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한의 리썰웨펀]"SI 감청체계 다 무너진다" 깊어지는 군의 탄식
군, 정황설명 위해 국회에 비공개로 설명
군사기밀 보고받은 국회, 상당수 일반 노출
"SI 정보 공개되면 군 감청자산 상당수 무력화"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 질의는 공개와 비공개로 구분돼 진행됐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중요한 군사기밀을 국회에서 비공개로 보고받은 뒤 억측을 더해 언론에 다시 공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행태인가?"

군 내외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실종 공무원의 피살 사건에 대한 민감한 정보가 무분별하게 부풀려져 일반에 공개되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군 출신 한 예비역 장교는 30일 "과거에는 비공개 보고 내용에 대해 언론에 이런 식으로 부풀려 다시 공개하는 일은 드물었다"면서 "정치권에서 이번 사건을 정치쟁점화하기 위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감시정보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전역을 24시간 감시한다. 인공위성과 정찰기 등 첨단 장비를 통한 테킨트(TECHINT·기술정보), 북한 내부통신을 감청해 얻는 시긴트(SIGINT·신호정보), 북한 내 협조자가 전하는 휴민트(HUMINT·인적정보) 등이 북한 사정을 파악하는 주요 수단이다. 북한군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최고 수뇌부 위치 등이 핵심 추적 대상이다.

전날인 29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연유(燃油)를 발라서 (시신을) 태우라고 했다'는 것을 국방부가 SI(감청 등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SI란 시긴트를 말하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런 내용을 거리낌없이 유포했다.

그는 "북한 용어로 휘발유나 디젤처럼 무엇을 태우는 데 쓰는 연료를 연유라고 하는 모양"이라며 "국방부가 그냥 판단한 게 아니라 정확하게 들었다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우리 감청자산이 북한군이 사용하는 어느 채널의 무슨 통신을 감청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드러내는 발언이다. 군의 우려가 깊어지는 이유다.

군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감청을 통해 어떤 정보를 취득했다고 밝히는 것은 거꾸로 북한이 어떤 부분에서 우리 감청에 취약한 지를 그대로 노출한다"며 "북한은 우리가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부 통신보안을 점검하게 되고, 그러면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노력으로 쌓아온 우리의 감청자산이 무력화되고 만다"며 탄식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암호나 신호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꾸게 되면 그 보안체계를 뚫기 위해 오랜 세월이 요구된다"면서 "우리가 시긴트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면 할 필요도 없었던 노력을 다시 기울여야 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군은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시긴트 정보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북한이 전통문에서 시신은 불태우지 않고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하니 (민주당이) 그 부분을 빼자는 것"이라며 "그걸 고치고 나면 규탄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북한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그 말을 믿자는 것"이라며 "그게 말이 되겠나. 우리 국방부 말을 믿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이런 발언은 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군사정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대표적 행태"라면서 "상세한 정황 설명을 위해 비공개로 국회의원들에게 전달되는 정보를 이런 식으로 공개하면 앞으로 어떤 군사기밀이 기밀로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밖에도 전날 국회에서는 국방부와 합참이 비공개로 설명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군사기밀 정보가 흘러나왔다.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은 군 당국이 실종 피살 공무원 이모(47)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22일 오후 3시30분 전부터 북한군들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군이 A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북한군 내부 교신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북한군과 이씨가 상당히 근거리에서 대화했다는 정보, 북한군이 이씨 구조 여부를 자기들끼리 상의했다는 정보, 북한군이 이씨를 밧줄로 묶어 육지로 '예인'하려고 하다 해상에서 '분실'한 후 2시간 만에 다시 찾았다는 정보 등이 이 과정에서 발표됐다.

또한 국회 국방위와 정보위 측은 북한군 내에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상황, 북한군 상부와 현장 지휘관이 의견을 나눈 정황, 북한 해군사령부가 사살 명령을 하달하고 9시 40분께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올라간 정황 등도 공개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해당 정보 중 상당 부분이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군은 이런 정황 등을 국회에 비공개로 설명하면서 군이 구출을 감행하지 않고 대기한 정황 등을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시긴트를 바탕으로 북한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군의 감청자산 보호 노력이 국회의 비공개 정보 발표로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 셈이다.

국방부는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자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당시 우리 군이 획득한 다양한 출처의 첩보 내용에서 '사살'을 언급한 내용은 전혀 없다"며 "우리 군은 단편적인 첩보를 종합 분석해 추후 관련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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