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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카센타’ 탄탄한 현실 위 날개 단 상상력, 블랙코미디의 진짜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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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카센타'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카센타’는 재기 발랄한 설정도 돋보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현실이 완성도를 높인다. 현실에 발 딛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내는 신인의 도전이 한 편의 신선한 블랙 코미디를 완성시켰다.

27일 개봉한 ‘카센타’는 파리 날리는 국도변 카센타를 운영하고 있는 재구(박용우 분)와 순영(조은지 분)이 펑크 난 차를 수리하며 돈을 벌기 위해 계획적으로 도로에 못을 박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재구, 순영 부부가 ‘어차피 한가한 관광객들의 돈을 뜯어내는 것이 뭐가 문제겠냐’는 단순한 계산법으로 범죄를 시작하고, 상황이 예기치 않게 흘러가면서 위기에 빠지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우연하고, 또 사소했던 사건이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과정을 담았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개연성과 짜임새가 관건이다. 사건과 사건이 꼬리 물듯 자연스럽게 확장돼야 했기 때문에 재치있는 연출력도 동반돼야 한다.

‘카센타’는 먼저 재구, 순영 부부의 현실을 디테일하게 담아내면서 감정적인 개연성을 다진다. 아내 순영의 고향에서 카센타를 운영하는 재구는 외지인이라고 설움 받고, 가난하다고 무시당하는 등 힘든 현실을 버티는 가장의 무게감을 오롯이 보여준다.

특히 마당의 평상 위에서 밥을 먹다가 큰 트럭이 일으킨 먼지를 뒤집어쓰는 부부의 모습이나 메마르고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생활고를 단번에 느끼게 하는 부부의 비주얼 등 긴 설명 없이도 효과적으로 그들의 상황을 각인시키는 디테일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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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카센타' 스틸


상황이 충분히 현실적이고, 인물의 심리적인 근거도 뒷받침 때문에 자유로운 전개가 가능했다. 초반 공들여 획득한 탄탄한 현실감을 바탕으로, 도로에 못을 박는다는 신선한 발상,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돈에 대한 욕망 등 예측 할 수 없는 전개들을 보여주며 전개 내내 흥미를 만들어낸다.

마을의 실세 문 사장(현봉식 분)부터 인근 리조트 대표 예리(한수연 분)까지, 스쳐지나가는 것 같던 주변인들이 갈등을 만들어내며 전개를 확장시키는 과정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순영을 짝사랑하던 청년회 회장의 질투가 결국에는 무리한 선택을 이끌고, 재구의 수상한 행동이 예리의 딸 실종 사건과 이어지는 등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잘 짜인 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이중성, 현실의 부조리함을 유쾌하게 비꼬면서 블랙 코미디의 매력도 부각시킨다. 사위를 무시하던 장인의 급변한 태도, 달라진 위상을 달콤하게 누리는 순영, 재구 부부의 허황된 목표 등 돈 앞에서 작아졌다 커지는 인물들의 코믹한 모습이 웃음 뒤 씁쓸함이 긴 여운을 남긴다.

탄탄한 현실감 위에서 신선한 상상력을 마음껏 뽐낸 신인 감독의 패기가 돋보인 ‘카센타’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의 감정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안정감을 부여한 박용우, 조은지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큰 스케일이 주는 쾌감은 아니지만, 부조리를 유쾌하게 비틀어낸 블랙 코미디의 묘미, 독특한 아이디어로 흥미를 만들어내는 저예산 영화의 재미가 고루 담겨 만족도만큼은 충분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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