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한의 리썰웨펀]러시아製 S-400이 뭐길래…배치되자 미-터키 갈등, 러-일 분쟁
S-300, 한국형 패트리엇 'M-SAM' 모체
사드와 경쟁하는 S-400 글로벌 인기 끌어
러시아, 남쿠릴열도에 배치해 일본 견제
터키, 미국 우려에도 끝내 S-400 반입
러시아의 대공방어용 요격체계 S-400.[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의 대공요격체계와 기반이 같은 러시아 최첨단 요격체계 S-400(트리움프)로 인해 미국과 터키, 일본과 러시아 등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첨단 지대공 미사일 S-400을 일본과 인접한 사할린주(州)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24일(현지시간) S-400 트라이엄프 미사일 부대가 사할린주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동부 군관구 산하의 S-400 방공 미사일 부대가 24일부터 러시아 연방의 동부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임무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상 40㎞부터 최대 사거리 400㎞ 범주 내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는 S-400 미사일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됐다. 이 미사일은 레이더에 거의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까지 추적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로 평가된다. 최고속도 마하14로 최대고도 30㎞ 상공에서 요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대는 사할린 지역에 있는 기존 군부대 주둔지에 배치될 것이라고 인테르팍스는 전했다. 러시아군의 이번 조치는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쿠릴열도 4개섬에 대한 통제력 강화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은 1855년 황제가 지배하는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조약을 근거로 이 섬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4개섬을 실효 지배하고 있는 러시아는 남쿠릴열도가 2차대전 종전 이후 전승국과 패전국 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인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자국의 또 다른 지대공 미사일인 S-300 계열 V4를 쿠릴 열도에 배치, 훈련을 실시했다.

◆S-300, 한국형 패트리엇 'M-SAM' 모체로 알려져=S-300(파바리뜨)은 단거리 요격체계, S-400은 중거리 요격체계로 최대 사거리에 차이가 있다. S-300은 최초 배치 당시인 1978년 최대 사거리가 47㎞에 불과했으나 여러 차례 성능개량을 거쳐 현재 최대 사거리는 400㎞에 육박하고 속도도 마하12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300 기술을 바탕으로 1999년 S-400이 개발됐고, 2007년 실전 배치됐다.

S-300은 미국의 패트리엇 요격시스템, 한국이 자체 개발한 이른바 '한국형 패트리엇' M-SAM(중거리지대공요격체계) 등과 동급의 무기체계로 분류된다. S-400은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국제 무대에서 경쟁 상대가 되고 있다.

S-300과 S-400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무기로 전해진다.

S-300은 한국이 자체 개발한 M-SAM의 모체가 된 무기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S-300과 S-400의 기술을 로열티를 지불하고 도입해 M-SAM 자체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L-SAM(장거리지대공요격체계)까지 자체 개발 중이다.

아울러 S-300의 디지털 시스템 통합은 한국 기업이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통합이란 레이더, 발사대, 통제소 등의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연동시키는 절차로, 무기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로 꼽힌다.

북한 또한 러시아의 S-300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북한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S-300과 유사한 형태의 대공방어무기체계가 포착된 바 있다.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S-400은 미국의 스텔스 전략폭격기 B-2 스피릿,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무기이다.

중국이 2014년 9월 세계 최초로 수입계약을 체결했고, 2018년 1월 최초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9월엔 터키가 러시아와 S-400 구매계약을 맺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 최초로 S-400을 구매한 나라가 됐고, 이어 2017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가 S-400 수입계약에 사인했다.

터키는 미국에 예민한 문제를 건드렸다가 미국산 무기 수출금지를 당하는 등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터키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산 F-35 구매를 추진하는 한편, 러시아의 S-400 수입을 추진했다. 미국의 '창'과 러시아의 '방패'를 동시에 구매하고자 한 것이다.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矛: 창 모)과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盾: 방패 순)를 동시에 팔려다 행인들로부터 비웃음을 산 중국 고사 속 무기 상인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터키는 지난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침내 러시아에서 S-400을 구매해 배치했다. 미국은 F-35 국제 공동개발 프로그램 참여국이자 향후 10조원 이상을 들여 100대를 구매할 예정이던 터키에 전격적으로 F-35 판매 금지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터키가 S-400 요격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F-35까지 도입할 경우, S-400에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F-35의 기밀 정보가 러시아로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터키는 고집을 꺾지 않고 끝내 S-400을 반입, 발사 시험까지 마쳤다.

◆터키, 미국의 우려에도 끝내 S-400 반입=이에 미국은 적대세력 제재 대응법(CAATSA)에 따라 터키 방위산업청(SSB)에 수출허가 금지 등의 추가 제재를 가했다.

그러자 터키는 미국에 S-400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타협을 원했지만,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S-400을 항상 사용할 필요는 없다"며 그리스에 배치된 S-300을 거론했다. 그리스는 1990년대 말 친그리스 성향의 키프로스공화국 정부가 구매한 S-300 미사일을 자국 영토인 크레타 섬에 배치하는 것을 승인했다.

아카르 장관은 "그리스는 이 시스템을 항상 사용하지는 않는다"며 "지난 몇 년간 한 차례 테스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레타섬에 배치된 S-300과 같은 운용 모델을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 배치만 해 놓고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때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터키는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의 수호이(SU)-35 또는 SU-57 전투기를 도입하거나 기존 F-16 전투기를 개량하는 방안 등도 모색 중이다. 아울러 F-35 수입 재추진을 위해 미국 로비 회사를 고용하는 등 야심을 관철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스마일 데미르 터키 방위산업청장은 지난 3일 "F-16 전투기의 개량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기체 업그레이드 작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터키 공군의 주력 기체인 F-16 전투기의 사용 시간을 8000시간에서 1만2000시간으로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에는 SSB 측이 미국 로비 회사를 향후 6개월 간 75만달러(약 8억원)를 들여 고용한 사실이 알려졌다. 더 놀라운 것은 터키가 이 와중에 러시아로부터 S-400 추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로부터 S-400 2차분 도입을 위한 회담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그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뭐라고 하든 우리가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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