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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징용 배상’ 日 결단이 회담 성패 좌우

2011년 12월 일본 교토(京都) 영빈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장.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보상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 당시 청와대는 처음으로 포괄적인 ‘과거사 문제’가 아닌 ‘위안부 문제’를 한정해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렸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1시간의 회담에서 주요 발언 중 90%를 위안부 문제에 할애하면서 회담은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는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양자 방문한 마지막 기록이다. 11년3개월 만에 일본에서 열리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강제징용 해법안’이 최대 화두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정치적 결단을 이끌어내는지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양국 셔틀외교가 활발했던 2011년 12월 17~18일 이틀간 일본 교토를 방문했다. 이 전 대통령은 17일 당일 저녁 노다 총리와 영빈관 스이메이노마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일본 측은 당시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 전 대통령의 ‘트리플 기념일’(대선 승리와 생일, 결혼기념일) 축하를 위해 흰색 케이크를 깜짝 준비하는 이벤트로 환영했다.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잠시, 이튿날인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전 대통령은 회담 내내 위안부 보상 문제에 대해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당초 양국은 셔틀외교 차원에서 자유무역협정(FTA) 등 실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이 전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회담 의제로 올리며 양 정상은 정면충돌했다.

이는 임기 말에 접어든 이 전 대통령이 당시 악화된 국내 여론을 돌파하기 위한 외교적 초강수였다. 회담을 앞두고 위안부 수요 집회가 1000회를 맞이했고,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비’를 일본이 문제 삼아 양국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보다 앞서 우리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이에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청구권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이 거부한 상황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양국 관계의 최대 현안이었던 위안부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청와대가 1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대통령의 의미 있는 발언의 90% 정도를 위안부 문제에 집중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환영 만찬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일본이 실무적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일본 정부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노다 전 총리는 평화비 철거 요구로 맞섰고, 이 전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의 성의 있는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평화비는 계속 세울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정상회담 직후 일본 여론이 들끓었고, 이듬해 2012년 8월 이 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독도를 방문하면서 양국 셔틀외교는 중단됐다.

오는 16~17일 윤 대통령은 11년3개월 만에 일본을 양자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양국 간 최대 현안은 과거사 문제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일 ‘제3자’인 국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해법안을 발표했고, 일부 피해자측은 일본 피고기업의 기여와 사죄가 빠진 정부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피고기업의 배상 기여와 일본 측의 사죄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의지로 회담 테이블에서 강하게 요구할지 주목된다. 피해자측의 요구와 악화된 국내 여론을 반영해 결단했던 이 전 대통령의 전례를 뛰어넘어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조치를 직접 끌어내는지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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