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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로 우주로 기술의 날개를 펴다 [한국 항공우주산업 리포트⑤]
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를 가다
‘AESA 레이다’ 등 KF-21 기술 3종 순항
노하우 활용 지뢰탐지기서 인공위성까지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도 미래 먹거리사업
한화시스템이 시험개발중인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눈 AESA 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항공산업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 중 하나다. 국가와 국가, 사람과 사람 간 거리두기는 항공 수요 감소는 물론 항공산업 전반에 어둠을 드리웠다. 우주까지 아우르는 항공산업은 미래 먹거리 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치열한 전장이 된 지 오래다. 더욱이 분단국인 한국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분야이기도 하다. 헤럴드경제는 한국 항공산업의 오늘을 들여다보고 내일을 고민한다.

헤럴드경제 취재진이 찾은 경기도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에서는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현주소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유일의 방산전자와 정보통신기술(ICT) 통합 솔루션 기업이다. 특히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눈으로 불리는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다의 산실이자, 인공위성의 핵심장비인 전자광학(EO)·적외선(IR)·고성능영상레이다(SAR) 탑재체의 요람이기도 하다.

▶AESA 레이다, 무모한 도전이 현실로=한화시스템의 사업 중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KF-21 보라매에 탑재될 AESA 레이다다. 현대 공중전에서 전투기 생존과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장비로 공중과 지상 표적에 대한 탐지·추적, 영상 제공 등 임무를 수행한다. 애초 한국은 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는 방안을 구상했지만 미국의 거부로 국내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

국내 개발 추진이 결정된 뒤에도 비관적 전망을 넘어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AESA 레이다가 기존 안테나의 회전에 따른 기계식 레이다와 달리 1000여개의 송수신 통합 모듈을 전자적으로 제어하고 빠른 빔 조향을 통해 넓은 영역의 탐지·교전을 가능하게 하는 최첨단 기술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실제 AESA 레이다는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이스라엘 등 소수 선진국들만 보유한 첨단 기술의 정수로 여겨졌다.

한화시스템은 개발에 착수한지 4년 만에 시제 1호기를 성공적으로 출고했다. 세계 12번째로 대한민국을 레이다 강국의 반열에 올리는 쾌거였다. 외국의 경우 기계식 레이다 개발에만 10여년이 소요되기도 했다. 국내 시험비행기가 없어 시험을 위해 이스라엘에 입증시제를 보냈을 때는 이스라엘 측에서 당연히 약속된 일정을 못 맞추리라 생각하고 미처 시험 준비를 하지 못했던 일화를 낳기도 했다.

현재 AESA 레이다는 내년 비행시험을 앞두고 지상시험을 진행중인 KF-21 보라매 시제기에 인도한 것을 비롯해 10여대 이상이 제작돼 각종 시험을 준비중이다. 취재진이 찾은 용인종합연구소에서도 별도로 설치한 시설에서 가상의 표적을 추적하는 등 검증단계가 한창이었다. 조만간 해외에서 실제 항공기에 탑재해 비행시험을 가진 뒤 내년에는 한국에서 추가 비행시험을 가질 예정이다. 첫 비행시험을 해외에서 하는 이유는 AESA 레이다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넓은 항공기 개조 공간을 비롯해 관련 안전성과 기술 인증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이 같은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지방지와 진동수준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의 위성클린룸.

