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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레이백]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다시 보는 ‘경성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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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2019년은 3·1 만세 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따라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독립운동의 역사를 제대로 다룬 드라마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7년 방영된 KBS2 ‘경성스캔들’(극본 진수완, 연출 한준서)이다.

■ “웃으며 싸웠다”

‘경성 스캔들’은 이선미 작가의 소설 ‘경성애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이다. 1930년대 펼쳐진 독립운동과 그 속에서 피어난 로맨스를 그려냈다. 근대적인 윤리관 속에 서구문물이 유입됐던 경성을 배경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삶을 표현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아 호평을 들었다. 여기에는 통통 튀는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큰 몫을 했다.

남자 주인공부터 남달랐다. 배우 강지환이 연기한 선우완이다. 완은 극 중 월간 대중문화 잡지 ‘지라시’의 객원 기자로 등장했다. 훤칠한 외모와 유려한 말솜씨로 ‘경성 최고 멋쟁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동시에 뭇 여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바람둥이로도 통한 바. 이렇듯 완벽하게 자라온 완이 독립운동에 발을 들이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이 ‘경성 스캔들’의 한 줄기를 이뤘다.

그 계기를 제공한 인물이 여자 주인공 나여경이다. 배우 한지민이 연기했다. 극 중 여경의 별명은 ‘조마자’다. ‘조선의 마지막 여자’를 줄인 말이다. 그만큼 ‘친일파’와 이른바 ‘모던 걸·보이’를 경멸하는 인물이었다. 이렇듯 고전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이화학당에서 받은 신교육으로 열린 사고방식도 가진 채였다. 이에 여경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제 몸을 바치는 데 그 어떤 두려움도 보이지 않는 인물로서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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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이렇듯 ‘경성 스캔들’은 성향부터 취향까지 정반대의 완과 여경이 독립운동으로 만나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발랄하게 그려냈다. 그런 한편 ‘경성 스캔들’에서는 이른바 ‘서브 커플’도 인기를 끌었는데, 이수현(류진)과 차송주(한고은)가 그 주인공들이다.

수현은 조선 총독부 보안과 치안담당 요원, 송주는 당대 최고급 요릿집 명빈관의 유명한 기생이다. 두 사람 모두 잘난 외모는 물론 굳은 심지와 당당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특히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수현이 독립운동 단체 ‘애물단’의 숨은 수장이었으며, 송주 역시 그 단원으로서 독립운동에 힘쓴 사실들이 공개되며 시청자들을 더욱 감탄케 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경성 스캔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사치코 여사(김혜은)와 극 중 여경의 야학 제자로 똑 부러지는 모습을 보여준 열일곱 소년 강인호(안용준), 허술한 매력의 ‘지라시’ 사진 기자 왕골(고명환), 송주를 선망하는 명빈관 수습 기녀 소영랑(박하선) 등의 캐릭터가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 “엔딩까지 완벽했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낸 명장면과 명대사도 ‘경성 스캔들’에서 빼놓을 수 없다. ‘경성 스캔들’은 우리가 막연히 어둡고 고통스럽게만 생각하는 그 시절에도 사랑은 존재했다는 걸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렇기에 연애와 관련한 대사가 자주 등장했다. “그대의 연인은 독립투사, 나의 연인은 변절자. 청춘은 언제나 봄, 조국은 아직도 겨울. 아, 해방된 조국에서 신나게 연애나 해봤으면” “조국은 왜놈에게 짓밝혀 신음을 해도 청춘남녀들은 사랑을 한답니다. 그게 인간이에요” 등이다. 로맨틱하면서도 시대적 배경에 비추어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는 구절들이다.

사랑과 독립을 모두 이루고 싶었던 청춘들의 이야기도 가슴을 울렸다.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자. 지겨운 이놈의 땅 해방되는 거 보고 죽자”던 완의 약속, “공부하고 싶으면 마음껏 공부하고, 웃고 싶으면 마음껏 웃으며 살아가고, 사랑하고 싶으면 마음껏 사랑하는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겠다”던 여경의 포부가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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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방송화면)



그런가 하면 ‘경성 스캔들’ 최고의 명장면은 수현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택한 송주의 최후라는 데 이견이 없을 터다. 극 후반부 송주는 수현이 일본에 ‘애물단’ 수장이라는 사실을 들킬 위험에 처하자 “한 사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이제부터 내가 수장”이라고 말한다. 수현은 비단 자신뿐 아니라 수많은 독립 투사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이기에 “죽고 싶으면 당신은 동지들 앞에서, 거사 장소에서 당당하게 죽으라”는 것이다. 때마침 나타난 일본인들은 수현에게 총을 겨눈 송주를 목격, 송주는 쏟아지는 총알에 몸을 내어준 채 숨을 거둔다. 끝내 수현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글썽이던 송주가 “미안하다. 당신에게 또 다시 이런 십자가를 지게 해서. 그래도 살아 달라. 당신은 살아서 반드시 행복해 달라”고 읊조리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명장면으로 ‘경성 스캔들’ 애청자들 사이에 회자된다.

또한 ‘경성 스캔들’은 드라마가 모두 끝난 마지막,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전한 메시지까지 감동을 선사했다. “먼저 가신 분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이 땅에서 마음껏 연애하고, 마음껏 행복하십시오”

■ ‘경성 스캔들’의 선한 영향력

이런 가운데 ‘경성 스캔들’ 애청자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그 팬들은 디시인사이드 ‘경성스캔들 갤러리’에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 특히 갤러리에 모인 팬들이 해마다 성금을 모아 일본군 ‘위안부’ 생존 할머니들이 머무는 ‘나눔의 집’에 후원해왔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직접 봉사활동을 가기도 하는 등 ‘경성 스캔들’의 선한 영향력을 몸소 실천하는 중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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