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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의 작은 도시에 K9 자주포가 나타났다 [OK, K-방산➁]
궤도형 장갑차로…영국 MFP사업 도전
Made in UK ‘현지 업체’들과 손잡아
현장에서 만난 현지 관계자들 ‘자신있다’
RBSL과 경쟁 유력…‘다년간 영국 사업’
지난 9월 영국 베드퍼드셔에서 K9A2 자주포가 기동하고 있다. [프로파일럿팀]

〈편집자주〉 2027년 세계 4대 방산수출국! 대한민국이 향후 5년 뒤 ‘세계 방산 4강’의 꿈을 향해 뛰고 있다. 6·25전쟁 당시 소총 하나 만들지 못하던 나라였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K-방산’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남북 분단 속에서 국가안보에 기여할 뿐 아니라 동남아와 남미를 넘어 유럽까지 진출하며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미국, 영국 현지 취재와 폴란드 방한 인사 인터뷰, 미국, 인도네시아 관계자와 화상인터뷰 등을 통해 K-방산의 오늘을 조망하고 내일을 모색한다.

[헤럴드경제(영국 베드퍼드셔)=김성우 기자]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영국의 작은 도시 베드퍼드셔. 동양에서 온 ‘신형 자주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주포는 경쾌한 시동음과 함께 잔디로 된 턱을 안정적으로 넘었다. 자주포는 테스트 주행을 위해 트랙을 향했다. 현지 취재진이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제복을 입고 선 영국군 장성·영관급 장교들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분주히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팀 선더(Team Thunder)’ 마크가 찍힌 국방색 점퍼를 입은 한국인과 외국인 직원들이 그 사이에서 대화를 나눴다.

베드퍼드셔는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약 50마일(80km) 떨어진 도시다. 베드퍼드셔에서는 지난 9월 영국군이 여는 방산박람회 DVD가 열렸다. 현장에서 만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규모는 작은 행사지만 영국군이 신형 자주포 교체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관심이 집중된 박람회”라면서 “이번 ‘K9A2’ 기동은 사업 도입에 앞서 진행하는, 일종의 쇼케이스”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영국군의 새로운 장사정 자주포 도입사업인 MFP(Mobile Fires Platform)에 뛰어들었다. K9은 궤도로 움직이는 자주포 차량을 이번 현장에 선뵀다. 현지 업체들과 함께 구성한 ‘팀 선더’라는 팀과 함께다.

한화 디펜스가 해외 업체들과 손잡고 꾸린 팀선더 부스. ‘영국산, 전문가가 만듭니다(Made in UK, By Experts)’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프로파일럿팀]

▶ ‘영국에서 만듭니다’…팀선더의 슬로건=팀선더에는 한화디펜스 외에도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UK, 수시디펜스(Soucy Defence), 피어슨엔지니어링(Peerson Engineering), 레오나르도(Leonardo), 호스트만디펜스(Horstman Defence) 등의 업체가 참여했다.

팀선더는 영국 현지 부스에 ‘영국산, 전문가가 만듭니다(Made in UK, by Expert)’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현지에서 생산과 유지보수가 이뤄지길 바라는 영국 측 요구사항이 있었다고 한다.

파시 파시비르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마케팅담당 부장은 “팀선더를 만든 목적 자체가 영국 방산업체를 한곳에 모아 모든 K-9을 지역 내에서 제조하는 데에 있다”면서 “영국은 국가의 주권 능력을 중시하고, 한국은 영국에서 1만㎞ 떨어져 있어 문제가 생길 시 한국에서 예비 부품을 공수하거나 지원받기 어렵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MFP사업자로 선정된다면 영국에서 모든 걸 조달한다는 입장이다.

록히드마틴UK는 팀선더의 영국 엔지니어링 파트를 담당한다. K9A2 장갑차의 실험과 검증도 록히드마틴UK가 맡는다. 리처드 클레이던 록히드마틴UK PM은 “이미 나토(NATO)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으니 현지에서 검증받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면서 “현재 자주포 발포 후 이동과 재배치 속도가 MFP사업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록히드마틴UK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케빈 슬로안 수시디펜스 사업개발책임자. [프로파일럿팀]

수시디펜스는 K9A2에 들어갈 궤도를 만든다. 철로 만든 궤도가 아니라 고무로 만든 궤도가 K9A2에는 탑재된다. 수시디펜스에서 고유한 기술을 가진 제품이다. 피어슨엔지니어링은 영국군 주력 전차인 첼린저2, 첼린저3를 생산해온 회사로, 팀선더가 MFP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실제 생산을 맡게 된다.

그외 한화는 레오나르도UK와는 K9 플랫폼 선진화를 위한 협력, 호스트만디펜스와는 K9 서스펜션을 고도화하기 위한 협력을 진행한다.

한화 측 관계자는 “영국 정부는 MFP사업 참여 업체들에 핵심 유저 요구사항을 발표한 상황”이라면서 “팀선더 구성원끼리 자주 모여 영국 정부의 요구조건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했다.

크레이그 프리데이 피어슨엔지니어링 총괄자 겸 CEO. [프로파일럿팀]

▶2032년 도입, 1조3000억원 사업…유력 경쟁자는 RBSL=코트라(KOTRA)에 따르면 현재 MFP사업의 총 예산 규모는 8억파운드(약 1조3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2032년까지 116대의 신형 자주포를 현장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9년에 18대를 우선 도입한다. 사업은 오는 2023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팀선더의 유력한 경쟁 상대는 독일 라인메탈과 영국 BAE시스템의 합작사인 RBSL(Rheinmetall BAE Systems Land)이다.

다년간 사업 경험으로 MFP사업에서도 RBSL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다. RBSL은 2023년부터 생산될 예정인 영국군의 다용도 병력수송 8륜 장갑차 ‘복서(Boxer)’ 물량의 50%를 생산할 텔포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BAE시스템 자체는 영국에서 앞서 사용한 AS90 자주포를 만든 회사이기도 하다.

RBSL은 바퀴 달린 차륜형 장갑차를 선뵐 것으로 보인다. 마노할 티야가라즈 BAE 한국지사장은 “보포르스(Bofors·BAE가 인수한 북유럽 방산업체) 사업부에서는 차륜형 자주포를 영국 국방부에 제안하려고 한다”면서 “이미 랜드(Land)사업부에서는 영국 국방부와 차세대 탄약 개발 솔루션 계약을 체결하고 MFP차량에서 사용하게 될 155㎜ 탄약을 공급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했다.

현지에 전시된 K9A2 전차 모습. [프로파일럿팀]

헤럴드경제=특별취재팀 신대원·김성우 기자, 우원희·김정률·박정은 PD, 이윤지CP

*본 기획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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