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본학회가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제징용 해법의 평가와 의미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한국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해법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피해자측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차선’의 해결책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이는 최종적인 해법안이 아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피해자를 보듬어야 하며, 일본 내각은 한국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하고 전향적인 호응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일본학회가 13일 주최한 2023 긴급 토론회 ‘강제징용 해법의 평가와 의미’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해법안이 피해자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지점이 있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사소송에서 정부가 개입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이나 사죄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해결안을 내놓은 것은 피해자측에서는 만족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며 “국제법 인식을 결여했고 국내 사법판단과 정교하지 못한 외교 정책적 대립으로 사안을 악화시킨 것 아닌가 하는 비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측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법안을 발표한 배경으로 김 연구원은 오랫동안 이어진 현안이었다는 점을 꼽았다. 김 연구원은 “국가 차원에서 봤을 때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판단이 전혀 아니다”며 “기존에 끌려가는 입장이 아닌 선제적으로, 달라진 국격에서 새로운 한일관계를 지향하는 출발의 지점에서 접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일본의 국내 정치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연구원은 “기시다 내각 출범 후 안정적인 정국 운영과 장기 집권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구(舊)통일교문제 등이 잇달아 대두됐고, 지지율도 30%대로 저조한 상황 등 정치적 입지도 흔들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듬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3분의 생존 피해자는 구제조치에서 누락된 분들”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최종적으로 균형 잡힌 특별법을, 모든 피해자들이 빠짐없이 고려되는 법안을 만들어 입법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도 메시지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일본 국회 중의원(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상 강제 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강제동원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 내각에서는 ‘일본의 원칙은 하나도 훼손된 적이 없다’는 발언도 나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런 말들은 노력하는 한국 정부에 너무 많은 공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측에서 보는 일본의 망언은 이제부터 자제를 해야 한다. 한국 국민의 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국내 피해자 구제 조치에 노력하고, 일본도 한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언어나 행동은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의 사회를 맡은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간과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시작점에서 끝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이 대담한 결정을 해서 공을 일본에 넘친 측면이 많다”며 “이제 일본이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강제징용 해법안) 발표와 오는 16일 한일 정상회담, 4월 한미 정상회담, 5월 G7(주요7개국)에서 한미일, 이후 셔틀외교 등 프로세스를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