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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정한 승부와 멋진 코리안투어의 아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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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네르-파인리즈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 박상현과 류현우=윤영덕 기자

[헤럴드스포츠(강원도 고성)=최웅선 기자]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명승부가 펼쳐진 바이네르-파인리즈오픈 최종라운드. 박상현(31 메리츠금융그룹)과 류현우(33)의 박진감 넘쳤던 승부만큼 강원도 고성의 파인리즈골프장 클럽하우스 한켠에서는 두 선수의 아내와 아이들이 숨을 죽이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1타차 선두로 출발한 박상현이 2번홀(파4) 버디를 잡아내고 류현우가 쓰리퍼팅을 하면서 격차가 3타로 늘었다. 두 가족의 표정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이내 류현우가 4, 6 , 8번홀 징검다리 버디로 3타를 줄여 12언더파로 박상현과 공동선두를 이뤘다. 이번에는 추격당한 박상현의 아내 이비나(31) 씨의 표정이 어두워진 반면 류현우의 아내 한유하(33) 씨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럴 때 질문하는 것도 고역이다. 조심스레 심정을 물었더니 이 씨와 한 씨는 “떨린다”고 짧게 답했다. 따지고 보면 우문에 당연한 답을 할 때는 이렇게 말이 짧은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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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아내 이비나씨와 류현우의 아내 한유하씨가 남편의 경기를 보고 있다=윤영덕 기자

하지만 때로는 우문도,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갔다는 점에서 좋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두 선수의 아내는 곧 속내를 털어놨는데 이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예상외로 두 아내는 우승을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승부에서 지더라도 상처 받지 않는 남편을 기다렸다.

류현우의 아내 한 씨는 “남편이 시즌 초 경기가 풀리지 않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며 “요즘 맨탈 훈련을 하고 있는데 경기를 나가면서 장갑 벗을 때까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상현의 아내 이 씨 또한 “남편이 우승을 코앞에 두고 안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우승을 놓쳐도 마음에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역시 가족이고, 아내였다. 우승보다 남편이 먼저인 것이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두 선수의 아내가 18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는 점. 평소 친한 사이라고 해도 이러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훌륭한 경기를 펼친 선수들 못지않게 아내들이 멋져 보였다.

경기는 쫓기는 자가 한 걸음 더 뻗으면서 끝났다. 박상현의 우승 직후 류현우의 아내 한 씨는 “그 동안 마음고생 많았을 텐데 정말 잘 됐다. 우승 축하한다”고 또 다른 아내 이 씨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상투적인 축하멘트가 아닌 진심이 가득 담겨 있는 목소리였다.

이래서 진정한 스포츠에는 승자는 있지만 패자는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두 선수와 두 가족에게 모두 박수를 보낸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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