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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새로울 것 없는 ‘퍼펙트맨’, 밀어붙인 메시지만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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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퍼펙트맨'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꼴통 건달과 시한부 인생을 사는 돈 많은 변호인의 우정 이야기는 어디서 본 것처럼 익숙하다. ‘퍼펙트맨’은 새로운 소재로 신선한 이야기를 전하는 대신,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뚝심 있게 밀어붙여 작품의 목표만큼은 확실하게 전달한다.

10월 2일 개봉하는 ‘퍼펙트맨’은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 분)와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조진웅 분), 극과 극의 성격을 자랑하는 두 남자의 우정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인생 한 방을 꿈꾸며 조직 보스의 돈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하지만, 사기꾼에게 속아 궁지에 몰린 영기가 버킷 리스트를 실천해주면 사망 보험금을 주겠다는 돈 많은 변호사 장수와 의기투합하며 벌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설정 자체는 특별할 게 없다. 성격 다른 두 남자의 우정 이야기는 물론, 시한부 인생을 살던 남자가 죽기 직전 새로운 가치를 깨닫는 메시지 역시 수많은 휴먼 드라마에서 반복한 이야기다.

여기에 부산을 배경으로 한 ‘퍼펙트맨’은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거칠지만 밉지 않은 건달까지 등장시켜 더욱 투박한 정서를 전달한다. 외양은 험악하고, 행동도 거침없지만, 의외로 여린 구석이 있고 의리만큼은 확실한 영기는 과거 조폭 영화에서 환생한 구시대적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퍼펙트맨’은 세련된 영화가 아니다. ‘영웅본색’을 따라하는 영기처럼, 90년대 홍콩 누아르에 대한 향수마저 느껴지는 촌스럽고 투박한 감성이 지배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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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퍼펙트맨' 스틸



그럼에도 다 아는 이야기를 보며 때로는 웃음이 나고, 가끔은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우선 영기 역의 조진웅은 맛깔나는 부산 사투리 연기로 캐릭터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물 만난 듯 코미디 연기를 펼쳐내는 조진웅은 뻔한 영기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변호사 장수 역의 설경구는 전신 마비라는 표현의 한계 속에서도 미세한 떨림과 눈빛 연기만으로 죽음을 앞둔 이의 깊은 감정을 표현해낸다. 까칠한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장수의 과거 사연이 갑작스럽게 등장하고, 연결고리 없이 등장한 사연이 작위적이고 신파적으로 느껴지지만, 담백하게 이를 풀어낸 설경구의 열연이 영화의 방향을 제대로 이끈다.

배우들의 정확한 연기와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단순 명료한 메시지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퍼펙트맨’의 일관성은 군더더기 없는 휴먼 영화를 탄생케 한다. 다 아는 맛이지만 모든 재료가 제 역할을 한 탓에 자체의 완성도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촌스럽고 투박하지만, 따뜻한 감동을 받고 싶은 이들이라면 ‘퍼펙트맨’에 만족할 것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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