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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이 떠나자 도착한 블링컨, 설전 벌인 中-日·…아세안도 ‘대만 후폭풍’
환영만찬에서 3분만에 떠난 왕이…미중 조우 없어
아세안·G7 외교장관, 中 대규모 군사훈련 우려·비난
아세안+한중일에서 중일 충돌…양자 회담도 무산
박진, 北안광일 대사와 만나 대화…첫 남북 간 대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CICC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의장국 주재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프놈펜)=최은지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군사적 충돌이 고조된 대만해협 문제가 27개국 외교장관이 모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강타했다. 갈등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은 조우조차 없었다. 중국과 일본 장관은 회의에서 정면충돌한 후 양자회담까지 무산됐다.

4일(현지시간)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은 온종일 미중 갈등에 따른 여파로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이날 오후 27개국 외교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의장국 주재 환영 만찬으로 전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오후 9시1분 대기실에 도착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쁘락 소콘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인사하고 3분 후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왕 부장이 떠난 지 4분 후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대기실에 도착하면서 미중 장관은 마주치지도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미리 도착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함께 만찬장에 입장했다.

이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 해협을 두고 연일 군사·외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혔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크게 훼손됐다며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같은 날 열린 미-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무력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어떠한 일방적 시도에도 반대한다”라면서도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여전한 지지를 강조했다.

각국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우려를 표명했다. 아세안은 외교장관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대만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과 관련해 “이번 사태는 오산, 심각한 대립, 공개적 갈등 그리고 주요 강대국 간의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주요 7개국(G7)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구실로 대만해협에서 공격적 군사 활동을 벌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4일 캄보디아 프놈펜 CICC(Chroy Jongva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의장국 주재 환영 만찬에 참석해 있다. [연합]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대만 문제를 두고 중일 외교장관이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일부 아세안 국가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자 왕 부장은 대만해협 문제의 모든 근원은 미국에 있다며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대만에서의 군사훈련은 주권과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피해자는 오히려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야시 외무상이 ‘대만해협 위기를 고조시키는 중국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왕 부장은 “일본은 중국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받아치면서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러한 여파로 1년9개월 만에 열릴 예정이었던 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무산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가 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CICC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의장국 주재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이러한 가운데 5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도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두 회의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미중일러 외교장관과 북한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도 참석자다. 특히 ARF는 역내 정치·안보 문제를 다루는 특성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와 대만 문제, 북한 미사일 도발 등 핵심 안보 이슈가 현안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ARF 회의 의장성명 채택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블링컨 장관은 환영 만찬에서 한 테이블에 앉았지만 시선이 닿지 않는 구도로 ‘거리두기’를 했다. 박 장관은 만찬을 계기로 블링컨 장관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고, 안광일 대사와도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 장관과 안 대사의 만남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간 대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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