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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광양회? 정신승리?? - 이준석의 킥 더 무비 <소림축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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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개봉한 주성치 감독, 주연의 <소림축구>

오늘의 중국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이번 영화는 코미디로 유명한 중국의 배우이자 감독인 주성치의 <소림축구>입니다. 이미 국내에서 월드컵 시즌에 개봉하여 큰 흥행을 했고, 또 호평을 받은 영화이죠. 무언가 허접스럽고 유치해보이면서도 촌철살인의 풍자와 아이디어가 담긴 주성치 영화의 매력은 <소림축구>에서도 드러납니다. 게다가 미세한 양념처럼 적절하게 배합된 컴퓨터 그래픽은 영화의 재미를 더욱 살려주고 있습니다. 한참 모자라고 찌질해 보이면서도 기막힌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모습 역시 감탄스럽습니다.

여기까지는 이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평입니다. 저도 이 영화를 여러 번 보았는데요, 볼 때마다 여러 가지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더군요. 특히나 요즘 중국이 거대한 시장과 문화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대국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어서 그럴까요? 전 이 영화 소림축구를 보면서 발전하고 있는 중국 사회의 명암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경제 대국으로 일어서는 과정을 ‘굴기(屈起)’라고 부르곤 합니다. 말 그대로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중화사상으로 대표되듯이 자기네 역사와 문화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중국인들. 하지만 청나라 말기부터 서구와 일본에 침략당하면서 그 자존심은 구겨졌고, 2차 대전 이후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세계무대의 주류에서 벗어났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제개방 이후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대국으로 일어서게 됩니다. 굴기라는 말에는 이런 중국의 성장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신감이 잘 묻어 있습니다.

특히나 축구는 중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이고, 어느 나라에서나 그렇듯이 중국인들의 국가주의가 강하게 배어 있는 종목입니다. 삼국지의 적벽대전 부분을 다룬 영화인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Red Cliff)>을 보면 조조의 진영에서 고대 중국의 축구를 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중화사상의 진수라는 삼국지, 그 드넓은 중원의 전장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은 축구가 중국인들의 자부심 중 하나임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중국 축구의 현실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월드컵은 번번이 지역 예선에서 탈락의 굴욕을 맛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프로축구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죠. 최근 막강한 자금력을 쏟아 부어 ‘중국의 맨체스터 시티’로 불리는 광저우 팀은 그토록 고대하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거머쥔 바 있습니다. 아마도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중국 축구도 우리나라와 일본을 위협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소림축구>에서는 이런 중화사상이나 경제 발전의 모습이 어떻게 반영되어 있을까요? 한 번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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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황당한 축구 무협영화, 은근히 중독성 있다!

소림사의 후예들, 축구화를 신다


영화는 과거 ‘황금의 오른발’로 불리던 스타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되어 오른쪽 다리를 못 쓰는 불구가 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세월이 흘러 그는 길바닥을 전전하며 비참한 삶을 살고 있죠. 그런 그에게 아성(주성치 분)이라는 남자가 나타납니다. 쓰레기를 주우며 입에 풀칠을 하는 인생이지만 아성은 쿵푸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킥력을 보여주죠. 아성의 킥력에 반한 그는 쿵푸와 축구를 접목한 축구팀을 만들자고 하고 감독을 맡겠다고 합니다. 아성은 과거 소림사에서 같이 수행했던 동료들을 모아 소림축구팀을 만듭니다.

한편 아성은 길거리 만두집에서 태극권을 이용해 반죽을 하고 만두를 만드는 아매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하지만 아매는 피부병을 앓아 흉측해진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죠. 하지만 아성은 개의치 않고 아매에게 꿈을 심어주려 합니다.

소림축구팀은 중국 슈퍼컵에 출전합니다. 그리고 쿵푸 동작을 이용한 가공할만한 축구로 연전연승을 합니다. 마침내 결승전에 진출한 소림축구팀. 하지만 부패한 축구계의 권력자들은 소림축구팀을 막아서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해를 합니다. 과연 소림축구팀은 우승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성과 아매는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요? (하)편에 계속

#글쓴이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로,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이 글은 저자가 2013년 3월 펴낸 《킥 더 무비-축구가 영화를 만났을 때》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한 감상평으로 축구팬들로부터 스포츠의 새로운 면을 일깨우는 수작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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