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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뷰] 연극 ‘킬롤로지’, 세 인물 통해 보여준 폭력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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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극열전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연극 ‘킬롤로지’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폭력이 어디서부터 기인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문제를 거대하고 견고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발전시킨다. 세 인물을 통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원시어터에서 진행된 ‘킬롤로지’ 프레스콜에서는 알란 역에 김수현 윤석원, 폴 역에 이율 오종혁, 데이비 역에 은해성 이주승이 시연을 펼쳐보였다. 이 작품은 지난해 ‘연극열전7’ 첫 번째 작품으로 국내 초연 무대를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 재연에서 약간의 변화를 줬다.

인터미션을 통해 1막과 2막으로 극을 나누었다는 것과 무대에 세 개의 기둥이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박선희 연출은 “자그마한 무대의 변화와 인터미션을 넣은 것을 제외하면 극에서 하려는 말과 방향성은 초연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는 배우들이 숨을 쉴 공간이 없었다. 알란은 무려 35분 동안 무대 위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배우들이 숨을 쉬지 못한다는 것에 반성을 했다. 이번에는 기둥을 설치해 배우들이 숨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또 막을 나누면서 사건을 마무리짓고 새로운 흐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수현과 이주승, 이율은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까지 함께 한다. 박선희 연출가의 말에 따르면 초연은 ‘배우를 괴롭히는’ 구성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다시 이 작품에 참여한 것은 그만큼 작품이 가지는 힘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수현은 “사실 초연을 하고 난 후 ‘사람을 괴롭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킬롤로지’는 양파 같은 면이 있다. 볼 때마다 다르고, 연기할 때마다 다르다. 어떤 각도로 인물을 보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100가지 그 이상으로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이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매력적이기도 한 것 같다”고 다시금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칼롤로지’는 2017년 영국 초연 당시에도 시의성 강한 소재와 독특한 형식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극은 사회적 안정장치를 보장받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부모의 보호 또한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성장하는 현실을 세 인물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그 안에서 잔혹한 범죄와 미디어의 연관성, 그리고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과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제시한다.

독특한 점은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방식에 있다.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세 인물이 등장해 각자의 독백을 통해 사건과 감정을 쏟아낸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와 방대한 분량의 독백을 이끌어가는 배우의 목소리가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박선희 연출가는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부모와 사회가 받쳐주지 않는 아이들, 특히 미디어에 노출되는 아이들에게 어떤 위험한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감히 해보고 싶었다. 알란의 대사 중에 ‘누군가는 이 아이를 사랑했겠죠’라는 대사가 있다. 마지막에 세 인물이 모두 누군가의 아이라는 걸 알고 가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극 ‘킬롤로지’는 11월 17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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