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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평우 변호사, 판사 출신 합류 기대 컸지만…막무가내 항변 물의

  • 2017-02-20 15:05|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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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측 변호인 김평우 변호사가 법정 소란으로 주목받았다.


[헤럴드경제 법이슈=박진희 기자] 지난 16일부터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김평우 변호사가 법정 소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김평우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2009~2011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헌재 자문위원, 대법원 대법관제청자문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16일부터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해 이목을 끌었다. 최근 조갑제닷컴에서 '탄핵을 탄핵한다'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소설가 고(故) 김동리씨의 아들로도 유명세를 탔다.

김평우 변호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서 헌법재판소 재판부에 거세게 항의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측 김평우 변호사는 오늘(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5회 변론에서 "재판을 12시에 끝내는 법칙이 어디 있느냐"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탄핵심판 제15차 변론기일에서 예정된 증인신문과 증거조사를 마친 뒤 낮 12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변론절차를 끝내려하자 김평우 변호사는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어떤 내용인가"라고 물었지만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지금 시간이 12시가 넘었는데 제가 당뇨가 있어 어지럼증이 있다"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이후에 변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권한대행은 "꼭 오늘 해야할 사안이냐"고 물었지만 김 변호사는 "점심을 못 먹더라도 지금부터 변론하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김 변호사가 재판부의 말을 무시한채 변론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이 권한대행은 "재판 기일은 저희가 정하는 것"이라면서 "그럼 오늘 변론 마치겠다"고 선언했고 김 변호사는 "저는 지금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되는 항의에 이 권한대행은 "다음번에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12시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12시에 변론 끝내야한다는 법칙이 있느냐"며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며 재판부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호통을 쳤다.

이 권한대행은 그러나 "오늘 변론은 이것으로 마친다"며 다른 재판관과 함께 퇴장했다.

재판부가 퇴장하며 국회 측 소추위원과 대리인단, 방청객 등 심판정에 있던 모든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췄지만 김 변호사 등은 큰 목소리로 "이런 법칙이 어디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주변의 다른 대리인단 변호사들이 말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변론 기회를 달라'며 김 변호사가 벌인 돌출행동은 증인신청과 증거채택, 대통령의 변론 출석 시 신문 가능 여부 등 대통령 측이 제시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휴정시간을 벌어 대응책을 마련하려했던 의도로 해석된다.

김 변호사의 이 같은 소란에도 대통령 측은 '당연한 권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을 마친 후 기자들과 가진 브리핑에서 '김평우 변호사의 행동이 부적절해 보인다'는 질문에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변호인이 변론하겠다는데 제한 한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변호인이 변론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변론을 하겠다는 데 (재판부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측은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됐다가 불출석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다시 증인신청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등이 재판부로부터 모두 직권취소되고, '고영태 녹취파일'도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공정성 의심'을 언급하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의 진행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상당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 전 이사 증인신청과 녹음파일 증거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는 "상당히 유감"이라며 "변호인단 전체 회의를 거쳐 다시 신청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가 박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출석할 경우 국회 측과 재판부의 신문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한 것에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과 출석여부를 논의해보겠다. 지금까지는 간접적으로만 상의했다"면서도 "대통령이 나와 신문을 받는 것이 국가 품격에 좋겠나"고 말했다.

issuepl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