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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목소리에 반하고, 음악에 취하다…중독성 넘치는 다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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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빌리빈 뮤직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곽민구 기자] 독보적인 음색으로 ‘홍대씬의 보석’으로 주목받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2017년 EP 앨범 ‘가을’로 데뷔한 다린이다.

‘가을’, ‘바닷가’, ‘0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Stood’를 통해 선보인 다린의 목소리는 어지간한 뮤지션의 목소리는 “가볍다”고 느껴지게 할 만큼 묵직하고, 헤어나올 수 없는 서정성을 띤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음색, 깊은 여운을 전달하는 그 목소리는 유니크함 그 자체다.

그랬던 다린의 음악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9월 발표한 EP ‘Stood’ 이후 9개월 만인 지난 18일 발표한 신곡 ‘까만 밤’을 통해서다. ‘까만 밤’은 다채로운 비트와 넘실거리는 그루브, 겹겹이 쌓은 코러스가 자아내는 리듬감이 특징인 R&B 곡이다.

‘까만 밤’을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 확장에 나선 다린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뮤지션 다린을 응원해 온 리스너들은 지금까지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에 “놀랍다”고 했고, 또 그조차도 완벽히 소화한 다린의 음악성에 “대단하다”는 찬사를 쏟아냈다.

‘유니크한 뮤지션의 음악’에 대한 입소문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다린이 출연하는 공연마다 관중이 몰리고 있다. 올해 초 진행한 데뷔 첫 전국투어에 이어 오는 29, 30일 열리는 단독 콘서트 ‘열대야’까지 매진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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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빌리빈 뮤직 제공)



▲ 스스로를 소개해주세요

“곡을 쓰고 노래하는 다린입니다. 재즈를 무척 좋아합니다”

▲ 최근 ‘홍대 음악씬의 보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던데 실감하고 있나요?

“나보다 더 보석이신 분들이 많아요. 그 수식어를 받는 것에 ‘감히’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일단 ‘노래를 잘 듣고 있어요’라고 하는 분도 많아졌고, 알아보는 분들도 꽤 생겼다는 부분에서 좀 실감이 나요. 그리고 가장 좋은 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내 노래를 들었다’고 피드백을 줄 때에요. 팬의 입장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껴요. 내가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한 증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 지난 18일 신곡 ‘까만밤’을 발표했던데, 어떤 곡인가요?

“신곡 ‘까만밤’은 홀로 버텨야 하는 당연한 밤들에 관한 이야기에요. 회상하는 느낌이죠.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미화가 된다고 하잖아요. 내 그런 느낌을 표현한 곡이다. 초안을 완성했을 때가 2017년이었는데 그때 내게 왔던 마음의 힘든 부분이 오늘을 위한 것들이었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가사에도 곳곳에 숨은 비밀이 돼 내일을 만든다고 돼 있다. 그게 과거에 대한 지금의 대답이기도 하지만 미래에 대한 다짐이 되기도 하는 곡이에요”

▲ 외로움이라는 소재는 기존곡과 비슷한데 음악적 장르나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했던 곡보다도 한층 더 밝은 곡이에요. 알앤비 풍의 팝을 하고 싶기도 했는데 편곡자님께서 제안을 해주신 것도 그런 스타일이어서 뭔가 딱 맞았어요. 기존에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왜곡을 시켜 분위기를 끌어 올리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더 극대화되지 않을까 싶었죠. 편곡자분이 잘 맞춰주셨어요. 드럼을 치시는 분이라 직접 연주하며 전체적인 편곡을 이끌어 나가니 곡의 이해도 자체가 다르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방향으로 잘 나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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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빌리빈 뮤직 제공)



▲ 이전 곡들과 달리 ‘까만밤’에서 음악적 변화를 시도한 계기가 있나요?


“내가 변해서 그런 것 같아요. 우울이나 슬픔을 느끼거나 바라보는 방식이 전과 바뀐 것 같아요. 전에는 거기에 푹 빠져서 잠겨 있는 잠수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슬픔도, 우울도 다양한 것들이라는 걸 알게되고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그래서 ‘까만밤’의 가사는 슬픈 곡이지만 노래가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표현하려 했어요. 음악적 변화는 내가 변해서 자연스럽게 변한 거라 생각해요”

▲ 대중의 반응을 살펴보니 목소리에 대한 칭찬이 많던데,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내 목소리를 안 좋아했어요. 난 제이레빗처럼 맑은 미성을 선망하는 편이었어요. 내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그런 분들이 내는 가성을 내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 중에 나만의 소리 내는 법이 생긴 것 같아요”

▲ 언제 자신의 목소리가 유니크하다는 걸 깨달았나요?

“원래 곡 쓰는 걸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작년 발표한 ‘134340’이라는 곡이 있는데 그 곡을 만들어 부른 뒤 처음으로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내 노래에 위로를 받은 게 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도 내 목소리를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좋은 느낌이 들면 ‘오늘 노래 좀 잘하네’라고 스스로를 칭찬을 하는 정도예요”

▲ ‘134340’을 부른 뒤 위로를 얻었다고 했는데 어떤 위로 였나요?

