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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판 라마시아’ 사우샘프턴 아카데미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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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에 위치한 사우샘프턴 아카데미의 선수들. 사진출처=바스 칼리지 홈페이지

[헤럴드스포츠(런던)=이재인 통신원]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의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 순위에는 이승우(16)와 백승호(17 이상 바르셀로나)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미래에서 현실의 실망을 위로받고 싶었던 한국 축구팬들의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맞다! 뛰어난 유소년 선수는 희망이다. 이승우와 백승호, 장결희 (17)는 세계 최고의 유소년 아카데미인 바르셀로나의 라마시아 (La Masia) 소속이다.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한 라마시아는 바르셀로나의 자랑거리이자 가장 큰 성공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이 월드컵을 끝낸 날의 비화
그렇다면 영국에게도 라마시아와 같은 세계적인 유소년 아카데미가 있을까?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우샘프턴 아카데미를 주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앨런 시어러, 매튜 르티시에, 가레스 베일, 옥스레이드 챔벌레인, 테오 월콧, 아담 랄라나, 루크 쇼, 칼럼 챔버스 등을 배출한 사우샘프턴 아카데미는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유소년 아카데미다.

그렇다면 사우샘프턴 아카데미의 비밀은 무엇일까?

1990년대 후반 사우샘프턴의 루퍼트 로우 회장은 유럽의 축구아카데미를 연구한 끝에 라마시아의 철학을 빌려왔다. 유소년 아카데미가 클럽의 미래인 것을 깨닫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그의 첫 번째 목표는 전국에 숨어있는 인재들을 최대한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그는 11살 미만의 선수들을 스카우트했다. '11살 이상은 사우샘프턴만의 철학을 완벽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우샘프턴은 영국 남부에 있는 항구 도시여서 많은 인재들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 로우 회장은 영국 서남부에 위치한 바스(Bath)에도 아카데미를 세우고 웨일즈부터 영국의 서부와 남부까지 많은 인재들을 영입 했다. 이때 뉴포트에 살던 9살의 가레스 베일을 스카우트해 바스의 아카데미로 보낸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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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샘프턴을 거쳐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켈트족 전사' 가레스 베일. 사진출처=사우샘프턴 홈페이지

로우 회장은 영국인 대신 조지 프로스트라는 프랑스인을 아카데미의 메인 코치로 영입했다. 프로스트 코치는 기술을 제일로 중시하는 코치로 패스의 중요성을 어린 선수들에게 깨우쳤다. 로우 회장과 프로스트 코치는 체격조건이 뛰어난 선수들 보다는 축구지능이 뛰어난 선수들을 주로 스카우트해 전술 이해도를 높여주고 기술축구를 가르쳤다.

많은 인재들이 모아질 무렵인 1998년 로우 회장은 사우샘프턴 근처 다윈 로지 호텔을 인수해 선수들의 숙소로 개조했다. 여주인 줄리아 업슨은 22명의 선수들에게 완벽한 엄마의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했다. 선수들의 빨래부터 방 청소, 요리, 상담까지 그는 엄마 역할을 했다. 줄리아는 지금도 테오 월콧이나 게리스 베일의 인터뷰에서 언급되곤 한다. 또 이 숙소에서 월콧과 베일이 같은 방을 쓰며 우정을 쌓고 실력을 키워나갔다.

로우 회장은 아카데미 시설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이 당시만 해도 흔하지 않은 실내 축구장을 만들고, 대규모의 헬스장과 선수와 코치들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엄마' 줄리아를 낳은 대대적 투자
사우샘프턴은 유소년 육성에 비해 성인팀의 경기 결과는 일관성이 없었다. 로우 회장 아래 7명의 감독이 거쳐갔다. 그리고 결국 2008년 로우 회장은 물러나고, 2009년 니콜라 코티즈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다행스러운 일은 코티즈도 전임자처럼 유소년 아카데미에 엄청난 관심을 쏟아 부었다는 사실이다. 아니, 코티즈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소년 선수들이 성인팀에서 바로 뛸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는 팀의 성적을 우선시하기보다는 감독들에게 시간을 주었고, 아카데미에서 육성된 선수들에게 기회를 충분히 줬다. 최근의 루크 쇼, 아담 랄라나 그리고 칼럼 챔버스가 좋은 예다.

이번 시즌 사우샘프턴은 최첨단 훈련장으로 옮겼다. 유소년 선수들과 성인팀의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축구 피치가 무려 12개가 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12개의 피치가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피치와 똑같이 제작됐다는 점이다. 아스날의 잔디는 2000만 대의 인공 유리 섬유가 들어가 있는데 사우샘프턴은 12개의 피치 중 하나는 이를 똑같이 제작해 아스날과의 원정 경기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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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담 랄라나(리버풀)도 사우샘프턴 아케데미 출신이다. 사진출처=사우샘프턴 홈페이지

사우샘프턴은 루크 쇼, 아담 랄라나, 칼럼 챔버스 등 유소년 선수들과 리키 람버트, 제이 로드리게즈 등이 주축이 돼 작년 시즌 좋은 성적을 거뒀다(8위).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니 감독이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5명의 주요 선수와 코치진도 사우샘프턴을 떠났다. 최대의 위기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사우샘프턴 유소년 아카데미는 지속적으로 인재들을 쏟아낼 것이다. 벌써부터 매트 타케트, 조던 턴불, 해리슨 리드와 같은 유소년 선수들이 곧 성인팀에서 뛸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우샘프턴이 앞으로 유소년 인재들을 팔지 않고 어떻게 지킬까? 이것은 사우샘프턴에게 가장 큰 숙제이고, 또 프리미어리그의 관전포인트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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