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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전혜빈 “문영남 작가는 대본이 아니라 ‘사람’을 쓰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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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RK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 출연했던 전혜빈에게 포상휴가가 어땠냐고 물었다. 그러자 “겨우 간 찾았는데 포상휴가 갔다가 간 떼고 올 뻔 했다”는 농담이 돌아왔다.

드라마 속 풍상(유준상)은 간암에 걸렸지만 성공적으로 간 이식을 받아 건강을 되찾은 바 있다. 전혜빈은 이에 빗대 술을 많이 마셨다며 간에 대한 농담을 던졌고, 그만큼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전혜빈은 유달리 애착이 가는 현장이었다며 거듭 강조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 드라마는 평생을 ‘동생바보’로 살아온 풍상과 그 형제들이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 풍상을 필두로 진상, 정상, 화상, 외상이 매일 부딪히며 하루도 조용할 틈 없는 나날을 보낸 덕에 배우들은 진짜 가족이 된 듯 실감나는 연기를 펼쳤다.

▲ 포상휴가 어땠는지 이야기 좀 해주세요

“해외가 아닌 부산으로 포상휴가를 가서 그런지 참여율이 높았어요. 스태프 분들도 대부분 오셨어요. 한을 풀 듯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아요. 드라마 끝나고 헤어지려니 유독 아쉬웠거든요. 배우들끼리도 주조연 할 것 없이 가깝게 지냈고 같은 학교를 나온 분들도 계셨어요. 게다가 진짜 형제가 되어 치고 박고 싸우다 보니 촬영하는 그 순간만큼은 진짜 울화통이 터지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보통의 관계에서는 느끼지 못할 감정들이라 더 정이 많이 든 건가 싶기도 해요”

▲ 사실 극 중 정상이가 이름대로 가장 정상적인 사람으로 비춰졌죠. 하지만 웬수처럼 지내는 쌍둥이 화상(이시영) 앞에서는 사뭇 달랐어요. 쌍둥이 역할인 만큼 좀 더 복장이 터졌을 법도 한데요

“어우, 화상이 보는 게 가장 속 터졌죠. (웃음) 아무래도 쌍둥이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화상은 열등감, 피해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잖아요. 늘 비교당하며 살고. 시청자분들 중에서도 분명 화상의 편이었던 분들이 계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화상의 사정을 알고 나니 눈물이 나고 속상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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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RK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무래도 이시영과 호흡을 맞추는 신이 많았죠. 호흡은 어땠나요

“시영언니가 화상을 연기해서 찰떡이어요. 그 언니는 평소에도 화상이처럼 하거든요. 언제 한 번은 외상이(이창엽)에게 심하게 장난을 쳐서 운적도 있다더라고요. 실제로도 그 특유의 발랄함이 있고 재미있고 사랑스러워요. 특히 쌍둥이 육탄전 장면이 많이 나왔잖아요. 저희 둘 다 이미지가 세서 (웃음) 그런 부분에서 재미가 더 나왔던 것 같아요. 머리끄덩이 잡을 때 언니가 진짜 세게 잡으면 나도 똑같이 세게 잡고. 서로 쌍싸대기 때리는 장면에서는 ‘우리 한 번 제대로 가보자’고 해서 진짜로 세게 때렸어요. 빗겨 맞듯 하니까 연기의 맛이 안 살더라고요. 그렇게 맞으니 연기가 아니라 진짜 눈물이 났어요. 그런데 사실 나는 오른손잡이고 시영언니는 왼손잡이인데 서로 오른손으로 때렸어요. 하하. 이렇게 진짜 자매처럼 몰입해서 촬영했어요”

▲ 첫째 풍상을 연기한 유준상에게 정상은 믿음직스러운 동생이었던 것 같아요. 다만 정상이 불륜을 저지르며 풍상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지만요. 유준상과도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준상오빠와도 일화가 있어요.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정상을 때리는 장면이었는데, 너무 세게 맞아서 내가 날아간 거예요. 막 앰뷸런스 불러달라고 했죠. (웃음)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가벼운 뇌진탕마냥 머리가 이만큼 붓고 어지럽더라고요. 준상오빠는 계속 전화를 하며 걱정하셔서 괜찮다고 했어요. 사실 정말 아팠답니다. 하하. 그러면서도 내 결혼식 장면에서는 서로 눈도 못 쳐다볼 정도로 눈물이 터졌어요. 대사를 잘 하지 못할 정도였죠”

▲ 특히 배우들끼리 가족을 연기한 거라 더 애틋함이 남았을 것 같아요. 또 문영남 작가 특유의 굴곡 있는 인생을 지닌 캐릭터들이기도 했고요. 연기하면서 주변의 반응도 사뭇 달랐을 텐데요

“문영남 작가님은 대본을 쓰시는 분이 아니라 ‘사람’을 쓰시는 분 같아요.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사람이고 거기에는 각자만의 인생이 꿰어 있어요. 진짜 예술가이신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도 이렇게 캐릭터를 그려내려면 사람을 얼마나 깊게 헤아려야 하는 건지 느꼈어요. 또 아버지가 풍상 같은 모습이신데 맨날 답답하게만 생각했거든요. 드라마를 통해 아버지를 헤아릴 수 있게 됐어요. 아버지도 드라마를 보고 나에게 처음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풍상에 감정이입이 돼 울면서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드라마 해줘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동네 아주머니들도 만날 때마다 손 잡아주시고. 참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걸 주변을 보며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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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RK엔터테인먼트 제공)



▲ 촬영을 하다가 실제 가족 중 한 명이 간암에 걸려 간호를 하고 있는 가족을 마주치기도 했다고요

“보호자 대기실에서 만났던 한 분이 ‘왜그래 풍상씨’가 자기네 상황과 똑같아서 오히려 방송을 못 보겠다며 눈물을 흘리셨어요. 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 “꼭 해피엔딩으로 끝내달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런 진심어린 피드백을 들으니까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재미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구나’ ‘한 신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거나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 계기를 줄 수도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어요“

▲ ‘왜그래 풍상씨’가 여러모로 전혜빈의 필모그래피에서 뜻 깊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특히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해 천천히 본인만의 길을 걷고 있기에 더욱 그럴 듯 해요

“배우라면 거쳐야 할 정석 같은 게 있다면 문영남 작가님의 대본이 아닐까 싶어요. 함께 작품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반석을 깐 느낌이에요. 사실 돌아보면 좋은 기회로 한순간에 스타가 되는 분들도 있고, 돌고 돌아 자기의 영역을 만드는 분들도 있어요. 난 전자가 아니었어요. 차근차근 올라가며 다 겪어야 오래 가는 배우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뿌리를 깊게 내려야 튼튼하게 가지를 뻗을 수 있잖아요. 아직 그렇게 되기까지는 멀었지만, 한 작품씩 할 때마다 ‘이번에 또 이렇게 단단한 기반을 만들었구나’ 싶어요. 계단을 하나하나 만들며 올라가는 느낌인 거죠. 그런 게 멋진 것 같아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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