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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내일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안 공식 발표…日기여·사죄 충분한가
韓수혜기업이 재원 조성…日기업 ‘자발적 참여’ 유도할 듯
‘판결금 이행’ 아닌 “양국 미래세대 위한 경제계 기여” 협의
기시다 日총리, 과거 담화 계승 발표할 듯…직접 사과 없어
日, 수출규제 조치 해제에 ‘韓이 WTO 제소 취하하면’ 조건
104주년 3.1절인 1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민 평화인권훈장수여식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정부가 6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안을 공식 발표한다. 지난해 12월 공개토론회에서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식이 주요 골자다. 이후 일본 정부가 사죄와 반성이 담긴 기존의 담화를 계승한다고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강조했던 일본 기업의 배상금 기여와 진정성 있는 사과가 어느 수위로 담기는지가 관건이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오는 6일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안을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한국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재원을 조성해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기업 대신 판결금을 우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재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이 출연하는 방향으로 모아졌다. 포스코는 2012년 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고 현재까지 총 60억원을 출연한 상태로, 남은 40억원은 정부의 요청을 받으면 출연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외에 수혜 기업으로는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외환은행, 한국전력공사, KT, KT&G,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있다.

박진 외교장관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진행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과의 면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강제징용 배상금 문제를 논의하는 한일 양국 간 교섭 과정에서 핵심쟁점은 일본 기업, 특히 피고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의 배상금 기여 여부였다. 피해자측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피고기업의 기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으나, 일본 측은 판결금에 기여할 경우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하는 성격으로 해석된다고 이를 거부해왔다.

일본 측은 판결금에 기여하는 대신 ‘양국 미래 발전’에 기여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4일 일본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 내에서 ‘한일 협력 사업’의 창설을 위해 회원 기업에 자금 협력을 요청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강제징용 배상금과 별개로 한국인 유학생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양국의 미래발전을 위한 일본 기업의 기여에 ‘자발적’인 성격임을 강조하면서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금 이행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피고기업들의 참여 여부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또다른 핵심쟁점이었던 일본의 사죄와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해법안을 발표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과거 담화 계승을 표명하는 수순이 될 전망이다. 1998년 10월8일 일본 도쿄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 유력하다.

이 선언 2항에는 “오부치 총리대신은 금세기의 한·일 양국관계를 돌이켜 보고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고 명기돼있다. 현 기시다 정부가 이 선언을 계승하겠다고 밝힌다면 오부치 총리의 사죄도 계승, 우회적인 방식으로 정부가 사죄하는 방안이다.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보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단행했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면 해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 부품의 수출관리를 강화했고, 8월 수출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 정부는 같은해 9월 이러한 조치가 부당하며 WTO에 제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한국 정부의 해법안 발표와 이에 대한 일본의 입장 발표가 이어진 후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한일 정상이 만나 ‘관계 정상화’를 선언, 셔틀외교의 복원을 선언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구상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5일 미국 워싱턴 D.C.로 향하는 길에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3월 하순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해 “양측 정상이 만나 소위 ‘고르디우스의 매듭’(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는 묘수)을 푼 직후에, 챙겨야 할 현안들을 속도감 있게 다뤄나가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그런 계기는 양측 협의를 통해 조만간 시기와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3.1절인 1일 오전 양대노총 조합원들이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서울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

관건은 한일 양국 간 여론이다. 우선 피해자측이 요구했던 피고 기업의 배상금 기여와 진정성 있는 사죄 등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충분하냐는 점은 따져봐야 한다.

일본 측이 구상하는 일본 기업의 기여는 ‘한일 양국 미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명확히 하면서 대법원 판결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최대한 피하고 있다.

김 실장은 “한일 청년세대, 미래세대들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잠재력을 축적해나갈 수 있을지에 관해 양측 경제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의 의미는 언급하지 않고, ‘미래 세대’를 위한 경제계의 기여를 강조한 것이다.

일본의 사죄에 대해서도 사죄 주체가 ‘일본 정부’이기는 하나 기존의 담화를 계승하는 것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도 남아있다.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전후 50주년 특별담화’에서 처음으로 담긴 ‘통렬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비롯해 2005년 고이즈미 담화, 2010년 간 나오토 담화, 심지어 2015년 아베 담화에도 계승돼왔지만 일본 정부가 과오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과거사를 부정해왔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당장에 일본은 최근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나가타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재신청했다.

수출규제 조치 역시 우리 대법원의 확정판결 후 일본이 단행한 것으로, ‘한국이 WTO 제소를 취하하면’이라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 우선순위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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