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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미디어 속 청춘①] 청춘의 패기 사라졌다?…무력함 속에서도 희망 찾는 청춘

  • 기사입력 2019-10-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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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드라마 '마지막 승부' '미생'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청춘하면 ‘패기’와 ‘열정’과 같은 뜨거운 단어들이 먼저 연상된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청년들은 그렇지 않다. 늘 고군분투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도전적이고, 패기 넘치는 청춘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N포 세대’라는 신조어는 지금의 청춘을 대변하는 말이다. ‘취업난’이라는 말도 만성이 된 현재, 청년들은 포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2010년 결혼과 연애, 출산을 포기하는 ‘3포’가 등장한 뒤, 지금은 꿈과 희망까지 버리는 N포 세대라 불리며 포기의 가짓수를 늘려가고 있다.

청년 실업은 일을 할 수 있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일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8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7.2%이며, 그 숫자는 30만 명이 넘는다. 특히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1.5%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취업난’이라는 말은 고도성장기로 취업이 쉬웠던 80년대 황금기가 끝난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대졸 취업난은 사회 문제로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1999년의 청년 실업률은 11.5%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취업난, 일자리 질 저하 등의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갔으며, 2010년 이후 청년실업률은 7.0% 이하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 2014년부터 8.7%를 넘긴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자연스럽게 미디어에도 반영됐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미디어가 다루는 청춘물에는 넘치는 에너지와 패기, 야망이 묻어났다. 1990년 방영된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은 대학생들의 사랑과 꿈, 밝은 미래를 그렸으며, 1994년 방송된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농구를 소재로, 청년들의 도전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1999년 방송된 드라마 ‘카이스트’ 또한 캠퍼스의 낭만을 주요 소재로 했다. 젊은 과학도들의 삶과 우정을 그려 청년들의 공감을, 어린 세대들에게는 희망을 선사했다. 물론 미래에 대한 고민도 빠질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희망에 가까웠다.

영화계에서는 이 시기 20, 30대보다는 반항어린 10대들의 모습을 그린 하이틴 영화가 대세였다. 예민한 청소년 감성을 담은 ‘비트’를 통해 정우성, 고소영이라는 청춘스타를 발굴하기도 했다. 방황과 반항이라는 키워드가 중심이지만, 스펙과 성적이 주요 소재로 쓰이는 지금과 비교하면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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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버닝' 스틸



최근 청춘물 속 청년들은 치열한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느라 낭만과 패기를 말하기가 어렵다. 청년들을 다룬 작품들에서는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랑보다는 ‘취업’이라는 소재가 더 많이 쓰인다.

2014년 tvN에서 방송된 드라마 ‘미생’과 2015년 개봉한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취업 문턱을 겨우 넘어섰지만, 사회라는 또 다른 지옥을 마주한 사회 초년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때로는 좌절하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신입사원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담겼다. 특히 ‘미생’은 계약직 장그래를 통해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의 벽까지 담아내며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장그래와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동기들의 모습이 뭉클한 위로까지 선사했다.

2015년 개봉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작년 개봉한 ‘버닝’은 ‘N포세대’의 좌절감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하고, 결혼하고 집 장만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소시민 수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가난한 사람이 그 굴레를 벗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통렬하게 보여준 이 영화는 다소 섬뜩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통해 현실의 잔혹함을 은유한다.

‘버닝’은 이창동 감독의 9년 만 신작이자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관객들의 큰 기대를 모았었다. 글 한 줄 쓰지 못하는 작가 지망생 종수와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해미의 이야기가 이 시대 청년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한 배경에 대해 “우리 때는 희망이 있었다. 현실은 힘들어도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반면 지금 청년은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아버지 세대만큼 여유를 가지고 살지 못할 것 같다”라며 “분명 사회에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가 정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무기력한 청년들의 분노가 여기서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팍팍한 현실 묘사는 필수지만, 그럼에도 청춘들이 마냥 좌절만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뜨거운 공감을 받은 작품들에서는 청춘들이 어려운 현실에서도 스스로 희망을 발굴하며 행복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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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소공녀' 스틸



JTBC에서 방송된 ‘청춘시대’는 시즌2까지 방송될 정도로 인기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감당하는 대학생, 모든 것이 서툰 소심한 신입생, 남자 친구가 인생의 전부인 발랄한 대학생, 학업 대신 돈을 선택한 방황하는 청춘 등 어느 한 명 공감가지 않는 캐릭터가 없었던 ‘청춘시대’는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내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내 마음을 읽어내는 것 같은 내레이션도 호평의 이유가 됐다. 여기에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은 이유는, 그럼에도 꿈을 찾아 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응원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버느라 찌든 모습을 보여줬던 진명(한예리 분)은 시즌2에서 대기업은 아니지만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성장하는 모습으로 새로운 공감을 이끌어냈다.

집은 포기해도 담배와 한 잔의 위스키는 포기할 수 없는 독특한 청년이 주인공인 ‘소공녀’도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사례를 남겼다. 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닌, 하루 벌어 하루를 생활하는 진정한 ‘욜로’ 인생을 그렸다.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는 받아도 당당한 주인공의 모습은 청년세대의 공감을 유발했다. 결말까지 뚝심을 잃지 않는 주인공의 당당한 모습이 보는 이들이 대리만족하게 했으며,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됐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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