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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남규리가 가진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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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코탑미디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 함상범 기자] 배우 남규리의 연기에는 간절함이 묻어있다. 20대부터 이런저런 고생 끝에 연기라는 종점에 안착한 탓일까, 배역의 크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열정이 가득했다. 발성이나 표정, 눈빛과 같은 기본적인 기술은 설령 부족해 보였을지라도, 연기를 향한 남규리의 진심은 매 작품마다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선택받는 위치에 있는 게 배우라는 직업이다. 남규리도 오랜 기다림을 견뎠다. 2013년 JTBC ‘무정도시’ 이후로 수 년간 자신의 내면을 보여줄 작품을 기다렸고, 2016년 SBS ‘그래 그런거야’ 이후 다시 2년을 기다렸다. 그래서인지 남규리는 작품 또는 캐릭터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기다림의 결과는 다소 예쁘게 포장된 필모그래피로 보상받았다. 가녀린 몸매와 바비인형과 같은 얼굴임에도, 작품 속 남규리의 얼굴은 매번 다르다. 천방지축이면서도 내면에 아픔이 있었던 밝은 윤수민(‘무정도시’), 웨이브가 진한 헤어로 연예인이 되고 싶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던 이나영(‘그래 그런거야’),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환각에 사로잡혀 광기를 뿜어냈던 신지민(‘데자뷰’), 로봇처럼 감정이 없었던 형사 전수영(‘붉은 달 푸른 해’), 그리고 화려함 뒤에 냉철한 비수를 숨기고 있었던 미키(‘이몽’)까지, 남규리의 얼굴은 늘 달랐다.

영화 ‘여고괴담 : 피의 중간고사’ 이후 벌써 연기를 시작한지도 10여년째, 이제는 농익은 연기가 나온다. MBC 주말드라마 ‘이몽’에서 남규리는 안정적인 연기로 주체적인 여성 미키를 표현했다. 수동적인 삶을 살다가, 가수이자 밀정으로서 독립군을 지원하는 미키 역의 남규리를 지난 10일 만났다. 가녀린 몸과 하얀 피부, 큰 눈망울은 여전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을 넘어 더 예뻐졌다. 원하는 배역이 올 때까지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은 그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이 작품은 어떤 감회가 있나요?

“작품 끝나고 울었어요. 예전부터 갈망하던 직업군이기도 했고, 시대극도 처음이었요. 매번 현대극만 했었는데. 또 노래하는 사람의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도 해소할 수 있었죠.”

“특히 현장에서 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NG가 나도 코믹했고, 현장에서 저를 재밌어 해주셨고, 좋아해주셨어요. 특히 요원 언니는 ‘49일’ 이후에 만났는데, 저를 특히 좋아해줬죠. 남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현장에서 정말 행복한 거예요.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나니, 떠나보내는데 아쉬움이 컸죠.”

■이번 작품에서 주체적인 미키를 표현했는데 어땠나?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고 보면 아쉬움이 있죠. 그러면서 성장을 했다는 것도 느꼈어요. 사전제작이다보니 모니터를 못했죠. 혼자 경거망동할까봐 수위 조절을 잘 했어야 했는데, 좀 더 강하게 표현했어도 좋겠다는 아쉬움은 남네요.”

■‘이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있다면?

“송병수 죽고 영진이한테 얘기하는 장면이 제일 좋았어요. 자기 다리 멍을 보여주는 장면. 사실 너무 추웠고, 미키는 늘 옷이 얇거든요. 그래서 더 정신이 없었죠. 그 장면도 몰아서 찍었는데, 보니까 저도 모르는 싸늘함이 있었어요. 자연스러웠다고 생각서 마음에 듭니다.”

■그 장면이 왜 좋았나요??

“제가 평소에도 잘 싸늘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도 싸늘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기회가 많지 않았죠. 그 신을 보는데 좋더라고요.”

■‘이몽’이 남긴 것이 있다면?

“‘이몽’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했다는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미키는 유독 더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갈망했는데, 사실 잘 안됐어요. 그런데 미키는 엔딩까지도 나아가는 느낌이죠. ‘이몽’을 잊을 수 없는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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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코탑믿이어



■작품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필모그래피가 특별하다. 매번 새로운 느낌이 있다.

“작품을 만나는 건 운명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떤 특별한 감정을 느꼈을 때, 그 감정을 알아야하는 작품이 오기도 했죠.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저란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 같고, 피할 수 없는 숙명 같기도 해요. 반 미신 같긴 한데 아예 그런 게 없다고 배제하긴 힘들 것 같아요. 내공이란 나를 다스릴 줄 아는 것 같아요. 그 내공이 연기로 표출 하는 게 배우고. 그 내공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저는 많이 기다리는 편인 것 같아요.”

■매 작품 연기를 보면 간절함이 묻어있다. 어디서 그런 간절함이 나오는 건가?

“저를 캐스팅하시는 분들이 다른 사람이랑 똑같은 말을 하는데 진심이 느껴진다고 하세요.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제게 진심이 없으면, 보는 사람들이 알 거라고요. 그리고 저는 정말 오랜 고민 끝에 배역을 얻은 적이 많거든요. 언제나 연기라는 키워드에 얽매여 있는데, 작던 초라하던 그 배역은 저를 위한 기회잖아요. 그 때 교만할 수 없죠. 전작을 보면 부끄러울 때가 있고, 왜 저렇게 연기했을까 하는데,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지금 저 상황에 가라고 하면 저렇게 못할 것 같거든요. 그만큼 최선을 다했어요.”

■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연기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열정이에요. 열정이 죽으면 그는 연기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도할 때 열정을 앗아가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빌죠. 폭 넓은 캐릭터를 위해 책과 씨름하고 영화 보고 그래요. 요즘에는 넷플릭스에 빠졌어요.”

“그렇다고 계획은 없어요. ‘기생충’에도 나오잖아요.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그저 하루 하루 열심히 살긴 하는데, 삶의 흐름에 있어서는 기대하지 않으려고요. 현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또 기대를 하게 돼요. 그 기대를 또 내려놓는 작업을 하고, 그렇게 변해가고 있어요.”

■혹시 꿈꾸는 운명이 있다면?

“방금 계획이 없다고 말했는데. 굳이 말하면 영화요. 영화는 좀 더 색다른 캐릭터를 할 수 있잖아요. 영화 안에 속하기도 힘들긴 한데, 꿈꾸는 건 자유니까요. 드라마도 재밌긴 한지만 영화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잖아요. 일본영화 ‘어느가족’ 같은 다큐성이 강하면서도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이 방면에서는 더 열려 있으니까, 그런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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