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워낙 웹툰의 인기가 좋아서 공연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죠”가요계에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미리 팬덤을 구축하고 데뷔하는 아이돌들이 있다. 방송과 영화계에서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웹툰’이다. 온라인을 통해 이미 팬덤이 두터운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다. 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연극에서도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공연 중이거나 곧 막을 열 뮤지컬·연극만 해도 여섯 작품이나 된다.지난 7일부터 내달 27일까지 동양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원 모어’는 김인호·남지은 콤비의 웹툰 ‘헤어진 다음날’을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9월 7일부터 11월 10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역시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 뮤지컬은 인기 작가 캐롯의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됐다.연극 무대에 오른 웹툰도 여럿 있다. 연극 ‘한 번 더 해요’(9월 27일부터 11월 30일까지 동양예술극장)는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016년 장나라와 손호준 주연의 KBS 드라마 ‘고백부부’로도 만들어지면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연극 ‘우리집에 왜 왔니’(9월 6일부터 12월 31일까지 대학로 공간 아울)도 동명의 웹툰을, 연극 ‘운빨로맨스’(2017년 1월 13일부터 오픈런, 올래홀)는 김달님 작가의 웹툰을,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10월 5일부터 11월 10일까지 아트원씨어터)는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계속해서 흥행 웹툰이 드라마와 영화, 무대에서 재생산 되는 것은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있다. 그러면서 인기 원작을 모시려는 각 분야의 경쟁도 치열하다. 또 온라인을 통해 노출되다 보니 장르와 소재에 있어서 규제가 덜하기 때문에 신선한 작품들이 많이 생산된다.문제는 드라마, 영화와 달리 웹툰을 무대에 올리면서 오는 문제점이 있다. 인기 작품이라고 해도 그 속의 상황과 설정에 맞는 콘텐츠는 분명히 존재한다. 출연 배우인 원종환은 “‘원 모어’는 웹툰이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함, 색채감이 공연과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특히 무대 연출에서 특징을 잘 살린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하지만 타임루프 설정의 웹툰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경우라면 편집 기술을 활용해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단편적으로 꾸며진 무대에서 이를 보여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들 역시 타임루프 설정을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대해 묻자 “많이 접하지 못한 소재다” “다이내믹하게 전달하려고 에너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말만 내뱉을 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진 못했다. 사실상 그저 정해진 대사와 몸짓에 음향과 조명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또 다른 우려도 있다. 이는 공연 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인기 작품을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과정 역시 ‘창작’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이 과열되면 창작 시나리오, 즉 오리지널 콘텐츠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성공 가능성’에만 무게를 두고 인기 원작에 편승하려는 태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