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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대북중심 정책, 한미 정책조율 리스크....尹/외교경험 부족, 대북관계 정체 우려 [정치 플러스-대선, 세계의 시선]
미국이 보는 한국 대선
두 후보 본선 전부터 각종 부패 의혹
민주화 후 가장 예측 불가능한 대선
美 아태 차관보 李·尹과 이례적 회동
승자따라 한미동맹 기조 달라질수도
전(前) 대통령 탄핵과 코로나19의 성공적 방역에 이어 BTS·’오징어게임’의 세계적 히트까지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변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내년 대통령 선거도 국제사회의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행정부는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파견해 여야의 두 유력 대선 주자를 만나게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1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 대사 대리를 만났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튿날인 12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 접견했다. 이상섭 기자

지난 11일과 12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차례로 공개 회동했다. 미 외교안보 인사가 한국의 대선후보와 접촉하는 건 늘상 있는 일이지만,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공개적으로 면담을 갖는 건 이례적이었다. 한미 외교소식통은 “대선 결과가 미국·중국간 전략 경쟁과 한미동맹 방향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정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 정가와 주요 언론이 바라보는 한국 대선은 “‘정치적 이단자’끼리의 경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기후변화, 미중전략경쟁 등 굵직한 대외변수 속에서 제 1, 2당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후보를 내세운 점과, 한치 앞도 예측불가능한 박빙 구도를 펼치고 있다는 점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980년대 이후 가장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열린 대선”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대선주자로 떠오른 배경에 한국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 및 승자독식 구조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FP)를 통해 유출된 미 국무부 문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들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한국 대선의 시대정신을 투영하고 있다”며 “일반 한국인, 특히 취직이나 결혼, 계층이동에서 좌절을 느끼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후보들이 ‘공정’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내건 공약은 청년들의 정치적 회의감을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며 이 후보와 윤 후보 양쪽 모두 본선 전부터 각종 부패 의혹에 휘말렸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전직 미 국무부 인사는 ”탄핵과 정권교체로 민주화 성숙기를 거친 뒤 도리어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고 반(反)기득권(Anti-establishment) 정치인이 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미 정부 차원에서도 정보 수집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윤 후보의 외신 기자회견에는 CNN, CBS, ABC 등 미국 주요 방송사를 비롯해 세계 각국 매체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미 방송사 소속 기자는 ”외신의 시각에서는 이례적인 대선구도“라며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기존 한국 정치시스템에 있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한국의 경제·외교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여러 매체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정치권과 주요 싱크탱크는 두 후보자의 정책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겸 CSIS 선임고문과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 겸 CSIS 한국석좌 주재로 지난달 28일 한미 언론인을 초청해 한국 대선이 한미동맹에 끼칠 영향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외신이나 해외 연구기관은 보통 한국 대선 관련 분석을 투표일 직전인 한두달 전에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CSIS의 때이른 움직임은 미국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한국 대선이 받고 있는 관심이 어느 정도로 큰지 보여준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를 보는 미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렸다. 빅터 차 CSIS석좌는 ”두 후보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대북 정책이 외교 정책 전체를 흔드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모양)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고, 정책 조율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데이비드 티자드 서울여자대학교 조교수는 아시아소사이어티 코리아센터가 지난 4일 ‘한반도의 정치, 안보, 경제’를 주제로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야당 후보와 보수정당은 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진보 여당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하겠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재 북한의 직접적인 도발을 겪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윤 후보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조합은 대북협상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티자드 조교수는 홍콩에 기반을 둔 영자 매체인 아시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윤 후보는 정치적으로 지식이 부족하고, 메시지가 투명하지 않거나 선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다“면서 ”그러나 이 후보는 외국의 시각에서 민족주의(ethnonationalism)를 부추길 것 같아 우려스럽고, 그것이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리퍼트 CSIS고문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이끄는 한국은 미국의 공급망 체계에 적극 관여하기로 합의했고, 이런 지점에 대해서는 어떤 정부가 출범하든 감사를 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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