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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영화 속 여성 캐릭터③] 한국 영화 속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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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벡델 테스트라는 영화 성평등 테스트가 있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와야 하며, 이들이 서로 대화를 해야 한다. 또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어야 한다. 여성 캐릭터가 소모적으로 쓰였는지 확인하기 위한 좋은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백델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단지 여성 캐릭터가 지나치게 소모적으로 소비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바람직한 여성 캐릭터는 어떤 매력들을 갖추고 있을까. 한국 영화 속 주목할 만한 여성 캐릭터들을 꼽아봤다.

■ ‘미씽: 사라진 여자’ 공효진X엄지원

‘미씽: 사라진 여자’는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쫓고 쫓기는 추격을 벌이는, 심리 스릴러 영화다.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스릴러 장르에 공효진, 엄지원이 투톱으로 나섰다는 것 자체가 귀하다.

여기에 워킹맘 지선(엄지원 분)의 애환을 비롯해 조선족 보모 한매(공효진 분)의 사연까지 담아내며 여성 문제를 다각적인 시각으로 그려냈다.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모성애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폭력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박열’ 최희서

매력적인 영웅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여성들은 그의 조력자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스스로가 주인공이 아니면, 대부분의 영웅 서사에서 여성 캐릭터의 위치는 한정적이다.

그러나 영화 ‘박열’은 아나키스트 박열(이제훈 분)의 인생은 물론, 그의 아내 후미코(최희서 분)의 삶까지 담아냈다. 후미코를 단순히 박열의 연인 자리에 두지 않고,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당당하게 드러냈던 그의 가치관에 주목한다. 때문에 영화 속 후미코는 박열과 동등한 동지의 위치에 서게 된다.

‘박열’을 보고 난 뒤 대다수의 관객들은 박열과 후미코의 영화로 이 작품을 기억했다. 주인공 박열을 부각하기 위해 주변 캐릭터를 이용하지 않았기에, 이 영화에서는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다수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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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박열' '아이 캔 스피크' 스틸



■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아이 캔 스피크’의 위안부 피해자인 옥분(나문희 분) 할머니가 주인공인 영화다. 영화는 옥분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최대한 늦게 오픈한다. 그 전까지는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옥분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위안부 소재를 휴먼 코미디 장르 안에 녹여내는 새로운 접근이 돋보인다.

이 과정에서 옥분은 단순히 피해자가 아닌, 폭로 하는 여성으로 성장하게 된다.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묘사, 언급하지 않고도 그 아픔을 절절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기존 위안부 소재 영화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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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



■ ‘국가부도의 날’ 김혜수


‘국가부도의 날’의 한시현(김혜수 분)은 1997년 국가부도를 앞두고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은 가장 먼저 위기를 예감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애쓰는 유일한 캐릭터다.

IMF가 터지자 경제 관료들과 IMF 협상단을 상대하는 한서현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그때 그 시절 비공개 대책팀에는 여성이 포함되지 않았다. 극 중에서도 한시현은 여성이라 감성적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보수적 관료들의 편견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한시현은 누구보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고, 유일하게 실질적인 대안을 위해 분투한다. 감정적이라 비난받지만, 고통 받는 국민들의 아픔에 누구보다 강하게 공감하며 진짜 대책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관료들의 비웃음에 정면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한시현의 분투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20년 후 새로운 여성의 손을 잡고 다시금 현실과 맞서는 모습도 의미를 남겼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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