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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봉오동 전투’ 투박하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인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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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봉오동 전투’가 이뤄낸 독립군 첫 승리의 기록은 뜨겁다. 그만큼 승리의 순간에 느껴지는 짜릿함도 크다.

8일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 대한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이룬 최초의 승리 과정을 그린 영화다. 무명의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역사가 스포일러다.

그러나 마지막을 알고 있다고 해서 그 과정까지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던 승리를 어떻게 이뤄냈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지형과 기후를 활용한 작전 과정을 상세하고 깊게 파고들며, 스크린 위에 당시의 기록들을 생생하게 펼쳐 놓는다.

특히 힘없는 민초들을 짓밟기 위해 대규모 군대까지 동원하며 악랄함을 과시하는 일본군들의 만행은 그 자체로 분노를 유발한다. ‘봉오동 전투’는 이 모든 과정을 더욱 뜨겁게 그려내 보는 이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이장하를 제외한 독립군의 사연이나 감정을 담지 않았다는 것은 차별점이다.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마적 출신 독립군들을 이끄는 황해철(유해진 분)을 비롯해 저격수 조병구(조우진 분), 독립군에 지원한 소년 개똥이(성유빈 분) 등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무명의 독립군들이 뭉치는 과정이 거창하기보다 담백하게 그려진다. 신념이나 애국심을 강조하기보다는, 당연한 분노에 이끌려 저항하다 보니 저절로 독립군이 된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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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감정적인 호소 대신 전투 과정을 긴박하고, 스펙터클 하게 묘사해 몰입을 끌어낸다. 봉오동의 지형을 잘 아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유인하며 고립시키는 복잡한 작전들이 상세하게 그려지고, 셀프캠까지 장착하고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다만 독립군을 뒤쫓던 일본군이 죄 없는 양민들을 학살하는 과정이 길고 적나라하게 표현된 영화 초반 장면은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고 느껴질 수 있다. 물론 실제로 그만큼 잔혹하게 벌어진 일이었지만, 영화가 그것을 ‘직접’ 보여줘야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나이는 어리지만, 뛰어난 지략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독립군을 이끄는 이장하가 유일하게 소중한 존재가 누이라는 설정도 진부하게 느껴진다. 유일하게 사연이 있는 독립군으로 나오는 이장하의 배경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독립자금을 운반하다 이번 전투에 합류하게 된 저격수 자현(최유화 분)의 존재도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이장하에게 누이가 남긴 반지를 전달하는 것 외에는 단독적인 역할을 부여받지 못해 잉여 캐릭터로 남게된 것이다. 일본군 포로 소년병 역할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의미를 담은 것처럼 보인 이 역할을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며 사라져 존재 이유를 궁금하게 한다.

쏟아지는 일본군의 총탄을 주인공들만 비껴가는 장면들도 단순하다고 느낄 수 있고, 영화의 메시지를 황해철의 입으로 직접 전달하는 등 그 방식이 세련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승리의 역사를 다룬 이 영화의 후반부 쾌감을 경험하면, 왜 그런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느끼게 된다. 처절하게 저항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던 작전 과정을 뜨겁게 지켜봤기에 한 명, 한 명 힘을 보태며 결국은 이뤄내는 승리는 짜릿함이 그만큼 크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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