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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명소리보다 고요함이 더 무서워” 韓구호대, 튀르키예 열흘간의 사투 [튀르키예 열흘간의 사투]
헤경·KH 공동 인터뷰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orea Disaster Relief Team·KDRT)가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공항에 도착한 것은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 지 약 48시간 만이었다. 군 수송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구급대의 앰뷸런스와 소방대의 사이렌 소리, 비명과 울음으로 가득한 현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잦아들고 고요함이 찾아왔다. 생존자 구조가 점점 줄어든다는 의미였다. 이 적막함 속에서 더 많이 구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싸우던 나날들이다.

헤럴드경제가 지난달 28일 헤럴드스퀘어에서 만난 김민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다자협력인도지원실 대리(32)와 백주영 코이카 해외봉사모집팀 전임(27)은 튀르키예 지진 대응 KDRT 1진에 소속돼 현장 임무를 수행했다. ▶관련기사 5면

튀르키예에 다녀온 지 열흘이 지났지만 그 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수색활동 시작 사흘째인 지난달 11일(현지시간) 65세 여성이 구조됐다. 골든타임이 지난 후 생존자 구조 성과였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김 대리는 “가족으로 추정되는 남성분 품 안에 계셨는데 구조대원분들이 그분을 구조했을 때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남편의 품에 안겨있던 아내는 KDRT에 의해 구조됐지만, 남편은 끝내 숨졌다.

긴급구호 현장에서는 생존자 구조가 최우선이다. KDRT 구호복을 보고 도와달라고 외치는 이들을 뒤로한 채 생존자가 있을 확률이 높은 곳으로 향해야 하는 대원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김 대리는 “이 건물 안에 내 딸이 있는데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느냐는 호소를 하셨는데 생존자 소식을 듣고 출동하는 도중이라 지체할 수 없어 말씀을 드리니 저희를 보내주셨다”며 “뒤를 돌아보니, 그 분은 울고 계셨다”고 말했다.

가족의 사진, 유품, 자녀들이 입었던 옷을 걸어두고 무너진 건물을 떠나지 못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백 전임은 “언론과의 인터뷰가 끝난 후 홀로 남겨진 현지 주민을 안아드리고 싶었는데 적절한지 알 수 없어서 위로의 눈빛만 보냈다”며 “한 번이라도 따뜻하게 안아드렸으면 하는 생각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일 같이 들리던 앰뷸런스 소리도, 차량 소리도 점점 줄어들었다. KDRT 숙영지에서도 적막함만이 남아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생존자 구조 소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김 대리는 “점점 조용해질수록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최은지 기자, 코리아헤럴드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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