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 양상문의 LG, 송일수의 두산을 격파하다
27일 결과 : LG 트윈스 5 - 1 두산 베어스

이미지중앙

LG 불펜을 리그 최강으로 만들어낸 양상문 감독.

INTRO - 감독이라는 자리

야구라는 스포츠는 참 오묘하고 신기하다. 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공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와야 점수를 낸다는 점도 그렇고, 축구나 농구, 배구와 달리 공을 자신의 팀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보내야 유리하다는 사실도 그렇다. 1년에 100경기 넘게 하는 프로 스포츠 종목이 야구 말고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신기한 것은 모든 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야구만이 감독을 코치(coach)가 아니라 매니저(manager)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감독이 선수와 함께 유니폼을 입고 시합에 참여하는 종목도 야구 하나뿐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 야구의 감독은 기술을 전수하는 코치가 아니라, 팀을 경영하는 매니저다. 감독은 비단 팀을 경기에서 승리로 이끄는 것만이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을 사고 팀을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가끔 감독의 전술에 불만을 품은 팬들은 “그냥 감독 자리 비워놓고 하는 게 더 낫겠다”는 말도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비록 못난 감독이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은 트윈스의 올 시즌이 증명하고 있다. 그 내막은 잘 알 수 없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시즌 초반 “팀을 사랑해서”라는 명목으로 떠난 김기태 전 감독의 행동은 동의할 수 없다. 그는 한 팀의 코치가 아니라 ‘매니저’였다.

양상문 감독은 그런 면에서 무척 팀을 잘 경영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팀의 축이 되는 투수진을 잘 정비했다. 선수들과 소통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팀이 밝아진 느낌이다. 시즌 초반 성적이 나지 않았을 때 팬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선수들의 어두운 표정이었다. 27일 두산과의 잠실 라이벌 매치에서 두 팀으로부터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더그아웃의 분위기였다.

양 감독의 부임 전 트윈스의 성적은 꼴찌였고 승률은 0.303이었다. 루징 시리즈를 해도 승률이 높아질 정도로 성적이 형편없었다. 양 감독은 그런 팀을 맡아 4위에 올려놓고 추격 그룹을 3경기 차로 밀어냈다. 투수 출신 '양상문 호'가 이끄는 트윈스의 불펜은 리그 최강이다. ‘양상문의 LG’는 분명 강해졌다. 양 감독의 분전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미지중앙

27일 6.1이닝 무실점 역투한 LG의 선발투수 류제국.

최고의 순간 - KKK, 돌아온 제국의 역습


5회 류제국의 KKK. 마지막 삼진을 잡고 천천히 돌아서는 그 여유로운 모습. 7회 무사 1루의 위기에서 풀 카운트 접전 끝에 홍성흔을 삼진으로 잡고 포효하는 모습. 더그아웃에서의 환한 표정. 바로 ‘제국의 역습’ 류제국에게 가장 기대했던 그 장면이었다.

류제국은 자신감이 넘칠 때 가장 류제국답다. 그는 한국 무대 데뷔전에서 스스로 잠실 기아전을 선택하며 “관중이 가득 찬 시합에서 데뷔하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배짱이 두둑한 선수다. 올 시즌 류제국이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것은 구속도, 제구력도 아닌 그 자신감이었을 지도 모른다.

27일 류제국은 실로 훌륭했다. 혼을 담은 103구의 역투. 6.1이닝 3피안타 무실점. 4강 한 자리를 놓고 피 튀기는 경쟁을 치러야 하는 트윈스에게 ‘자신감 넘치는 류제국의 귀환’은 그야말로 천군만마와도 같다. 돌아온 ‘제국의 역습’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미지중앙

두산 베어스의 송일수 감독.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송 감독이 그만의 색깔을 두산에 입힐 수 있을지 궁금하다.

OUTRO - 김경문의 두산 VS 송일수의 두산

과거 김경문 현 다이노스 감독이 두산을 이끌었던 시절, ‘김경문의 두산’은 트윈스에게 천적이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트윈스가 워낙 못 했기도 했고 베어스가 워낙 잘 했기도 했지만, 두 팀의 상대 전적은 전력 차이 이상이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김 감독이 트윈스를 가지고 논다’는 생각마저 든 적이 여러 번이었다. 상대팀 더그아웃에 김경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기에서 눌리는 기분이었다.

‘송일수의 두산’은 어떤가? 27일 승리로 트윈스는 비로소 올해 양팀간 승패의 균형을 맞췄지만, 올 시즌 ‘송일수의 두산’에게 과거 ‘김경문의 두산’ 같은 두려움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비단 트윈스의 순위가 베어스보다 위에 있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베어스 특유의 끈적거렸던 문화가 느껴지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감독은 팀에 색깔을 입히는 사람이다. 남의 팀 이야기여서 좀 그렇지만, 송일수의 색깔이 무엇인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필자만의 착각일까? 송 감독은 경기 전 “불펜의 연투를 최대한 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선발투수 노경은이 조기 강판되면서 베어스는 추격조 필승조 가릴 것 없이 줄줄이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트윈스는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양상문의 LG’로 다시 태어났다. 27일 ‘양상문의 LG’는 ‘송일수의 두산’보다 분명 강했다. 베어스가 최근의 부진을 씻고 ‘강력한 송일수의 두산’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 문제가 마지막 남은 4강 한 자리 경쟁의 중요한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