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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아워 바디’ 속 달리는 청춘, 보편적 소재에 더한 특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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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아워 바디' 포스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아워 바디’가 청춘의 고민이라는 보편적 소재에 달리기와 몸을 결합해 새로움을 이끌어냈다. 일상적인 주제를 다룬 만큼 극적인 재미는 즐길 수 없지만, 현실적인 캐릭터가 주는 큰 공감이 주인공의 일상을 흥미 있게 지켜보게 한다.

‘아워 바디’는 간단하게 이해하면 방황하는 청춘들을 향한 응원과 위로로 읽을 수 있다. 8년째 고시를 준비하느라 무기력해진 자영이 점차 세상 밖으로 나가는 과정을 통해, 홀로 서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늦어도 괜찮다는, 타인의 기준에 스스로를 맞출 필요가 없다는 명징한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필요한 메시지지만 다소 평범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인물의 설정과 표현 방식도 전혀 새로울 게 없다. 특히 영화의 도입부에서 필기 가득한 현주의 책을 비추고, 라면을 꺼내는 현주의 모습을 포착하는 등 주인공이 처한 현실을 직접 나열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상투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달리기’가 접목되고, 자영이 ‘몸’에 집착하면서 독특함이 부여된다. 몸의 변화와 현주의 성장이 제대로 맞물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자영의 변화에 따라 관객들의 감정도 점차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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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아워 바디' 스틸



달리기를 통해 변화하는 몸을 포착하는 카메라 또한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의지와 노력이 있으면 정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몸’의 변화를 깊이 파고드는 시선이 돋보인다. 틀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아닌,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설명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몸의 변화는 물론, 방황하는 청춘의 성장을 깊이 있게 그려낸 최희서의 연기력도 영화를 빛낸다. 한 여성의 성장을 깊게 파고든 영화지만 감정의 폭은 넓지 않아 성장을 납득시키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최희서의 디테일하고 섬세한 연기력이 설득력을 높인다.

달리기를 소개하며 자영을 세상 밖으로 이끄는 현주의 존재도 흥미를 돋운다. 깊은 사연이 숨어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궁금증을 일으킨 것에 비해 뚜렷하게 해결되는 것은 없지만, 그가 처한 고민과 배경에 대한 설명보다 몸에만 집중하기 위한 의도적 지워내기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 할만하다.

다만 후반부 자영이 극단적 선택들을 하면서 영화의 톤이 조금 달라진다. 이해할 수 없는 자영의 선택이 현실감을 떨어뜨려 막판 아쉬움을 남긴다. 수동적 삶을 살던 인물이 주체적 삶을 살게 되는 것을 표현하려는 의도였을지는 모르나 그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의문을 남겼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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