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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프랑스에서도 빛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따뜻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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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일본이 아닌 프랑스 가족 이야기로 돌아왔다. 가족 이야기에 일본 사회를 반영해 문제의식을 드러내던 날카로운 시선은 사라졌지만, 가족의 의미에 대한 섬세한 시각만큼은 여전하다.

5일 개봉하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전설적인 여배우 파비안느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록을 발간하며 딸 뤼미르와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서로에게 쌓인 오해와 숨겨진 진실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으로, 프랑스에서 해외 배우들과 촬영한 첫 작품이다. 프랑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일본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포착하던 특유의 현실반영적인 시각은 사라졌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을 경유하며 이어진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질문과 섬세한 시각은 여전하다. 어머니의 자서전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해외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던 딸이 가족과 프랑스를 방문하고, 언뜻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 불안한 균열이 포착돼 긴장감을 유발하는 섬세한 연출력도 그대로다.

대신 무거운 주제 의식 때문에 다소 어두웠던 전작과는 달리 다소 유쾌하고 밝은 톤으로 전개돼 새롭다. 가끔 제 멋대로 행동하고, 지나치게 솔직한 성격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지만, 연기에 대한 철저함만은 존경을 부르게 하는 파비안느의 사랑스러움이 영화의 매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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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스틸


특히 영화는 파비안느와 기자의 인터뷰 장면으로 포문을 열며 그의 솔직한 성격을 단번에,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파비안느는 라이벌 배우에 대한 감상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 동시에 잘못된 것은 바로 시인하며 웃어넘기는 당당한 매력으로 화면을 장악한다.

미국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딸 뤼미르, 미국의 드라마 배우로 활동 중인 남편 행크, 사랑스러운 딸 샤를로트가 등장하면서부터는 긴장감이 한층 짙어진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의 반가운 재회도 잠시, 뤼미르가 자서전 속 내용이 모두 거짓이라며 묵은 감정을 드러내면서부터 가족들의 긴 시간 쌓인 상처들이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 것이다.

곳곳에 프랑스식 유머가 묻어있어 심각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촬영과 뤼미르와 평생을 함께한 매니저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끝까지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는 파비안느의 분투가 밉지 않게 그려진다. 뤼미르 또한 연기에 빠져 가족을 등한시한 엄마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동시에 담긴 애증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현실감을 높인다.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서로의 속내를 이해하는 모녀의 작은 변화들을 섬세하게 포착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번에도 진짜 가족으로 거듭하는 한 가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본다. 파비안느가 무심하게 주변인들을 대하는 것은 일상과 연기 활동의 균형을 유지하며 평화를 지키는 한 방식이었다는 포용력 넓은 시선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클라이맥스에서도 오히려 유머를 가미해 웃음을 주는 등 그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능청스러운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기존 장점과 새로운 재미들이 골고루 담겨 영화의 매력을 한층 높인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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