“ 태양계에서 제외된 명왕성의 현재 이름이 ‘134340’이에요. 그 노래는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고, 누구도 끌어당기려 하지 않고 부유하는 명왕성 같은 상황의 내 모습을 표현한 곡이에요.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을 때였는데 자려고 누웠다가 ‘오늘 갑자기 내가 그냥 사라져 버려도 아무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쓴 곡이에요. 이 노래를 처음 불렀을 때 이 곡을 쓴 내가 나와 함께 있는 느낌이 들어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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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빌리빈 뮤직 제공)



▲ 지난 음악들을 듣다가 ‘가수 이소라’의 음악과 닮아있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이소라 선배님을 정말 좋아해요. 언젠가 꼭 함께 작업 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로 마음에 품고 있어요. 하지만 그분처럼 되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 비유하자면 이소라 선배님의 음악은 내 음악 감성의 고향 같다는 느낌을 줘요. 이소라 선배님과 나는 ‘슬퍼하는 방식이 닮은 사람’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내가 이소라 선배님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그런 본질은 비슷하지만 선호하는 음악 장르나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가사 표현 방법도 다르고, 악기의 질감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죠. 그래서 이소라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있나요?

“정말 많은 뮤지션이 있어서 다 떠올리는 게 어렵네요. 그중 꼭 꼽아야만 한다면 이영훈, 이소라, 어반자카파, 넬 님을 정말 좋아해요. 특히 넬의 노래는 내가 음악을 시작할 때 존경의 마음으로 들었던 곡들이었어요. 특유의 호흡과 음악의 밸런스를 정말 좋아했어요”

▲ 음악을 직접 작사·작곡하던데,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이 질문 엄청 많이 받았는데 솔직히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일상적이고 당연한 곳에서 영감을 얻거든요. 영감을 어디서 얻는다기보다 일상을 영감으로 바뀔 수 있게 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아요. 일상을 신으로 잘라서 보거나 연출, 질감을 따는 걸 좋아하거든요. 아이스커피라고 하면 컵 속 각얼음이나 컵의 질감을 다양한 단어를 넣어보는 거죠. 퍼즐을 맞추듯 상상을 하고 그걸 재미있어하며 곡을 쓰는 편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질감을 가진 분이 이영훈, 곽진언 님이세요”

▲ 다린에게 ‘음악’은 어떤 영향을 주나요?

“사실 음악이 내 삶에서 절대적이진 않아요. 오늘 먹을 점심밥 같은 느낌이에요. 음악이 없으면 못 살겠지만 오늘 하루쯤은 없어도 되는 존재죠. 음악을 멋지게 하고 싶은 마음은 ‘고기 먹고 싶다’와 비슷한 감정인 것 같아요(웃음). 예전에는 일부러 음악의 존재를 규정하고 정의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다 쓸모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음악을 하며 팬들을 만나는 자리가 무서웠어요. 뮤지션이라는 내 단편만 보고 좋아하는 분들이라는 생각에 내 다른 모습을 싫어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규정을 짓기를 내려놓으니 팬들을 만날 때의 내 태도들이 바뀌더라고요. 요새는 음악을 행복하게 하는 것만을 생각하려 해요. 지금은 일상 속에서 규칙과 패턴을 찾아 음악에 담는 게 즐거운 작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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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빌리빈 뮤직 제공)



▲ 음악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요?


“영화 음악과 뮤지컬 음악 감독을 꼭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나중에 내가 영화와 뮤지컬 음악 감독을 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 평소 음악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요?

“청소요. 고양이가 집에 있다보니 청소가 일을하지 않는 시간의 대부분인 것 같아요. 청소 외에는 산책을 하거나 주위를 보며 혼자 걷는 걸 되게 좋아해요. 연남동이나 홍대에 살다시피 한답니다. 지금도 가끔 팬들을 만나면 먼저 챙겨주곤 해요. 예전에는 커피를 사주기도 했어요. 내가 엄청 유명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활을 하는데 전혀 불편함은 없어요”

▲ 콘서트가 모두 매진이 됐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또 어디서 음악을 들려주고 싶나요?

“개인적으로 좋은 이미지로 남았던 공연장이 성수아트홀이에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인 이진아 님의 공연을 보기 위해 갔는데 영화관 좌석처럼 된 객석이 굉장히 편했고, 공연의 연출도 정말 좋았어요. 또 내 옆 좌석에 앉은 직장에서 퇴근하고 온 남자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허리를 등받이에서 떼고 앞으로 몸을 기울여 울면서 공연을 보시더라고요. 그 전체적인 느낌이 좋아서 다음에 꼭 이 장소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또 한가지 화장실이 정말 쾌적하더라고요(웃음). 공연장소는 그렇고 내 음악이 흘렀으면 하는 곳은 전시회예요. 전시회 음악 참여도 해보고 싶어서요. 내 음악이 흐르는 방에 전시된 작품들을 떠올려 보곤 해요. 지금 기획 중인 게 있긴 한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에요”

▲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되는 게 목표인가요?

“이문세, 양희은 선배님의 노래를 지금 들었을 때 부모님이 느끼는 감정이 있는데, 지금 또래가 나중에 내 음악을 들었을 때 그런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게 내가 뮤지션으로서 바라봐야할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은 느낌이요. 그리고 계속 하고 싶은 게 생기고 내가 그걸 안 싫어했으면 해요. 음악을 하던 지난 시절 중 내가 가장 싫어하는 순간이 있는데 멋진 모습만 보여주려고 일부러 만들어내던 시절의 모습을 정말 싫어해요. 그런 모습 없이 계속 음악을 하고 그 밸런스를 깨뜨리지 않는 게 지금의 내 목표예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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