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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힘내리’ 착한 주제가 만든 ‘감동’…코미디는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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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포스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웃기다가 울리는 뻔한 부녀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후반부 반전이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준다. 그러나 오로지 반전을 위한 전개는 곳곳에 구멍을 만든다.

11일 개봉하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 분)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 분)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지적 장애를 앓는 철수와 백혈병에 걸린 샛별이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지지만, 후반부 철수가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출동한 소방관이었다는 반전이 드러나면서 뭉클한 감동이 만들어진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 후반부 반전은 꽁꽁 감춰졌었다. 영화가 꽤 진행되는 초중반까지도 뒷이야기를 짐작하기가 힘들다. 지적 장애를 가진 철수가 귀여운 사고를 치고, 처음 만난 딸 앞에서도 철없는 모습으로 속을 태우는 등 장애인이 주인공인 코미디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철수가 갑자기 만난 딸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마음이 쓰이는 듯 눈길을 주는 장면은 티격태격하며 정을 쌓아가는 여느 휴먼 영화의 공식을 고스란히 따라갈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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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포스터



그러나 철수가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지하에 갇힌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후천적 지적 장애를 얻었다는 사연이 드러나면서부터 분위기가 급변한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주는 충격이 영화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뒤바꾼다. 실제 사건을 따뜻한 시선으로 녹여낸 만큼 뭉클함의 강도도 높다.

다만 이 반전을 위해 영화의 절반 가까이를 무의미한 개그들을 반복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철수가 지나치게 솔직한 발언으로 주변인들을 당황케 하거나 단조로운 몸 개그를 통해 만드는 웃음들이 특히 일차원적이다.

‘럭키’에서 보여준 재치 있는 유머들도 보이지 않는다. 당시 유행어였던 “너무 무서워요”를 전혜빈이 그대로 이 영화에서도 활용하는 패러디를 했지만, 이 부분에서도 상황과 연기의 오버스러움이 느껴져 웃음이 터지지 못한다.

철수와 딸의 재회와 두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과정들도 어물쩍 넘어가 감정적 몰입이 쉽지 않다는 것도 후반부 감동을 약화시킨다. 영화는 부녀라 끌릴 수밖에 없다는 평범하고 단순한 논리로 모든 것을 이해하기를 원한다. 부족한 이들이 서로에게 힘이 된다는 선한 의도 자체는 빛나지만, 반전을 위해 생략된 과정들이 많아 몰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초반부터 감정을 잘 쌓았다면 훨씬 풍성한 감동이 느껴졌을 것이다. 소재를 담아낸 선한 의도와 따뜻한 시선만큼은 빛났기 때문에 이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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