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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곱씹을수록 매력 있는 ‘유열의 음악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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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유열의 음악앨범’에 담긴 아날로그 감성은 빠른 전개의 장르 영화와는 다른 결을 만들어낸다. 긴 일대기를 2시간 안에 녹인 만큼 전개 중간 구멍도 있지만, 결말까지 뚝심 있게 담긴 멜로 감성은 오롯이 빛난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분)가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1994년 제과점에서 시작된 풋풋한 첫사랑 감성은 세월이 지나 변질되고, 또 성숙해지면서 2005년까지 이어진다. 영화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만나고, 헤어지는 두 사람의 일대기를 차근차근 따라간다.

라디오를 즐겨 듣고, 핸드폰이 없어 연락이 끊기면 쉽게 닿을 수 없던 그때 그 시절이었기에 가능한 멜로가 보는 이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소년원에서 나온 이후 제과점에서 일을 하며 마음을 다잡던 현우는 자신을 유혹하는 친구들을 따라 홀연히 떠나버리고, 미수는 연락도 닿을 수 없는 그를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낸다.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두 사람의 거리감이 애틋함을 더하는 훌륭한 장치가 된다.

복고적 의상과 헤어부터 천리안의 등장까지, 시대적 상황에 맞는 소품과 에피소드들도 이 영화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배가시킨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당시의 명곡들을 듣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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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우연한 만남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시간을 따라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들도 성장한다. 제대 이후 마음먹고 시작한 일에 실패를 맛본 현우와 힘들게 취업했지만, 이상과 다른 현실에 좌절하는 미수 등 시대는 달라도 여전히 유효한 청춘의 불안함은 추억 자극을 넘어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동시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또 한 번 엇갈리는 두 남녀의 애틋한 감정도 깊이를 더해간다.

그러나 이런 시간 나열 식 전개에서 보이는 작은 구멍들이 생긴다. 처음에는 사소했지만,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그들의 감정에 밀착해 몰입하기는 힘들다. 현우, 미수가 불안정한 현실에 힘들어하면서도 극복 과정이 그려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고, 성숙한 두 사람이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어 짐작만으로 두 사람의 서사를 채워야 한다.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할수록 두 사람의 감정은 깊어지지만, 몰입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아쉬운 결과를 남긴다. 물론 모든 것이 좋았던 학창 시절을 지나 현실의 벽에 부딪힌 두 사람이 갈등하기까지, 긴 과정을 2시간 안에 밀도 있게 담아내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음악과 시대에 딱 맞는 감성들로 이 공백을 메우려고 한 ‘유열의 음악앨범’은 아날로그적 감성만은 뚜렷하게 남는다. 극적인 전개 없이도, 원래 의도한 바를 결말까지 밀고 나가는 정지우 감독의 뚝심도 돋보인다. 다소 느리지만 편안한 호흡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관객들에게는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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