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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둥켜안은 이 시간, 붙잡을수만 있다면…
상봉 둘째날, 가족소식 전하고 살아온 인생여정 이야기꽃…건강악화로 귀환한 이들 안타까움 더해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해 온 60여년의 세월은 길기만 하건만 서로 부둥켜안은 시간은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 북측 가족 178명 등 300여명의 남북 이산가족은 21일 오전 외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시작으로 상봉 둘째 날 만남을 이어갔다.

이산가족들은 개별상봉에서 전날의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비교적 차분한 상태에서 금강산에 오지 못한 가족들 소식과 살아온 인생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쉬움은 커져만 갔다. 개별상봉이 끝나면서 2박3일간의 이산가족 상봉일정 가운데 벌써 절반이 훌쩍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개별상봉에 이어 오후에는 금강산호텔에서 2시간씩 공동중식과 실내상봉을 가진다. 이전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는 둘째 날 오후에 야외상봉이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금강산에 내린 폭설과 추운 날씨를 고려해 실내상봉으로 대체됐다.

그나마 건강악화로 남은 일정마저 소화하지 못하고 미리 돌아와야만 하는 이들도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전날 강원도 속초에서 구급차를 타고 금강산에 들어와 가족과 만난 김섬경(91) 할아버지와 홍신자(84) 할머니는 이날 오전 외금강호텔 각자 숙소에서 개별상봉만을 마치고 남측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특히 김 할아버지는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아들 진천 씨와 춘순 씨를 보고 죽겠다며 이산상봉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인 탓에 애절함이 한층 더했다.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면서 저마다 오랜 세월 간직하고 있던 사연들도 공개되고 있다. 장춘(81) 할아버지는 아들 기웅 씨와 함께 1951년 헤어진 북측의 남동생 장화춘(73) 씨와 여동생 장금순(76) 씨를 만났는데 아들과 남동생의 직업이 똑같아 눈길을 끌었다.

북측의 화춘 씨가 조카 기웅 씨에게 “너는 무슨 일을 하니”라고 묻자 기웅 씨는 “저는 기관사예요. 열차 기관사, 기차 운전하는 거요”라고 답변했다.

이 말을 듣자 화춘 씨는 화들짝 놀라며 “나도 47년6개월 동안 기관사를 했다”며 반가워했다. 철책선에 의해 갈라져 살면서도 가업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장 할아버지 가족 소식은 다른 이산가족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복동생들을 만날 줄 알고 금강산에 갔지만, 다른 가족이 나와 허탈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시납북자 가족인 최남순(65ㆍ여) 씨는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아버지가 북한에 남긴 이복동생 경찬(52), 정철(45), 덕순(55) 등 3남매를 만났다.

최 씨는 이들로부터 아버지의 사진을 받아보고, 한동안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지만 “아무리 봐도 제 아버지가 아니에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최 씨는 그래도 이것도 인연이라며 북측에서 나온 3남매와 ‘의형제’를 맺기로 하고 상봉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금강산에서 제설작업을 하던 한국도로공사 직원 이모 씨가 21일 오전 트럭에서 떨어져 남쪽으로 후송됐다. 이 씨는 외금강 호텔 외곽에서 제설작업을 하다가 2m 높이의 차량에서 떨어져 외관상 찰과상 정도만 입었지만, 현지 의료진은 CT촬영 등 정밀검진을 위해 후송키로 했다.

신대원·원호연 기자/shindw@ha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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