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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갈등 봉합하지만...법적 논란·피해자 반발 [강제징용 피해배상해법 발표]
제3자 변제, ‘채권 소멸’ 여부 법적대응 예고
피해자 지원단체 “무시하고 우롱하는 해법”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안을 발표하면서 한일 양국 간 최대 현안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은 우선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한 법적 논란과 일부 피해자의 강한 반발 등 국내 여론이 들끓고 있어 정치적 문제로 남았다.

정부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안은 공개된 이후부터 법적 논란이 제기돼왔다. 2018년 대법원의 판결 취지는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되지 않았으며, 일본의 식민 지배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피고기업은 채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해법안에 따라 한국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은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기업에 기부금 출연을 요청하고, 기금이 모이면 피해자 측에 개별적으로 배상금 수령을 요청할 전망이다.

다만 일부 피해자 측에서는 배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이 경우 정부는 피고기업과 채무인수 계약을 체결해 ‘채권자 동의 없는 채권소멸’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피고기업 대신 제3자의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이 대법원 판결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제3자의 배상금을 거부하는 피해자들의 채권이 합법적으로 소멸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법적 분쟁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강제동원 피해 소송 대리인단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도 일괄해서 채권을 소멸시켜줄 수 있다’는 일방적인 공탁을 할 경우 유·무효를 다툴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 집행하는 사건에서 공탁서가 들어올 것이고, (저희는) 공탁이 유효하지 않다고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피해자 측은 피고기업의 배상금 기여가 없고, 강제징용에 대한 직접 사과가 없는 이번 해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의 게이단렌이 ‘미래 세대를 위한 청년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은 강제징용 배상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기금이다. 정은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사무국장은 “줄곧 비판해왔던 내용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제3자 배상’은 결국 피해자를 무시하고 우롱하는 해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해법안이 국내 정치적 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전 외교부 앞에서 굴욕 외교를 규탄하는 항의시위에 나섰으며 오후 7시에는 촛불집회도 예고했다. 야당 등에서도 정부 해결책에 대해 ‘굴욕외교’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는 “피해자 및 유가족 대상으로 정부 해법안과 이후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판결금 수령 관련 이해·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판결금 지급과 후속 조치 및 이를 위한 재단의 재원 마련 등 관련 절차가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단 등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사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기억과 추모, 연구,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 강화를 검토하고 대국민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은지·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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