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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메모] 류현진의 멘탈
[헤럴드스포츠(LA)=이사부 통신원] 16일(이하 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를 앞둔 다저스타디움의 홈팀 덕아웃.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질주하며 한껏 주가를 높이고 있는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이 나타나 인터뷰에 응했다.

오랜만의 홈경기인 까닭에 기자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 매팅리는 진지했고, 절제된 말만 했다. 14일 애틀란타 전에서 엉덩이 통증으로 6회 마운드를 내려왔던 류현진이 15일짜리 부상자명단(DL)에 올랐다는 사실도 이 자리에서 공개됐다.

"류현진의 상태는 2~3일을 더 두고 봐야하지만 일단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아무리 팀성적이 좋다고 해도 잘나가던 팀의 3선발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이탈했으니 진지한 매팅리가 더욱 진지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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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한국시간) 인터뷰에 나선 류현진. 아직도 오른쪽 엉덩이가 불편한 모습이다.

이어 16일 LA로 돌아와 자기공명촬영(MRI)을 통해 정밀 검사를 받았다는 류현진(27)이 통역 마틴 김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매팅리 감독 때보다는 취재진이 줄었지만 현지 방송카메라 3대에 10명이 넘는 기자가 귀를 기울였다.

류현진은 덧아웃으로 들어서며 약간 어색한 걸음과 함께 “아직 통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면서도 얼굴은 여전히 특유의 밝은 웃음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 이후 인터뷰에서도 류현진은 인터뷰를 하며 심각했다가, 웃었다가를 반복했다.

“엉덩이 근육 부상은 처음이라 사실 처음에는 당황했다. 큰 부상은 아니라고 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통증이 남아 있어 걸을 때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점점 낮아지고 있어 며칠 쉬면 괜찮아질 것으로 본다."

앞서 LA 지역 언론인 <오렌지 카운터 레지스터>의 빌 플런케트 기자는 트위터에서 ‘류현진이 통역을 통해 “팔이 빠진, 그런 부상 정도는 아니다”는 농담을 건넸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날 분위기도 꼭 그랬다.

잘나가던 투수가 불의의 부상을 당했으면 어쨌든 이건 심각한 악재다. 쉽게 농담이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다. 예컨대 그레인키라면 어땠을까? 심지어 ‘성실맨’ 커쇼도 류현진처럼 웃음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날 인터뷰의 압권은 유리베의 찬조출연. 인터뷰 도중 류현진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눈을 감으면 류현진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 애정공세(?)를 퍼부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가던 인터뷰 분위기는 이 장난으로 완전히 ‘웃자판’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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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저 지금 인터뷰 중이라고요.' 유리베(왼쪽)가 류현진의 인터뷰 도중을 장난을 걸고 있다. LA=이사부 통신원

'분명 웃을 일은 아닌데...'

이 대목에서 ‘이게 류현진의 진짜 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의 류현진'은 외유내강으로 요약될 수 있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지만 겉으로는 웬만해서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부상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태연함을 유지한다. 대량실점 등 크게 부진하거나, 구질이나 초반실점 등 문제가 발생하면 곧 극복해낸다. 그래서 ‘반전의 달인’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부상을 당하고도 웃고, 심지어 장난까지 치며 분위기를 다운시키지 않는 류현진. 그래서 더욱 강해보이고,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할 수 있을 것 같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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