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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블랙머니’ 쉽지만 날카로운 ‘론스타 먹튀’ 설명서

  • 기사입력 2019-11-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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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블랙머니'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블랙머니’는 금융 사기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이해하기 편하게 대중적인 언어로 담아낸 영화다. 사건을 수사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1% 엘리트들의 추악한 민낯까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13일 개봉하는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조진웅 분)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실제 사건이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이 소재다. 현실에 발 딛은 이야기 위해서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들이 실제와 판타지의 경계를 교묘하게 오가며 재미를 만들어낸다.

70조짜리 은행이 하루아침에 1조 7천억 원으로 평가받고, 나아가 이러한 희대의 ‘먹튀’를 가능케 한 기득권 카르텔의 민낯까지 드러내는 이번 영화는 사건의 면면을 따지고 들면 복잡하고, 어렵다. 전문 용어들도 남발돼 사건 전체를 제대로 파악하려고 노력하면 흥미가 떨어지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지영 감독은 이러한 한계를 영리하게 넘긴다. 경제 문제에 대해 관객만큼 관심이 없었던 양민혁 검사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 만들며 쉬운 이해를 돕는다. 성추행 검사라는 누명을 벗기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수사를 시작한 양민혁이 사건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성장 드라마 안에 녹아 있다.

마치 추리물을 보는 것처럼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며 양민혁을 따라가다 보면 ‘금융 자본주의’의 실체마저도 어렵지 않게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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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블랙머니' 스틸



사건을 담당하는 동료 검사들의 눈칫밥을 먹어가며 남몰래 사건을 파헤치는 양민혁이 만들어내는 트러블들은 어려운 사건을 한층 흥미 있게 만들어주는 좋은 장치가 되기도 한다.

역대급 먹튀 사건 자체에 대한 이해는 물론, 그것을 가능케 한 경제 구조까지 알기 쉽게 설명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단순화해 갈등을 납작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누명을 벗겨주고, 평검사로서는 누리지 못할 더 큰 권력을 누리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 앞에서 망설이는 양민혁 검사의 보편적인 모습도 물론 현실적이다.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이자 스타펀드의 법률 자문인 김나리(이하늬 분)가 양심과 목표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 자신의 행동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모피아들의 합리화 등 현실적인 인물들의 입체적인 면면은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듯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스크린에 펼쳐놓은 것은 정지영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6년 동안 이 영화를 준비한 정 감독의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블랙머니’는 대중들도 쉽고, 재밌게 보기를 바랐다는 그의 바람이 정확하게 통하는 영화가 됐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론스타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린 ‘블랙머니’가 관객들을 만난 이후에는 어떤 파급 효과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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