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니가가라 엘롯기’와 불(?)붙은 4강 경쟁
20일 경기 결과 : LG 트윈스 2 - 5 넥센 히어로즈

이미지중앙

20일 경기에서 넥선의 서건창(오른쪽)이 1루를 밟고 있다. 이날 서건창은 LG의 허술한 내야를 뚫고 두 번이나 홈을 밟아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아니, LG 내야가 그렇게 만들어줬다.

INTRO - 초대권에서 부활한 전설의 엘롯기

마침 상대가 넥센이어서 생각난 이야기인데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재미있는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넥센 히어로즈가 공짜 표를 종종 뿌린다는 이야기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한 네티즌이 그 공짜 표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었다.

그런데 이 공짜 표에는 황당한 사용 제한이 걸려 있었다. LG, 롯데, 기아와의 주말 경기에는 이 초대권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몹시 쉬운 추정이다. LG, 롯데, 기아와의 주말 경기에는 사람이 몰리기 때문이다. 공짜표를 뿌릴 이유가 없는 매치업이라는 뜻이다. 전설의 ‘엘롯기’가 넥센 히어로즈의 공짜 표에서 부활할 줄이야!

넥센 히어로즈의 이장석 구단주는 절묘한 트레이드와 뛰어난 스카우트로 ‘빌리 장석’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뛰어난 사업가 빌리 장석마저 엘롯기의 인기를 인정한다. 이거, 고마워해야 할 지 씁쓸해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최악의 멤버 - 이런 허술한 내야진을 봤나
올해 첫 선발 마운드에 오른 LG의 선발 장진용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수비의 안정감이었다. 아무리 장진용의 제구가 좋다 한들, 6년 만에 1군 선발 마운드에 오른 그가 긴장감 없이 공을 던질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래서 수비가 중요했다. 안정된 수비로 초반을 받쳐줘야 장진용도 긴장을 풀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LG의 내야는 그를 돕기는커녕 그야말로 X맨 노릇만 톡톡히 했다.

1회말 장진용이 멋진 견제구로 1루 주자 서건창을 잡는가 했는데, 정성훈의 송구는 높았고 황목치승은 공을 떨어뜨렸다. 서건창은 어김없이 홈을 밟았다. 장진용의 첫 비자책 실점.

3회말 무사 1, 2루 이택근의 번트 때 3루수 손주인이 1루로 뿌린 공은 바운드가 됐고, 1루 커버에 들어온 박경수는 어이없이 그 공을 놓쳤다. 만루로 변한 상황에서 주자들은 어김없이 모두 홈을 밟아 4대 0. 역시 장진용의 비자책 실점이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손도 대기 어려울 지경이다. 저비용 고효율을 외치며 3루수 조시 벨을 뽑았을 때부터 트윈스 내야의 스텝은 꼬였다. 벨의 영입으로 리그 정상급 3루수인 정성훈이 1루로 자리를 옮겼는데, 시즌 중반 벨이 방출되면서 3루가 텅 비어버렸다.

2루수 가운데 더블 플레이 때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핸드 마스터’ 손주인이 생소한 3루에 옮겨오면서 트윈스 내야의 질서는 완전히 엉클어졌다. 3루수 손주인은 2루수 손주인과는 확실히 달랐다. 게다가 한 때 ‘LG 내야 10년을 책임질 기대주’였던 박경수의 2루 수비는 도통 신뢰가 가지 않는다. 수비 하나만큼은 일가견이 있다던 황목치승조차 최근 번번이 공을 떨어뜨리며 내야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1회와 3회, 그 엉성한 내야 수비로 장진용이 4실점 하는 순간 사실상 경기는 끝났다. 이 허술한 내야를 어찌 해야 하나? 남들보다 잘 하지는 못해도, 남들만큼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기대일까?

이미지중앙

20일 6년 만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는 LG투수 장진용.

OUTRO - 누가 누가 못하나?
20일 LG는 졌고 롯데와 기아는 시합을 하지 않았다. LG는 순위 변동은 없었지만 롯데와는 게임차 없이 붙었고 기아와는 한 경기 차이로 좁혀졌다.

넥센의 공짜 표에서 부활한 전설의 엘롯기 삼인방은 최근 그야말로 ‘니가가라 엘롯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종 순위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1~3위까지 가을 잔치에 초대받은 멤버는 사실상 확정이다. 이제 고작 4위 한 자리가 남았는데, 최근 전설의 엘롯기는 마치 상대방이 이 한 자리를 차지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처럼 앞 다퉈 죽을 쑤었다.

지지난주 주말부터 20일까지 트윈스의 성적은 ‘패패패패승패승패’였다. 자이언츠의 8월 성적은 3승 9패였고 타이거즈의 하반기 성적은 6승 12패였다. 이게 요즘 유행하는 엘롯기의 ‘의리’인지는 몰라도, 팬들은 복장이 터진다. 이 와중에 베어스와 와이번스까지 4강 싸움에 가세하고 나니 남은 그 한 자리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냉정하게 말해 엘롯기는 치열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모기업이 꿀리기를 하나, 돈이 없기를 하나, 팬들이 없기를 하나, 연고지 팜(Farm)이 부실하기를 하나…. 도대체 뭐가 꿀려 1위도 아니고 4위 한 자리를 놓고 ‘니가가라 엘롯기’ 경쟁을 하고 있느냐는 말이다. 그것도 5할이 훌쩍 밑도는 승률에서. 4강 티켓이 영화 속의 하와이도 아니고 말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반성을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트윈스는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 잔치에 초대 받은 뒤 스프링 캠프에서 자만에 빠지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 해설위원이 “캠프에서 준비가 너무 안 된 팀이 하나 있었다”고 했는데 그 팀이 트윈스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저비용 고효율’을 앞세운 외국인 스카우트 전략도 반성해야 한다. 성적이 보장만 된다면 저비용 고효율이 단연 최고겠지만, 많은 팀들이 그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성적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팀 이야기를 해서 뭐 한데, 자이언츠도 프런트와 현장 사이에 스텝이 계속 꼬이는 느낌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부진했던 타이거즈는 요즘 들어 ‘내 탓’ 보다 ‘남 탓’의 목소리가 훨씬 많이 들린다. 또 두 팀 모두 리더의 카리스마와 책임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엘롯기는 말 그대로 빅 마켓 구단들이다. 무려 ‘빌리 장석’마저 인정한 인기 구단 아닌가? 하지만 인기는 거저 얻어지는 것도, 거저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반성하고 노력해 발전해야 한다. 팬들은 호구가 아니다. 계속 삽질만 하고, 또 앞으로도 그 삽질을 계속 할 것 같은 구단을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는 돌부처 같은 팬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불붙은(응?) 4강 경쟁. 마음 같아서는 “더러워서 그까짓 남은 한 자리 안 앉고 만다!”고 하고 싶지만 팬의 마음이 또 그런 게 아니다. ‘누가 더 못하나’를 가리는 이 아수라장 같은 4강 싸움에서 부디 트윈스가 ‘조금 덜 못하는 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