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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에서 ‘정치’로, 과거에서 ‘미래’로...종전, 퍼즐 맞추기 마지막 한 수 [정치 플러스-종전선언 어디까지 왔나]
임기내 실현…흔들리는 청와대 구상
문 대통령 임기말에도 끈 놓지 않고 집착
美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돌출
南北美中 정상 모일 무대는 무산 가능성
이인영 ‘올해 말·내년 초’ 구체적 시점 언급
北, 이중적 태도·적대시 관점 철회 요구
이승만 대통령 정전협정 관련 기자회견[국가기록원]
클라크 UN군 총사령관 정전협정 서명 및 휴전협정 한국어 원본 [국가기록원]
정전협정 조인서 [국가기록원]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한국전쟁 휴전협정에 서명하고 있는 윌리엄 K. 해리슨 장군(왼쪽)과 조선인민군 및 중국인민지원군 대표 남일 장군(오른쪽). [미국 국방부]1. 2. 3. 정전협정 조인서 [국가기록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첫걸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2021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 축사에서 종전선언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선언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이 타격을 받게 됐다는 관측이 대두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북한의 베이징 올림픽 참가 불허에 이어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까지 더해지면서 종전선언의 앞날은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종전선언 아이디어, 美 조지 부시 행정부 제시=종전선언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을 완전히 종료하고 상호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교전 당사국 간 공동의 의사표명 행위’로 정리된다. 한반도에서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6·25전쟁의 포성은 멈췄지만 여전히 국제법상 전쟁상태에 머물고 있는 상태를 끝낸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70여년 가까이 유지되는 정전상태가 기이한 형태라는 데 대해서는 이론을 달기 어렵다. 정부가 종전선언의 당위성을 설파하면서 “무엇보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다”고 얘기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한반도에서 종전이 차지하는 의미가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비핵화와 한미동맹, 주한미군과 유엔군사령부 지위와 역할, 평화협정, 그리고 평화체제 등과 얽힌 문제가 곧바로 뒤따른다. 당장 한반도의 현 상태가 정전인지 휴전인지를 둘러싸고도 혼선이 빚어진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영문본인 ‘armistice’를 북한과 중국은 ‘정전’으로, 한국은 ‘휴전’으로 번역한 데서 기인한 혼선이다. 교전국끼리 일시적으로 전투를 중단한다는 의미의 정전 성격이 강했으나 북진통일을 주장하던 이승만 정부가 전선에서 잠시 전쟁을 중지한다는 의미의 휴전을 선호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에 대해 가장 의욕을 보이지만 애초 한반도 종전선언 아이디어를 본격 제기한 것은 미국이었다. 2006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의 1차 핵실험 뒤 가진 노무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남북한 지도자와 함께 6·25전쟁 종전선언에 공동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유인책으로서 종전선언의 등장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듬해인 2007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합의한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다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선언은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문 대통령이 작년에 이어 올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관련국에 제안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암초=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추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통상 임기 말 차기 대선과 맞물려 업무추진 동력이 떨어지면서 한가하기 일쑤였던 외교안보라인도 분주하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중국을 찾아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만났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계기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접촉하며 지지를 구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음으로 양으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 긍정적인 흐름을 낳기도 했다. 미국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주한미군과 유엔사 등에 미칠 부작용과 파장을 우려해 극도로 신중한 입장이었다. 백악관에서는 종전선언을 놓고 한미 간 순서, 시기, 조건에서 이견이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미가 종전선언 문안 협의를 거의 끝낼 만큼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비핵화 용어를 어떻게 처리할지 교착상태에 있지만 큰 난제는 아니라고 전한 바 있다.

중국도 공개적으로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나섰다. 양 정치국원은 서 실장과의 최근 회담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한다”며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6·25전쟁 정전협정 당사자로서 종전선언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한걸음 나아간 셈이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이런 시점에 불거진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공식화 이후 청와대와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과 종전선언은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라며 거리를 두는 눈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고려할 때 베이징 올림픽이 남북미중 4자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이면서도 사실상 유일한 무대였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올림픽 정신의 훼손이자 스포츠의 정치화라며 ‘단호한 반격’을 예고해 미중갈등의 불똥이 종전선언으로까지 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조속히 종전선언 성과를 도출한다는 구상이다. 이인영 장관은 7일 종전선언과 관련해 올해 말과 내년 초라는 구체적인 시점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종전선언, 주한미군 철수와 무관”=종전선언으로 가는 여정에서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보다 더 큰 문제도 남아있다. 바로 종전선언의 핵심 당사국인 북한의 태도다.

김정일·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10·4 남북정상선언과 판문점선언이 보여주듯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한반도의 봄이 찾아온 2018년 7월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날아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가진 북미 고위급회담 때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차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단과 엔진시험장 폐기, 미군유해 발굴 실무협상과 함께 종전선언을 제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같은 해 9월 당시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동맹이 약화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며 미측의 우려를 덜어주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종전선언 수용 조건으로 핵 프로그램 신고와 검증, 영변 핵시설이나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떠오르자 종전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소극적 태도로 전환했다.

북한의 태도는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은 개인적 견해라며 남측의 적대시 정책 중단과 상호 존중의 자세를 유지할 때 종전선언을 비롯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등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김 위원장은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며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에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만남의 선결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미국은 물론 국내여론 등을 감안할 때 한국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미는 북한 핵능력 고도화,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종전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상호 위협을 감소해야 한다”며 “북한 핵프로그램 동결 및 단계적 감축,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남북미중 4자 정상 또는 고위급회담을 우선 화상으로라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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