은 도무지 빈틈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강팀의 그것이었다.

이글스는 2007년 정규시즌 3위를 끝으로 가을야구와 멀어졌다. 이듬해 2008년에는 5위로 그럭저럭 버텼으나 이후 끝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2009년 최하위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이글스는 무려 4차례나 꼴찌를 했다. 유일하게 꼴찌를 면한 2011년 이글스의 순위는 7위였는데 이 해 최하위는 정상적인 전력을 갖춘 프로팀이라고 보기 어려웠던 히어로즈였다. 마침내(!) 이글스는 지난해 KBO 역사상 처음으로 9위를 차지했다. 2008년 이후 그들의 성적은 5-8-8-7-8-9였다.

이런 성적표를 받고도 이글스 팬들은 뜨겁게 대전 한밭 구단을 채운다. 그래서 이글스 팬들에게 붙은 별명이 ‘보살’이다. 사실 남의 이야기 할 것도 아니다. 과부 심정은 홀아비가 잘 안다고 이글스 팬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트윈스 팬들이다. 이글스가 최근 5년 동안 최하위 4번을 차지하며 ‘뜨겁게’ 못했다면, 트윈스는 2012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못했다. 2003년 이후 트윈스는 무려 10년 동안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고, 이 기간 동안 올린 성적은 6-6-6-8-5-8-7-6-6-7이었다.

이글스의 암흑기 중 유난히 화제가 만발했던 해가 2012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해 이글스에는 박찬호가 합류했고, 일본에 진출했던 김태균이 컴백했다. 또 FA였던 송신영을 영입하며 이글스는 단연 스토브 리그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 이글스를 우승후보로 꼽는 이들도 생겼다.

하지만 그해 이글스의 성적은 예외 없는 꼴찌였다. 한국의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상대팀의 몰락을 다소 과장되게 비웃는 경향이 있는데, 타팀 팬들은 ‘우승후보’를 꿈꿨던 한화에게 ‘웃음후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붙였다. 2014년 한화의 부진이 계속되자 한화에게 승을 챙긴 팀의 팬들은 교육감 선거에서 생긴 유행어를 빗대 “미한화다!”를 외치곤 했다.

미래의 일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필자는 올해는 몰라도, 2015년 이글스라면 최근 6년의 굴욕을 반드시 떨쳐낼 전력을 갖추었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팀의 축이 잡혔다. 이태양, 유창식이라는 젊은 두 영건 선발투수의 성장이 눈부시다. 올해 부진했지만 이미 그 자질을 입증한 송창현도 있다. 외국인 두 선발이 제 몫을 해 준다면 5선발까지 상당한 짜임새가 생긴다. 게다가 '안정진 트리오'로 불리는 필승조도 탄탄하다. 더 이상 한화의 투수진은 최약체가 아니다.

센터라인도 완벽에 가깝다. 안정된 투수진에 한화의 최대 약점으로 불렸던 안방에는 조인성이라는 든든한 노장이 자리를 잡았다. 2루는 리그 원톱 정근우가 지키고, 유격수는 눈부신 신예 강경학이 누빈다. 게다가 승부근성으로 똘똘 뭉친 매력 만점 중견수 피에까지, 이글스는 막강한 센터 라인을 구축했다.

타선에도 제대로 된 기둥이 박혔다. 좋은 타선이 만들어지려면 1번과 3,4,5번이라는 네 기둥이 세워져야 한다. 정근우와 이용규가 리드오프를 맡을 수 있고 피에, 김태균, 김태완(최진행, 혹은 송광민)으로 클린업 트리오를 짤 수 있다. 이 정도 타선이라면 어디 내 놓아도 꿀릴 것이 없다.

지난해부터 한화를 맡은 김응용 감독에게는 2년 동안 실망의 질타가 이어졌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 비난을 받는 것은 감독의 숙명이다. 김 감독에게는 한국시리즈 10회 명장이라는 영광이 옅어지고 ‘무능용’, ‘킬끼리’ 등의 비아냥거림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필자는 다소 다르게 본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명장답게 팀을 훌륭히 리빌딩시켰다. 그는 작년부터 팀을 맡았는데 직전해 이글스의 성적은 꼴찌였다. 그리고 그 없던 꼴찌 팀 살림에서 류현진이라는 리그 최고의 좌완을 비롯해 박찬호, 양훈 등 1, 2, 3선발을 줄줄이 잃었다.

모자에서 비둘기가 나타나는 마술도 모자나 비둘기가 있어야 할 수 있다. 제 아무리 ‘김응용 매직’이라 한들, 모자도 비둘기도 없는데 마술을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 비한다면 2014년 하반기 이글스의 약진은 분명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을 ‘웃음후보’라고 부를 날은 한 동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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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응룡 감독이 7일 LG와 홈경기에서 6회말 심판판정에 어필하다가 퇴장을 당했다. 이것도 작전일까? 김응룡 감독 퇴장 시 한화는 꼭 이긴다.

7일 시합 총평

트윈스가 딱히 잘 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못 한 것도 없다. 타선이 못했다? 이건 뭐 이날만의 일이 아니다. 불펜이 승리를 날렸다? 썩 잘 하지는 못했어도 트윈스 불펜이 경기를 완전히 말아 먹은 경기도 아니었다.

다만 상대가 강했던 것뿐이다. 이글스에게는 필요할 때 펜스를 두 번이나 넘길 줄 아는 부동의 4번 타자 김태균이 있었다.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7과 3분의 1이닝을 1자책(3실점)으로 버틴 영건 이태양도 있었다. 그리고 1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공포의 필승조 ‘안정진'도 있었다. 그리고 끝내야 할 때 끝내기 홈런을 칠 수 있는 우타 빅 뱃 최진행이 있었다.

OUTRO - 너무나 자주 오는 운명의 한 주

또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된다. 트윈스의 팬으로서 “이번 주가 정말 중요한 한 주”라는 말을 안 하고 사는 월요일이 언제쯤 시작될 수 있을까 궁금할 따름이다. 필자는 9월 첫째 주가 매우 중요하다고 봤는데, 이 한 주를 넘기고 나니 다음주가 더 중요해졌다.

실컷 이글스에게 두드려 맞고 절망했는데, 4강 라이벌이었던 베어스도 함께 주말 2연전을 모두 내주며 여유가 좀 생겼다. 대신 와이번스가 치고 올라오며 5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 5위 와이번스와의 승차가 1.5게임이다. 여전히 빡빡하다. 트윈스는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타이거즈와 벌일 주초 2연전을 1승 1패 이상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이틀을 쉰 뒤 1위 라이온즈와 상대해야 한다.

도무지 4강 싸움이 빨리 끝날 것 같지 않다. 역시 아직 트윈스에게는 4위를 확정지을 만한 힘이 부족하다. 하지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싸워야 한다.

아직도 필자의 방 옷장 가장 잘 보이는 곳에는 트윈스의 상징, 유광 점퍼가 걸려 있다. 벌써부터 이 유광 점퍼를 치울 용기가 나지 않는다. 여전히 트윈스는 4위에 올라 있고, 희망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치열했던 4강 싸움이 끝날 것이다. 유광 점퍼를 입고, 싸늘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트윈스의 포스트 시즌을 관람하는 행복한 그날이 반드시 찾아왔으면 한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