▶KF-21 보라매 3종 핵심기술 모두 순항중=AESA 레이다와 함께 한화시스템이 맡고 있는 KF-21 보라매의 3종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적외선 탐색 추적장비(IRST)와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 TGP) 개발도 순항중이었다. 공대공 표적에서 나오는 적외선신호를 탐지·추적하는 IRST와 주야간 공중·지상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EO TGP 모두 오는 2026년 상반기까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KF-21 보라매 동체 전방에 장착되는 IRST는 광대역 탐색을 통해 대공표적으로부터 나오는 적외선을 탐지한다. IRST는 레이다와 유사하게 원거리 표적을 탐지·추적하지만 레이다와 달리 전파를 내지 않아 적기가 탐지 당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표적과 각도 정확도도 레이다에 비해 우수하다. 그러나 레이다에 비해 탐지거리가 짧고 거리정보가 부정확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레이다와 보완적으로 사용되면서 미래전장환경에서 필수 장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F-21 보라매 동체 하부에 탑재되는 EO TGP는 사격통제용 전자광학장비다. 적외선 카메라와 주간 카메라, 레이저 센서가 융합된 고난이도 기술의 집약체로 ‘전자광학기술의 꽃’이라 불린다. 지난 2019년 3월 상세설계를 완료한데 이어 내년 10월께 시제품이 납품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의 저궤도 통신위성 플랫폼과 초소형 SAR위성.

▶지뢰탐지기부터 인공위성 탑재체까지=한화가 그룹 차원에서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우주 사업에 각별한 공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한화시스템은 우주에서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관측·감시 정찰위성의 탑재체 분야를 맡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전자광학(EO), 적외선(IR), 영상레이다(SAR) 위성 탑재체 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2007년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3A호 IR 센서 개발에 이어 2015년 국내 최초 IR 센서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특히 군사용 정찰위성인 SAR 위성이 전력화되면 한반도와 인근 지역의 전천후 영상 정보 수집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AR 위성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체계 구축은 물론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도 맞물려 있다. 공중에서 지상과 해양에 레이다를 쏘아 굴곡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차를 합성해 지형도를 만드는데, 레이다 활용으로 야간은 물론 비가 내리거나 구름이 낀 악천후에서도 영상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초소형 SAR 위성은 기존 원통이나 박스형 본체와 거대한 태양전지판 날개가 달리 통상적인 위성과 달리 탑재체와 본체, 그리고 태양전지판까지 일체화한 얇은 직육면체 형태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무게 절감과 한번의 우주발사체 발사로 많은 수량을 실을 수 있어 비용도 크게 줄였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100㎏ 이하 1m급의 초소형 SAR 위성을 개발중이다.

취재진은 용인종합연구소 위성클린룸을 방문할 기회도 얻었다. 최첨단 장비와 기술을 다루는 곳인 만큼 공상과학(SF)영화에서나 볼법한 방진복을 갈아입고 먼지를 제거하는 절차를 밟은 뒤에야 입장이 가능했다. 600㎡, 높이 11m 규모의 위성클린룸은 1㎥당 먼지수가 1000개 미만의 먼지방지기준을 유지하고, 진동레벨도 반도체 칩 생산 공장 수준인 E등급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한화시스템이 양산에 착수한지뢰탐지기-Ⅱ 이미지.

한화시스템의 제품군에는 흥미롭게도 지뢰탐지기도 있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방위사업청과 580억 규모의 지뢰탐지기-Ⅱ(PRS-20K) 양산계약을 체결했는데 내년부터 1600여대를 납품할 계획이다. 지표투과레이다(GPR)와 금속탐지기(MD) 복합센서로 기존엔 찾지 못했던 목함지뢰와 발목지뢰 등 비금속지뢰까지 탐지 가능하다. 그동안 축적된 레이다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한화시스템의 UAM 버터플라이 군용 틸트로터(TR) 수직이착륙기.

▶도심 교통의 혁명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신개념 교통시스템인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는 한화시스템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 최근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1)에서는 민수용 UAM 기술을 활용한 국방 틸트로터 수직이착륙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오버에어와 민수용 에어모빌리티 기체 ‘버터플라이(Butterfly)’를 개발 중인데, 수직 이착륙 및 비행시 효율을 극대화하는 4개의 틸트로터가 탑재돼 국방 분야에 적용한 국방 틸트로터형 항공기도 준비중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UAM은 도심 내, 그리고 도시와 도시 간 효과적이고 빠른 이동수단이 될 것”이라며 “군에서도 인력과 물자 수송뿐 아니라 감시·정찰·탐색 등 다양한 목적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원·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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